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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기자에게 취재원 밝히라는 폭력

처음엔 좀 특이한 분이라고 여겨 모른 척하려 했는데 두 번째 당하고 나니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병관(45·성남 분당갑) 의원 얘기다. 기자는 2주 전 콩고민주공화국 주재 한국대사가 보낸 외교 전문(電文)을 인용해 ‘한국의 콩고 민주주의 위협 사건’이란 기사를 쓴 바 있다(10월 15일자). 거의 100% 우리 정부 예산으로 운영하는 세계선거기관협의회라는 단체의 김용희 사무총장이 판교 소재 특정 업체의 디지털 선거 장비를 콩고 독재정권에 소개해 팔도록 했는데 투·개표 조작 등을 우려하는 민주화 세력과 서방 외교관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외교 전문에 미국 참사관이 “전자 투·개표기는 최악의 선택이며 한국의 위상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도 들어 있어 칼럼에 그대로 옮겼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병관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이례적으로 기자의 이름과 칼럼 제목을 특정하며 선관위 관계자한테 “중앙일보 전영기 논설위원을 만났느냐” “전 위원에게 외교 전문을 넘겼느냐”고 추궁했다는 얘기는 뒤늦게 다른 신문의 온라인 기사(머니투데이 10월 16일)를 보고 알았다. 기자는 국가 예산을 쓰는 김용희씨가 특정 회사의 영업사원처럼 처신한 일에 문제의식을 갖고 취재를 시작했다. 외교부 전문이 입수됐고 대사의 보고서를 읽으면서 콩고 민주화 세력의 좌절과 한국 민주주의의 품격 훼손, 미국·영국·독일 등 우방국들과의 관계 악화 가능성을 생생하게 알게 되었다. 보도 가치가 충분했다. 마침 문서의 대외비 해제 시점도 2018년 6월로 명기돼 있었다. 기자가 이런 내용을 취재하고도 쓰지 않았다면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배신이었을 것이다. 김 의원이 국회 국감이라는 엄중한 자리에서 기사의 배후를 캐려 한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다. 권력 실세 그룹에서 문제의 김용희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지명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는데 김 의원이 그를 보호하기 위해 총대를 멨나 짐작만 할 따름이다.
 
두 번째 사건은 지난주 목요일에 발생했다. 일면식도 없는 김 의원의 보좌관이 전화를 걸어 “외교부도 선관위도 전문 보고서를 유출하지 않았다는데 어디서 입수했는지 물어봐도 되느냐”고 했다. 30년 넘게 이 직업에 종사하지만 국회의원실에서 취재원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기는 처음이다. ‘기자에게 왜 소스를 물어보느냐’고 항의했더니 “궁금해서 여쭤보는 것”이란다. 얼마나 궁금한지 모르겠으나 김 의원이 소속된 집권당에선 요즘 시대와 국격에 어울리지 않게 ‘스스로 허위·조작의 진실 감별사’ ‘가짜뉴스 생산자를 인지해 수사·구속’ ‘마음에 들지 않는 사법부 대신 새로운 재판부 설치’ 주장 등 후진국 정치 행태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 이런 판에 그 당의 최고위원을 지낸 데다 디지털 기업인 출신으로 국회의원 제1의 재산가이자 판교를 지역구로 둔 정치인의 취재원 추궁은 질문당하는 기자한테는 위협으로, 적어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권력자가 비판적 기사의 취재원을 색출하려는 이유는 그를 처벌하거나 공격해 비판 세력의 확산을 막고 대중에게 두려움을 심어 저항 의지를 짓밟기 위해서다. 기자에게 취재원을 자백하라는 압박은 독재국가나 전체주의에서나 있을 법한 자유에 대한 폭력이다. 언론의 자유는 자유를 있게 하는 자유다. 자유의 샘이다. 역사에서 절대 권력은 언제나 언론을 먼저 길들이려 했다. 말과 글만 틀어막으면 다른 자유가 샘솟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말과 글을 평생 밥벌이로 살아온 기자이기에 같은 이유로 김병관 의원에게 전한다. “기자는 취재원을 생명처럼 지킬 것이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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