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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실업자 15만명 … 실업급여 최단기간 5조 돌파

6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못 구한 ‘장기 실업자’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취업을 포기한 ‘구직단념자’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 한파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구직→취업 실패→장기 실업→구직 단념’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실업자 수는 111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만1000명 늘었다. 비교 가능한 통계가 제공되는 최근 19년 새 가장 많은 수치로, 월평균 실업자 수가 110만명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어지면서 1∼9월 기준 장기 실업자 수는 평균 15만2000명으로 1만명 늘었다. 외환위기의 충격이 남아 있던 2000년 1∼9월 장기 실업자(14만2000명)보다도 많다.
 
이처럼 일자리 상황이 나빠지자 구직활동을 포기한 구직단념자는 51만6000명으로 3만1000명 증가했다.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통계를 집계한 2014년 이후 가장 많다. 구직단념자는 취업을 원하고 취업 가능성이 있지만 노동시장과 관련된 이유로 최근 4주 동안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이런 취업난은 실업급여 지급 급증으로 이어졌다. 한국고용정보통계원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실업급여 지급액은 약 5조37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지급한 실업급여(약 4조929억원)보다 9448억원(23.1%) 많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는 조선·자동차 등 제조업 구조조정, 건설 경기 부진 등의 여파로 고용 한파가 장기간 지속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 2월(전년 대비 10만4000명) 이후 계속 10만명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월평균이 31만6000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용 참사’ 수준이다.
 
여기에 각종 거시 지표마저 덩달아 나빠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분기 연속 0%대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투자에 몸을 사리면서 고용창출력이 큰 건설·설비투자 지표도 계속 악화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다음 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0.4를 기록, 올해 들어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 수치가 100에 미달할수록 향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경제 전반의 추가 채용 여력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앞으로다. 경기 침체로 취업 실패가 반복되면 구직자는 장기 실업자가 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체념하고 일자리 구하기를 포기하면 구직단념자가 되기 때문이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중국을 포함해 글로벌 경기 침체 징후도 뚜렷하게 보여 경기 하강 국면에 대응할 수 있는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정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지난해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를 늘리겠다면 쏟아부은 일자리 예산만 50조원이 넘는다. 그러나 통계가 말해주듯 고용여건은 개선되기는커녕 악화일로다.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에 진입하고 있는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국과 달리 유독 한국만 바닥을 기고 있다.
 
정부는 결국 고용 대란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 인턴 등을 활용해 농촌 생활환경 정비, 라돈 측정 등 5만9000개의 맞춤형 일자리를 연내에 직접 만들기로 했다. 재정을 풀어서라도 취약 계층 일자리 확충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지속 가능성 없는 2~3개월짜리 단기 일자리가 근본적인 고용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에 기댄 일자리는 오래가지도 못할뿐더러, 일자리 통계 수치를 좋게 만들기 위해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난을 받기 쉽다”라며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없는 한, 내년 최저임금이 또 오르는 상황에서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이 추가 채용에 나설지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손해용·김도년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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