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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현대차 1대당 36만원 벌 때, 도요타는 279만원

현대차그룹 앞. [연합뉴스]

현대차그룹 앞. [연합뉴스]

중앙일보가 28일 신한금융투자와 함께 10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영업이익률을 비교한 결과 현대차그룹이 주요 완성차 업체 중 꼴찌를 기록했다. 8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면서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을 뜻한다. 자동차를 판매해 번 돈에서 비용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벌어들인 돈의 비율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률(4.7%)은 글로벌 10대 완성차 업체 가운데 일곱 번째였다. 하지만 올해엔 현대차(1.2%)·기아차(0.8%·두 업체 모두 3분기 기준)보다 영업이익률이 낮은 완성차 업체가 없었다.
 
BMW(11.0%)·도요타(9.3%)는 현대차그룹보다 영업이익률이 10배나 높다. 3000만원짜리 승용차 1대를 팔았을 때 현대차가 36만원을 벌면 도요타는 279만원을 벌었다는 뜻이다. 판매 대수만 보면 현대차그룹이 경쟁사보다 크게 안 팔리는 건 아니다. 현대차의 3분기(7~9월) 판매량(112만1228대)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다. 기아차(68만5396대)를 더하면 현대차그룹은 세계 4대 완성차 업체가 된다. 하지만 실속은 적다. 도요타는 3개월 동안(올 2분기 기준) 6조9600억원(6826억 엔)을 벌었지만, 현대·기아차가 번 돈(4662억원·3분기 기준)은 도요타의 6.7%에 불과하다.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률은 2013년 9.2%에서 2016년 5.5%, 올 상반기 3.5%로 떨어졌고, 올 3분기 1.05%까지 내려앉았다. 여러 요인이 있다. 2012년 10.5%였던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5.0%로, 같은 기간 미국 시장 점유율은 8.7%에서 7.4%로 꺾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에선 눈높이가 높아진 중국 소비자들에게 ‘토종 브랜드보다 비싸지만 일본·유럽 브랜드만큼 매력적이지 않은’ 차로 여겨졌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높아진 미국 시장에선 세단만 고집한 게 패착이 됐다. 최대 시장인 두 곳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인센티브(딜러에게 주는 판매촉진비)가 늘었다. 그만큼 이익이 줄었다.
 
고질적인 고비용 구조도 발목을 잡았다. 한국 자동차산업 평균임금(2017년)은 9072만원으로 일본 도요타(8344만원), 독일 폴크스바겐(8487만원)보다 높다. 매출액 대비 임금비중은 12.29%로 도요타(5.85%)와 폴크스바겐(9.95%)을 뛰어넘는다. 현대차그룹 전속업체(계열사) 중심인 부품공급망도 원가 증가의 원인이다. 2010년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은 도요타가 부품업체와의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해 20% 넘는 원가절감에 성공한 것과 비교된다. 자동차 내 전장부품의 증가로 조달 비용은 계속 올라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역주행’이 어제오늘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글로벌 800만 대(2014~2015년) 판매로 몸집을 불렸지만 수년 전부터 들어온 ‘경고등’을 무시한 것이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중국에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보복 여파로 결정적 타격을 입긴 했지만, 그전에 이미 적신호가 들어온 상태였다.  
 
“현대차, 생산 유연하게 하고 상시 비용절감 체제 만들어야”
 
3년 연속(2012~2014년) 두 자릿수였던 현대차그룹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5년 8.9%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지난해까지 중국 내 생산시설을 270만 대로 늘렸다. 판매가 급감하면서 공장 가동률은 70% 밑으로 떨어졌다.
 
규모의 경제에 집착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른바 2010년 도요타 리콜 사태, 2015년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 등으로 경쟁자들이 휘청대는 사이 ‘글로벌 1000만 대’를 달성하려는 의도에 자동차 업계의 시장 판도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2015년부터 몸집을 줄이고 모빌리티 서비스와 자율주행기술 등에 눈을 돌렸다. 돈이 안 되는 시장은 과감하게 버렸다. GM은 호주·유럽 시장에서 철수하고 덩치도 2011년 1위(글로벌 판매 대수 기준)에서 지난해 4위까지 의도적으로 줄였다. 2016년 자율주행업체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해 자율주행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모색 중이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이미 구글(웨이모)·바이두(아폴로 프로젝트) 같은 정보기술(IT) 업체와 GM(수퍼 크루즈)·다임러-보쉬 등 완성차 업체 간 자율주행 플랫폼 경쟁이 시작됐다”며 “현대차도 이젠 주요 플랫폼 진영에 참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자율주행 부문 경쟁력을 평가하는 ‘내비건트 리서치’ 올해 보고서에서 현대차그룹은 14개 완성차 업체 가운데 13위를 기록했다.  
 
내비건트 리서치는 ‘실행력’과 ‘협업’을 주요 평가항목으로 삼고 있는데, 현대차그룹은 두 항목 모두 40점대로 낙제점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몸집을 줄이고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미래차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임은영 삼성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고도 성장기엔 규모의 경제가 유리했지만, 이젠 조직을 유연화하고 사업부별로 독자 경쟁을 하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적정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라인업을 유지하면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나 연구개발(R&D) 투자로 미래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진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은 “전속거래를 통해 대형 부품사 성장을 막고 경쟁력을 떨어뜨린 것도 실적 악화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조직을 유연하게 바꾸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며 “내년 기아차 인도 공장까지 준공하면 글로벌 940만 대 체제가 되는데,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고 재고를 최소화하는 등 상시 비용절감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 센터장은 이어 “노조의 반대로 실행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공도동망(共倒同亡)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현·문희철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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