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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마크]'똘끼' 때문에 유치원 폭로?···박용진 "나도 무서웠다"

밀착마크
 

'가장 잘 나가는 비주류.'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박용진(47) 의원을 평가하는 표현 중 하나다. 민주노동당 출신의 비주류로 분류되지만,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민주당의 최일선에 섰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가 그의 유치원 비리 폭로를 이번 국감의 최고 업적으로 꼽을 정도로 당의 간판이 됐다. 게다가 여당 의원임에도 ‘유은혜 교육부’와 ‘진보 교육감’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유치원 비리를 알고도 쉬쉬했다는 지적을 망설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네 편 내 편 안 가리는 ‘똘끼’가 그를 ‘유치원 열사’로 만들었다는 말도 나온다. 박 의원의 저력이 어디서 나왔는지 더 가까이서 밀착마크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사실 두렵고 무서웠다” 
지난 22일 아침 방송을 마치고 나오는 박 의원을 광화문 부근에서 만났다. 국회로 가는 그의 승합차에 함께 올랐다. 차 안에는 감기약, 축의금 봉투 등이 있었다. 그는 하루 4~5시간 밖에 못 잔다면서 구두를 벗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흰머리가 제법 많았다.
 
180cm 키에 건장한 체구인 그가 한 첫 마디는 “두렵고 무서웠다”였다. 지난 11일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후 사립유치원 설립자들과 그 조직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유치원연합회의 반발이 부담스럽진 않았나.
속으론 머뭇머뭇했다. 주저하는 걸 봤으면 ‘자식, 쪼잔하다’고 했을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센가.
엄청나다. 출처를 알 수 없는 협박성 문자도 온다.
폭로한 이유는.
아이들을 위해 용기를 내기로 했다.
유치원 쪽에선 뭐라고 하나.
박용진은 원래 좌파다, 민노당 출신이라고 색깔론을 편다. 그게 제 약점이라고 보는 거다. 그런데 난 민노당 출신인 게 자랑스럽다. 그리고 좌파가 아니라 좌파 할아비, 우파 할머니가 오더라도 이런 일은 해야 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대전, 대구광역시, 강원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대전, 대구광역시, 강원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중앙포토]

 
"언론도 국민도 곧 다른 이슈로 갈 것"
유치원 비리 폭로의 파장은 컸다. 지난 19일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후원금이 쏟아져 들어온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주로 누구누구 엄마라고 하면서 5000원, 만원씩 들어오는데 금세 1억원을 넘겼다”고 말했다.
 
동시에 걱정거리도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그에게 법적 대응(명예훼손 등)을 예고했다. 
 
박 의원은 “고 노회찬 전 의원은 떡값 검사 이름을 공개했다가 결국 본인만 의원직을 잃었다”고 했다. 순간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노 전 의원은 2005년 ‘떡값 검사’ 명단을 담은 자료를 국회 기자실에서 배포하고 자신의 홈페이지에도 공개했지만, 대법원은 정당한 행위가 아니라며 2013년 유죄를 확정했다.
 
박 의원은 “시간이 지나면 언론은 다른 이슈를 찾아갈 것이다. 국민들도 분노할 게 많다”고 말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유치원 비리 근절을 하루라도 빨리 법제화해야 한다”고 했다.
 
오전 11시 승합차가 국회에 도착했다. 같은 당 3선인 정성호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의원회관 6층에서 마주쳤다.
 
▶박 의원=“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정 의원=“이번 국감은 박용진 국감이야. 용기 있는 폭로였어.”
▶박 의원=“기재부에서 저희 동네(서울 강북을)로 예산 좀 많이 보내라고 해주세요.”
▶정 의원=“다 들어줄 테니까 힘내슈.”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안에 걸려 있는 액자들. 16대 총선 때는 민주노동당 후보로, 18대 총선 때는 진보신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20대 총선에는 지금의 민주당 후보로 나가 당선됐다. 현일훈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안에 걸려 있는 액자들. 16대 총선 때는 민주노동당 후보로, 18대 총선 때는 진보신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20대 총선에는 지금의 민주당 후보로 나가 당선됐다. 현일훈 기자

 
민노당에서 변절?…“원칙 안 팔아먹어”
박 의원 집무실에는 선거 포스터 3개가 벽에 붙어 있었다. ‘민주노동당 기호 5번’ ‘진보신당 기호 6번’ ‘더불어민주당 기호 2번’. 순서대로 16ㆍ18ㆍ20대 총선 당시 그가 속한 정당과 기호였다.
 
“왜 낙선했던 민노당 계열의 포스터까지 붙여놨냐”고 물었더니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잊지 않으려고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민노당 출신이란 꼬리표 탓에 당내 비주류 취급을 받아온 그의 오기였을까. 
 
민노당 대변인까지 했던 그가 왜 민주당으로 온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박 의원은 “돌을 맞았고 배신자라는 소리도 들었다. 상처를 많이 입었다”며 2011년 탈당 당시를 회상했다.
 
왜 민주당으로 넘어왔나.
세상을 바꾸는 게 정치다. 그런데 민노당은 10년 동안 세상을 바꾸자는 주장만 했다. 
민노당 때와 비교하면 생각이 변했나.
당연하다. 내 신념, 명분을 지키려고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다. 내가 좀 손해 보고 상처를 입더라도 무언가 결과물을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게 정치의 본업이다. 그걸 깨달은 거다. 물론 박용진이 뭐 원칙 팔아 먹어가면서 일하진 않는다.
 
“민주당 주류가 되고 싶다”
박 의원은 노동 문제에 주목한 PD(민중민주) 계열 운동권 출신이다. 지금도 정치를 함께했던 권영길·단병호·이수호 등 전 민주노총 위원장들과 여전히 가깝게 지낸다고 했다. 스스로를 “합리적 진보”라고 표현했다.
 
이제는 민주당 주류가 되는 건가.
민노당 출신으로 비주류, 미운 오리새끼였는데… 당연히 주류가 되고 싶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민주당에 와서도 대통령이 될 때까지 비주류였다. 당장 비주류라는 평가에 개의치 않으려고 한다.
 
그는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으로 온 2011년 12월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당시 “노무현의 이름을 팔면서 노동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이들은 정치를 떠나야 한다”고 '노무현 정신'을 강조한 바 있다.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가 됐다.
당에 백조가 어딨나. 다 오리들이다. 하하하.
 
박 의원의 다음 일정은 교육계 인사들과 ‘학교 밖 아이들’ 관련 간담회 및 오찬이었다. 간담회 자리에선 사진을 함께 찍자는 요청이 많았다. 그는 “요새 알아봐 주는 분들이 많다. 기분은 좋지만, 부담도 크다”고 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교육계 인사들과 '학교밖 아이들'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현일훈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교육계 인사들과 '학교밖 아이들'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현일훈 기자

 
“최종 목표는 세상 바꾸는 대통령 아니겠나”
행사가 끝난 뒤 의원실에서 다시 만난 박 의원에게 앞으로 당내에서의 역할과 포부를 물었다. 박 의원은 “지금은 민주당이 내 준거의 틀”이라며 “하지만 민주당이라고 하는 거함이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면 내 비록 작은 노라도 저어서 움직이게 하는 게 내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당 출신의 한계가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민주당은 다양한 정치 세력을 담아내는 용광로 같은 곳이다.
정치인으로서 최종 목표는.
세상을 바꾸는 일을 가장 정확하게 해낼 수 있는 자리, 현재로썬 대통령 아니겠나.
 
박 의원은 자신의 강점으로 ‘정치적 균형 감각’을 얘기했다. 그는 "진영을 가르지 않으려고 한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장제원 의원하고도 친하다”면서 “대변인을 오래 해서 돌아가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거의 매일 일기를 쓴다고 했다. 자신에게 솔직해지기 위해서란다. 겁이 날 때는 “용기를 달라”고 기도를 한다고도 했다. 소소한 질문을 던져봤다.
 
어릴 적 꿈은 뭐였나.
군인이었다. 대학(성균관대 사회학과) 들어갈 때는 기자. 정의로운 존재 같았거든.
아버지는 어떤 분.
대공 형사였다. 아들은 데모만 하는데. 아버지가 고생이 많으셨다.  
종교는.
가톨릭이다. 세례명이 베드로다. 예수께서 사람을 낚는 어부를 시켜주겠다고 했거든. 나도 그런 정치인이 되고 싶어서 정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과 박용진 의원이 지난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공공성 강화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과 박용진 의원이 지난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공공성 강화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부 발표엔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
지난 25일 정부는 유치원 종합대책을 내놨다. 박 의원은 “뒤늦게나마 다행스럽다”면서도 “아쉬운 건 70~80%는 교육부가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입장문을 냈다.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해 발의한 ‘박용진 3법’을 언급하면서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이 법률안은 사립 유치원에 주는 지원금을 부정 사용하다가 적발될 경우 처벌과 환수가 가능하게 하는 게 골자다. 비리 유치원이 간판만 바꿔 다시 여는 것도 막고 있다. 입법화 단계를 밟기 위해 오는 31일에는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대안 마련 정책토론회’도 연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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