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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도 전시도 ‘비주얼 갑’이 뜬다”…인스타그램이 바꾼 것

최근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가 연말께 미국 뉴욕시 플랫아이언 지역에 들어설 장난감 가게를 소개했습니다. 1021㎡(약 306평) 규모의 ‘캠프’란 곳인데요. 바다, 정글 등 테마를 바꿔가며 꾸밀 매장 뒤편의 특별한 공간 때문입니다. 테마에 따라 파는 장난감도 달라진다는데요.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보고 체험할 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르피가로는 이곳을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하다”고 표현했는데요.  
 
업계를 망라하고 인스타그래머블 열풍이 거셉니다. 사진과 동영상에 기반한 소셜미디어(SNS)인 인스타그램과 ‘할 수 있는(able)’을 합한 신조어이지요.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것’이란 뜻으로 글로벌 마케팅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먹거리는 ‘맛보다 멋’이라고 시각적 요소가 중요해졌고, 무엇이든 인스타그램용 인증 사진을 찍게 해야 장사가 된다는 얘기이지요. 참고로 전 세계 인스타그램 월 이용자는 10억명을 넘습니다.
 
미국에서 최근 폐업하는 소매점이 속출하는 가운데 이처럼 인스타그래머들을 제대로 공략한 곳들은 되레 활황을 누리고 있는 분위기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바 있습니다. 세계 곳곳의 인스타그래머블 성지, [알쓸신세-고 보면 모 있는 기한 계뉴스]에서 살펴볼까요.
 
“이건 찍어야 해!”…눈 호강 비주얼로 승부
 
르피가로는 “지난 2년간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LA) 등 미국의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체험 공간이 실제 비즈니스가 된 곳’들이 빠르게 퍼져나갔다”고 보도했습니다. 주된 목적은 “(고객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대한 자부심을 더해주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죠.  
 ‘드럭스토어’. [사진 인스타그램]

‘드럭스토어’. [사진 인스타그램]

NYT가 이른바 ‘셀피(셀카) 프렌들리’하다며 소개한 곳은 지난달 뉴욕 맨해튼의 최고 부촌인 트라이베카에 오픈한 ‘드럭스토어’ 입니다. ‘더티 레몬’이란 브랜드의 건강음료를 파는 곳이죠. 
 
높은 천장에 사람 키만 한 식물, 전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대형 거울 등 매장 인테리어뿐 아니라 특별한 경험을 팔고 있어 인스타그래머블 성지로 꼽힙니다. 이곳은 캐시어(계산원)를 포함해 직원이 없는 무인 상점인데요. 
‘드럭스토어’에서 문자를 통해 계산하는 고객 모습. [사진 뉴욕타임스(NYT)]

‘드럭스토어’에서 문자를 통해 계산하는 고객 모습. [사진 뉴욕타임스(NYT)]

매장에 들어서면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병을 챙긴 뒤 우리에게 문자 보내세요”란 메시지가 떠 있습니다. 원하는 음료를 골라 안내된 번호로 문자를 보내면 24시간 대기 중인 요원이 답장을 주지요. 다시 이름과 이메일, 카드정보 등을 보내면 결제가 끝납니다. 이른바 ‘어너 시스템(명예제도)’입니다. 
 
“우리 고객들은 주로 젊은 여성층이다. 이들은 계속해서 사라고만 강요하는 마케팅에 질렸다. 차라리 몸소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에 끌린다”는 게 드럭스토어를 운영하는 자크 노르만딘의 말입니다. 연간 400만 달러(약 45억300만원)에 달하는 디지털 광고 예산 대부분을 오프라인 점포 쪽에 쓰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하지요.
 
영국 맨체스터에 있는 ‘에블린스 카페 바’의 매니저인 앵구스 프라이드도 노르만딘의 지론에 동의합니다. “‘인스타(그램) 프렌들리’는 이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핵심이 되었다”고 프라이드는 얘기합니다. 이곳 역시 천장에 매달려 길게 늘어지는 식물과 화사한 조명, 벽돌로 이뤄진 벽 등 매장 디자인이 인스타그래머들의 발길을 끌고 있습니다.  
 ‘에블린스 카페 바’. [사진 인스타그램]

‘에블린스 카페 바’. [사진 인스타그램]

셰프들도 ‘사진발’ 받는 메뉴 개발에 푹 빠져 있습니다. 이 덕에 탄생한 것들이 무지개 베이글, 유니콘 아이스크림 등입니다. 
 
뉴욕 맨해튼의 ‘블랙 탭’이라는 곳에도 명물이 있는데요. 대표 메뉴인 햄버거가 아닌 ‘크레이지 셰이크’라 불리는 밀크 셰이크입니다. 15 달러(약 1만7000원)에 팔리는 이 셰이크에는 사탕, 쿠키, 프레첼, 솜사탕, 심지어 케이크 조각까지 토핑으로 올라가 한 잔당 1600칼로리가 넘는다고 하지요. 기본 1시간 정도는 줄을 서야 먹을 수 있을 만큼 인기입니다. 
 ‘크레이지 셰아크’. [사진 비지니스 인사이더]

‘크레이지 셰아크’. [사진 비지니스 인사이더]

패션업에 몸담았던 20대 한 여성이 뉴욕에 차린 ‘플라워 샵’이란 빵집의 6단짜리 알록달록한 무지개 케이크도 빼놓을 수 없지요. 자르면 알갱이로 된 과자가 폭탄 터지듯 쏟아져 나와 ‘폭발하는 케이크’란 이름이 붙었죠. 킴 카다시안 등 셀럽들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리며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봤답니다. 
‘폭발하는 케이크’. [사진 데일리 메일]

‘폭발하는 케이크’. [사진 데일리 메일]

 
영국 런던에선 손님의 얼굴을 커피 위에 그려 넣는 ‘셀피치노(Selfieccino)’가 등장해 인기몰이했습니다. 옥스퍼드 거리의 ‘티 테라스’에 가서 사진을 찍은 뒤 바리스타에게 전송하면 카푸치노나 핫 초콜릿에 토핑 뿌리듯 그려줍니다. 흔히 볼 수 있는 거품으로 하트 등의 모양을 내는 커피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지요.
 
문을 연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SNS에는 해시태그 ‘#selfieccino’가 남겨진 수천 개의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카페 사장인 에합 쇼울리는 “식사는 더이상 훌륭한 음식과 음료를 먹는 것에 관한 게 아니다. 인스타그램에 기록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만드는 모든 것”이라고 말합니다.
영국 런던에서 히트를 친 ‘셀피치노(Selfieccino)’. [사진 유튜브]

영국 런던에서 히트를 친 ‘셀피치노(Selfieccino)’. [사진 유튜브]

전시회도 콘셉트로 인증샷 부르는 곳이 인기
팝업 전시회 ‘에그하우스’. [사진 월스트리트저널(WSJ)]

팝업 전시회 ‘에그하우스’. [사진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 사는 캐시 페드래이스는 올 초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라왔던 사진 때문에 뉴욕에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19 달러(약 2만1700원)짜리 티켓을 끊고 들어가는 ‘에그 하우스’를 다녀온 이들이 올린 것이었죠. 12주간 달걀을 주제로 열렸던 팝업 전시회인데요. 노른자와 흰자를 풀어놓은 것 같은 풀장과 대형 달걀판 등 전시 공간 자체를 포토존처럼 구성한 일종의 ‘비주얼 전시’라 보면 됩니다. 개성 넘치는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았죠. 주말에만 평균 900명씩 찾을 만큼 화제였습니다.
 
SNS가 예술작품을 그저 눈으로 감상하는 전시 형태마저 체험형으로 바꾼 셈인데요. 아이스크림 박물관, 캔디토피아, 컬러팩토리 등이 모두 이런 곳입니다.
‘로제맨션’. [사진 인스타그램]

‘로제맨션’. [사진 인스타그램]

여름에 문 열었던 팝업 와인 박물관 ‘로제 맨션’도 테마를 갖춘 14개의 방이 인스타그래머들을 홀렸지요. 
 
5만원가량 내고 입장하면 8개국의 로제 와인을 맛볼 수 있고, 역사도 볼 수 있습니다. 핵심은 역시 인스타그래머블하단 점인데요. 스파클링 와인 룸에선 샴페인으로 이뤄진 대형 분수를 볼 수 있고, 거대한 샹들리에, 분홍색 모래, 장미와 플라밍고 등으로 꾸며 인스타그램 파라다이스라고도 불린다지요.
 
‘로제맨션’. [사진 CNN]

‘로제맨션’. [사진 CNN]

최근 미국 브루클린에 들어선 세계 최초 피자 박물관은 오픈 전부터 1만장의 티켓이 팔려나갔습니다. 이곳은 여러 아티스트가 참여해 입소문이 더 자자했지요. 가수이자 영화 제작자인 아담 그린은 ‘피자 비치’란 룸을 설계했습니다. 피자 슬라이스로 만든 태양, 야자수 등을 특징으로 합니다. 특히 기네스 기록을 보유한 스콧 웨이너의 100조각짜리 피자 박스가 전시돼 있다고 하지요. 
뉴욕에서 문 열었던 ‘컬러팩토리’. [사진 CNN]

뉴욕에서 문 열었던 ‘컬러팩토리’. [사진 CNN]

오피스도 탈바꿈 
 
사무실은 웬만해선 오래 있고 싶은 공간이 아닐 텐데요. 무겁고 딱딱한 분위기가 특히 한몫할 겁니다.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 직원이라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여권 없이 세상을 여행하는 것 같다.” 싱가포르 세실 스트리트에 있는 에어비앤비 사무실을 방문한 이들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싱가포르 에어비앤비 사무실 중 터키 카파도키아를 테마로 한 미팅룸. [사진 에어비앤비]

싱가포르 에어비앤비 사무실 중 터키 카파도키아를 테마로 한 미팅룸. [사진 에어비앤비]

13개의 미팅룸은 터키, 스리랑카, 중국, 홍콩 등 각국에 있는 실제 에어비앤비 숙소와 같은 모습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 파리 소재 바티뇰에 있는 아파트 모습을 그대로 본뜬 방이 가장 인기가 높다고 하죠.
그래픽 소프트웨어업체 어도비시스템스 사무실도 마찬가집니다. 벽면을 뚫고 나오는 돼지 조형물이 대표적이죠. “창의적이고 편안하다고 느낄 때 직원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환경이 혁신과 협업을 강화해 더 나은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게 어도비 소속 릭 클라인의 말입니다. 
 
어도비시스템즈 사무실. [월스트리트저널(WSJ)]

어도비시스템즈 사무실. [월스트리트저널(WSJ)]

미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 역시 셀카를 위한 스폿을 사무실 곳곳에 마련해두었습니다. 회사 이미지를 높이고 구직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SNS 친화적으로 탈바꿈하는 글로벌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지요. 인스타그래머블이 트렌드를 넘어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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