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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발레 넘어 현대 무용으로 무대를 확장하다

발레리나 출신 문화학 박사가 본 자하로바의 삶과 춤의 결 
상페테르부르크의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아모레 프로젝트’를 공연하는 자하로바. [TASS=연합뉴스]

상페테르부르크의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아모레 프로젝트’를 공연하는 자하로바. [TASS=연합뉴스]

발레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조금이나마 발레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바로 스베틀라나 자하로바다. 백조와 같은 우아한 목선, 무심한 듯 특별한 표정, 아름다운 신체 구조와 비율이 돋보이는 이 발레리나의 이름 앞에 붙는 ‘세계 최고의 발레스타’ ‘발레계의 살아있는 전설’ 같은 수식어는 이 시대 발레계에서 그녀가 차지하고 있는 지위와 명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1979년 6월 우크라이나의 작은 마을에서 출생한 자하로바는 10세가 되던 89년 수도 키예프의 발레학교에 입학해 무용수로서 첫걸음을 내딛었다. 6학년이 되었을 즈음 러시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바가노바 국제콩쿠르에서 당당히 2위에 입상했다. 그녀가 이 대회에서 보여준 천부적 재능은 지금도 변함없이 러시아 최고의 발레학교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바가노바 발레아카데미에 입성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졌다. 게다가 한 학년 월반해 바로 졸업반으로 편입했는데, 이는 바가노바 발레학교 300여 년 역사상 유례없던 일이었다고 한다.  
 
발레아카데미 졸업 후, 자하로바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하며 직업 무용수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코르드 발레(군무)로 발레단 생활을 시작하는 여느 발레리나들과 달리, 그녀는 소군무의 주역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18세의 나이에는 이미 ‘라 바야데르’ ‘백조의 호수’ ‘지젤’ 등 고전발레 대부분의 작품에서 프리마돈나로 활약하고 있었다. 마린스키의 간판스타 자하로바를 통해 형상화되는 고전발레 속 서정적 주인공들은 자하로바의 가냘픈 외모가 뿜어내는 여성성과 수준 높은 테크닉적 기량을 통해 무대에 현신했다.  
 
마린스키와 볼쇼이 양대 발레단 모두 섭렵
라 바야데르’ 중에서 ⓒDamir Yusupov

라 바야데르’ 중에서 ⓒDamir Yusupov

2003년, 자하로바의 예술적 변화를 암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아티스트로서 고향과도 같은 마린스키를 떠나 볼쇼이로 활동의 근거지를 옮긴 것이다. 자하로바의 발레단 이적은 단순히 그녀의 일상적·예술적 삶의 터전이 변화되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녀가 상이한 두 가지 러시아 발레 스타일, 이른바 모스크바 스타일과 페테르부르크 스타일을 모두 체험하게 되었음을 의미하며, 곧 그녀의 예술세계에 중요한 첫 번째 전환기였다.  
 
자하로바가 모스크바에서 선보인 레퍼토리들은, 그녀가 마린스키에서 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클래식발레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마린스키의 것과는 또 다른 볼쇼이의 양식과 색채를 갖는 작품들이었다.  
 
양자의 차이를 굳이 구분하자면, 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발레는 러시아 혁명 전 황실 발레의 전통성과 순수성을 표방하면서 유럽 전통의 형식과 모티프가 총체적으로 흡수된, 세련미가 강조된 발레로 평가된다. 반면 볼쇼이발레는 대다수의 발레 비평가들이 마린스키가 지향했던 ‘유럽적 경향에 대한 저항’이라고 지적하듯 유럽이나 페테르부르크 등 외부의 영향에서 탈피한, 볼쇼이발레가 독자적으로 확립한 예술 경향을 갖는다. 33년간 볼쇼이를 이끌었던 예술 감독 유리 그리고로비치(Yury Grigorovich)가 자하로바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면서 그녀가 만들어낸 ‘스파르타쿠스’의 무대를 떠올렸듯, 자하로바는 이곳에서 마린스키와는 또 다른 볼쇼이 방식의 ‘강렬한 발레’를 습득, 소화하게 된다.  
 
20여 년에 걸쳐 마린스키 발레와 볼쇼이 발레를 모두 경험하면서, 자하로바는 또한 전 세계 각지에서 순회공연을 펼치며 세계적 명성을 쌓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워싱턴 케네디 센터, 파리 샤틀레, 아테네의 메가론 등 세계 굴지의 무대에 올랐으며, 다양한 갈라 콘서트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핫팬츠에 맨발도 ‘자하로바 스타일의 춤’ 구현
그녀는 올해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되었다. 그 사이 유능한 바이올리니스트를 만나 가정을 꾸렸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간혹 언론은 그녀에게 은퇴 관련 계획을 묻기도 하지만, 사실 얼마 전 그녀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고, 그 어느 때보다 큰 열정을 담아 춤추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바로 ‘아모레(Amore)’라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말이다.  
 
2015년, 자하로바는 자신의 예술적 감각과 취향을 총체적으로 응집시킨 ‘자하로바표 발레’를 선보이기 위해 세계적인 저명 안무가들과 공동 작업을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발레 안무가 유리 포소호프(Yury Posokhov), 비엔나의 패트릭 드 바나(Patrick de Bana), 아일랜드 및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마르게리트 돈론(Margerite Donlon)이 그녀의 작업에 동참했다. 그 이듬해에는 그녀를 위한, 그녀에 의한 1막 발레 세 편 ‘비는 아직 내리지 않았네’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 ‘꼬리의 선’이 세상에 공개되었다.  
 
그런데 이 작품들은 여러 측면에서 파격적인  실험이었다. 늘 로맨틱 튀튀를 걸치고 무대 위에서 부유하던 자하로바가 ‘아모레’ 공연에서는 핫팬츠에 재킷 차림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토슈즈를 벗은 채 무대를 누비기도 한다. 즉 환상적 피조물들이 존재하는 클래식의 세계에서 천상의 아름다움을 선보였던 그녀가 이제는 고전발레의 제한적 양식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신체 동작의 어조를 발견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춤들을 통해 자하로바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그것은 바로 ‘아모레’, 사랑이다. 그녀는 사랑이라는 인간의 순수하고 고결한 감정과 함께 그 이면의 거짓, 배신, 파멸과 같은 현실적 세계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사건들을 무대 위에 형상화하고 있으며, 그로부터 발생하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더 이상 낭만적이고 초월적인 고전발레 식의 사랑이 아닌, 인간의 현실적이고 보편적인 삶 속에서 피고 지는 애달픈 우리네 사랑의 감정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그녀는 삶의 매 순간 전진해 왔으며, 변신을 거듭해 왔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현존하는 최고의 클래식 발레리나, 컨템포러리 댄서, 현대 안무가로 불리며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그녀가 형성해 온 삶의 궤적과 예술적 성취는 그녀가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예술가’ 혹은 ‘발레계의 거장’으로 대중에게 불리는 것이 전혀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글 신혜조 중앙대 외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  사진 유니버설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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