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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출용 클론들의 사랑과 몸부림

나를 보내지마

나를 보내지마

나를 보내지마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민음사
 
지난해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장편소설이다. 그의 최고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으나 개성적인 문학세계를 충분히 보여주는 소설이다. 흘러간 지난날에 대한 향수와 고통, SF적인 요소, 결국은 지금 이곳으로 돌아와 우리 얘기를 하는 특유의 문학연금술 말이다.
 
2005년 출간돼 타임지가 선정한 100대 영문소설로 직행했고, 2010년 가슴 저릿한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또 한 명의 노벨상 작가를 배출했다며 좋아했던 일본에서는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다양하게 문화콘텐트로 변주돼 왔으니 웬만큼 줄거리를 얘기해도 스포일러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현대의 영국, 헤일셤이라는 기숙 학교 출신 세 인물의 슬픈 성장기인데, 성장기라고 하기 뭣한 것이 성인이 되자마자 이들은 죽을 운명이다. 진짜 인간을 위한 장기를 생산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복제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 성숙하면 아이들의 장기적출이 연거푸 이뤄진다. 주요 장기들을 차츰 떼내 연명 가능성이 사라지면 그야말로 사용할 수 있는 부위별로 해체되는 듯하다. 문제는 이들이 진짜 인간과 정신적, 육체적으로 털끝만큼도 다를 게 없는 ‘사실상’ 인간이라는 점. 짧은 평생 사랑과 배신을 진하게 경험하고(섹스도 한다), 자신의 근원, 생의 의미 같은 본질적인 문제에 매달린다. 이런 알맹이들이 1950년대 흘러간 사랑 노래인, 주디 브릿지워터가 부른 ‘네버 렛 미 고’에 집약돼 있다.  
 
한데 노래가 궁금해 유튜브를 뒤졌더니 나오지 않는다. 나오기는 하는데 소설 이전부터 있었던 노래가 아니다. 소설에서 꾸며낸 노래다. 브릿지워터라는 가수도 존재하지 않는다. 노래는 영화용으로 나중에 만들어진 것이다. 가짜 노래를 진짜처럼 꾸며낸 건 이시구로의 ‘소설적 능청’일 것이다. 순서나 원조가 뭐건 노래의 아름다움은 손상되지 않는다. 진짜 인간과 비교해 결정적으로 유한해서 슬픈 클론들의 사랑과 몸부림은 느릿한 노래 위로 한없이 구슬프게 읽힌다. 소설의 전율이 더 오래가는 것 같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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