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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낮보다 찬란” 올빼미형 인간의 장점은 창의력

김은기의 바이오토크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은 장수할 수 있다고 한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아침잠은 인생에 가장 큰 낭비“라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은 장수할 수 있다고 한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아침잠은 인생에 가장 큰 낭비“라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평생 잠으로 고생하던 46세 여인이 병원을 찾았다. 그는 새벽 2시, 심하면 5시나 되어야 잠이 든다. 심한 ‘저녁형(올빼미형)’ 수면형태다. 검사 결과 보통 사람보다 수면호르몬(멜라토닌)이 5시간 늦게 나왔다. 그의 가족들도 모두 돌연변이 수면유전자(cRY1)를 가졌다. 저녁형인가 아침형인가는 9개 수면유전자가 14~42% 좌우한다. 나머지는 그 사람이 사는 환경이 결정한다. 밤늦게 퇴근하는 바텐더는 저녁형, 새벽 수영 강사는 아침형이 되기 쉽다. 누가 더 오래 살까.

저녁형, 운동 잘 않고 카페인 즐겨
아침형보다 사망 확률 10% 높아

낮에 햇빛 많이 쬐면 생체시계 리셋
수면 타입은 어느 정도 선택 사항

 
결론은, 저녁형이 불리하다. 올해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연구에 의하면 저녁형 사망률이 10% 높다. 영국인 43만 명(38~73세)은 4그룹(완전아침형(27%), 아침형(35%), 저녁형(29%), 완전저녁형(9%))으로 나뉜다. 이들 중 6.5년 뒤 사망한 1만 명을 조사해 보니 완전저녁형이 아침형보다 사망률이 10% 높았다. 나이·수면시간을 모두 고려한 결과다.
 
국내 연구도 저녁형이 심혈관질환·당뇨병 확률이 1.7배 높고 근육감소증은 3배 많았다. 단순히 몸만 나빠지는 게 아니다. 5632명 대상 국내 대학생 연구에서는 저녁형 우울증·자살률이 1.9배 높았다. 현대아산병원 조사 결과 잠자면서 숨이 거의 멈추는 수면무호흡 증상은 저녁형에 월등히 많았다. 저녁형이 수면의 질까지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저녁형 잠 설치고 우울증·자살률도 1.9배
 
모든 연구 결과는 저녁형이 건강에 불리하다는 결론을 보여 준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그렇게 저녁형이 사회적으로 건강에 불리했으면 인류 진화에서 왜 아직도 저녁형이 아침형과 비슷한 정도로 남아 있을까. 아침형만 남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저녁형은 현대에 생긴 특이한 수면타입일까.
 
아침형·저녁형 판단법
대부분 연구에서는 설문지를 통해 판단한다. 19개 항목(취침 및 기상 시간, 아침 기상 후 30분 동안 식욕·피로감, 밤 11시 피로도, 운동 최적시간, 힘든 작업 최적시간 등)으로 평가한다. 설문지는 수면학회 등에서 볼 수 있다. 심박수, 뇌호르몬(멜라토닌) 측정을 통해 시간에 따른 몸의 실제 변화를 확인하기도 한다.

2017년 영국 더햄대학 연구진이 답을 주었다. 연구진은 현재 아프리카 거주 구석기 인류(하즈다부족) 수면형태를 조사했다. 이들은 지금도 구석기시대처럼 사냥하고 열매 따 먹으며 생활한다. 전기불도 없는 생활이니 모두 같은 시간대에 일찍 잠들 것 같지만 조사결과는 달랐다. 취침시간이 제각각이었다. 즉 밤사이 부족 중에 누군가는 교대로 깨어 있었다. 불침번 역할을 하는 셈이다. 부족이 외부공격에 살아남을 진화적 유리함이다. 즉 구석기시대는 아침형이든 저녁형이든 각각 필요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저녁형이 일찍 죽는 현상이 생겼을까.

 
산업혁명 이후 하루 일정이 정해졌다. 회사든 학교든 아침에 열고 저녁에 닫는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일찍 일어나면 더 많은 시간을 배우고 일하는 데 쓴다. 아침형은 일찍 일어나도 생체리듬에 맞지만 저녁형은 이 시간은 비몽사몽이다. 결국 산업혁명 이후 외부시계는 저녁형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그런 스트레스 때문인가. 저녁형은 카페인 많이 마시고 운동 안 하고 잘 움직이지 않는다. 폭식장애·야식증후군·우울증·자살률이 높다. 그럼 저녁형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아침형으로 바꿀까, 아니면 저녁형 장점을 살리고 건강도 유지할까. 둘 다 가능하다.
 
 
다양한 수면 타입, 인류 진화의 원동력
 
유전적으로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면타입 조정이 가능하다. 내 몸 생체시계를 조금 바꾸어 주면 된다. 생체시계는 크게 3부분이다. 태양빛 세기로 측정하는 ‘바깥시간 확인 장치’, 바깥시간에 맞추어 내 몸에 할 일을 알려주는 ‘호르몬 송신장치’, 그리고 24시간 주기 ‘스톱워치’다. 수면형태는 잠잘 시간에 수면호르몬(멜라토닌)을 일찍(아침형), 제 시간(중간형), 늦게(저녁형) 만드는가에 달려 있다.
 
아침형이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된다. 낮에 태양을 많이 쬘수록 쉽게 바뀐다. 태양빛이 생체시계를 리셋하기 때문이다. 몇 달이면 바뀐다. 실제 2018년 미 버클리대 연구진은 수면문제 있는 저녁형 청소년 176명에게 주 1회 50분씩 수면 중요성, 햇볕 쬐기 등을 심리지도 했다. 9개월 후 이들은 낮에 졸린 현상과 우울증이 각각 22%, 17% 줄었다.  
 
반면 침대에 들어가면 바로 잠드는 바람직한 현상이 늘어났다. 또한 주말·주중 기상시간이 같아져서 아침형 특성으로 바뀌었음을 확인했다. 결국 수면타입은 어느 정도까지는 선택사항이다. 저녁형은 무슨 장점이 있을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전형적인 저녁형이다. 밤 12시까지 서류를 봐도 끄떡없다. 저녁형은 젊은 층, 특히 프리랜서에 많다. 모험을 즐기고 자유분방하다. 독특하다. 저녁형 여성은 모험호르몬(코티솔)이 높다. 이들 특징은 시간·관습에 얽매이지 않는다.
 
다양함은 인류 진화 원동력이다. “아침잠은 인생에 가장 큰 낭비”라는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말은 아침형이 근면하다는 뜻이다. 반면 “밤은 낮보다 더 찬란하게 채색되어 있다”는 빈센트 반 고흐의 말은 저녁형이 창의적이라는 거다.  
 
자유분방, 모험가 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다. 미래 인재들인 저녁형이여, 일찍 죽지 말자. 잠 잘 자고 수시로 운동하자.
 
김은기 인하대 교수 ekkim@inha.ac.kr
서울대 졸업. 미국 조지아공대 공학박사. 한국생물공학회장, 피부소재 국가연구실장(NRL), 창의재단 바이오 문화사업단장 역임. 인하대 바이오융합연구소(www.biocnc.com)를 통해 바이오테크놀로지(BT)를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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