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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마라톤, 중국은 결국 주저앉고 말 것인가?

10월 4일이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Hudson Institute)에서 연설을 했다. 주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정책. 말이 정책이지 내용은 '차이나 배싱(중국 때리기)'이었다.
 
그는 정치, 경제, 외교, 군사, 문화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조근조근 중국을 비난했다. 그의 연설에서 중국은 한마디로 무찔러야 할 '적(敵)'이었다.  

敵!You are my enemy!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우리는 중국이 자유세계가 될 줄 알았다. 그래서 WTO 가입을 지지했고, 중국의 개혁개방을 도왔다. 그러나 중국은 자유와는 거리가 먼 나라가 됐다."
 
"중국은 우리 기술을 도둑질해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AI, 로봇 등에서 우리 기술을 압박하고 있다."
 
"시진핑은 트럼프와 만나 남중국해에서 무력을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남중국해에서는 중국의 무장 함선이 미국 함선을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워싱턴에 개입하려고 하고 있고, 선거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펜스의 이날 연설이 미중 간 새로운 냉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한다. 미중관계의 획을 긋는 연설이기도 하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집권층 생각이 그대로 나타난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의 연설을 꼭 들어봐야 한다. 위 링크를 클릭하시어 꼭 보시기 바란다.  
 
펜스는 왜 신냉전의 포문을 열 곳으로 허드슨연구소를 선택했을까?
허드슨연구소는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다. 공화당의 정책 노선과 닿는다. 무엇보다 그곳에는 주목할 만한 연구센터가 하나 있다. 바로 '중국 전략 센터(Center on Chinese Strategy)'가 그것이다. 이 센터를 이끌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마이클 필스버리다.  
 

He is the leading authorityon China.

트럼프 대통령이 필스버리를 평가한 말이다. "중국에 관한 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인물"이라는 뜻일 게다. 트럼프 중국 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스버리를 봐야 한다. 그는 리처드 닉슨부터 버락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대중국 외교 전략을 자문했던 인물이다. 지금도 국방부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필스버리가 쓴 책 중에 '백년의 마라톤(The Hundred-Year Marathon)'라는 게 있다.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슈퍼파워로 등장하려는 중국의 비밀 전략(China's secret strategy to replace America as the global superpower)'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국내에도 번역 출판되어 있다.
 
100년의 마라톤 [출처 아마존 홈페이지]

100년의 마라톤 [출처 아마존 홈페이지]

그는 중국이 지금 마라톤을 하고 있다고 봤다. 1949년 건국한 중국이 2049년 미국을 대체할 슈퍼파워로 성장하기 위해 긴 여정을 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딱 100년이다. 교묘하다. 시진핑이 미국을 능가할만한 '현대 사회주의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해가 바로 2049년이었다. 시진핑이 설정한 기간과 다르지 않다.
 
필스버리는 책에서 반성한다고 했다.
 

우리가 잘못 알았다. 몸을 낮추던 중국은 그들의 세(勢)가 상대를 능가한다고 판단하면 가차 없이 힘을 과시한다. 그들은 겉으로만 평화적인 척,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척했을 뿐이다. 우리는 이제 그들과 힘겨운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중국에 속았다’는 반성의 고백이자, 앞으로는 절대 속지 않겠다는 맹세이기도 하다. 필스버리는 “나를 포함한 서방 전문가들이 중국을 착각했다"라고 말한다. 애초부터 틀린 가설을 갖고 중국에 접근했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막연한 낙관론이 중국을 키웠고, 머지않아 호되게 당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게 책의 주장이었다.
 
중국을 잘못 읽게 만든 가설, 그것은 무엇일까?  
 
가설 1: 중국을 포용한다면 완벽한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현실: 아니다. 중국은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를 억제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가설 2: 중국이 민주주의 길을 걸을 것이다.  
현실: 아니다. 서방과는 완연히 다른 중국 특유의 ‘권위적 자본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가설 3 : 중국은 무너지기 쉬운 힘이다.  
현실: 아니다. ‘중국 붕괴론’을 믿고 중국을 지원해준 게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가설 4 : 중국은 미국처럼 되고 싶어 한다.  
현실: 아니다. 미국의 오만일뿐이다.  
 
가설 5 : 중국의 강경파는 영향력이 미약하다.  
현실: 아니다. 그들은 건재하며 자유주의 세력을 압도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이 원하는 대로 중국을 생각했고,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중국이 따라올 것으로 기대하고 밀어줬지만 결과는 거꾸로였다’는 얘기다. 중국은 미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속으로 힘을 키우고, 공작을 해왔다. 도광양회(韜光養晦)다.
 
시진핑 시기 들어 중국은 발톱을 드러냈다. 미국에 대해 머리를 꼿꼿이 들고, 얼굴을 마주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 바로 필스버리의 인식이다. 트럼프의 머리에 이식된 중국관이기도 하다.  
 
마이클 필스버리 [출처 CNN 캡쳐]

마이클 필스버리 [출처 CNN 캡쳐]

필스버리는 “중국 싱크탱크들이 2009년 중반부터 ‘미국의 상대적 쇠락이 중국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에서 터진 직후다.  
 

중국의 애국적 학자와 정보기관들은 ‘백년의 마라톤’의 결승선을 예상보다 10년, 심지어 20년 정도 앞당길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주창하고, 일대일로 전략을 내거는 등 일련의 글로벌 공세가 그런 맥락이다.

 
펜스의 10월 4일 연설은 필스버리의 이 같은 생각이 그대로 녹아있다. "필스버리가 펜스의 연설문을 써줬나"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그렇게 미국의 보수 세력들은 '중국 때리기'의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에 속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절대 속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이제 미국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긴 싸움을 시작할 것이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100년 마라톤을 달리는 중국. 주저앉히려는 미국.

트럼프가 일으킨 미중 무역전쟁은 단순한 관세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헤게모니 싸움이라는 게 이 전쟁의 기본 속성이다. 시진핑은 '삐엔(變)'을 기대한다. 버티면 미국에서 먼저 변화가 올 것이라는 희망이다.
 
그러나 공화당 보수 세력의 이 같은 생각은 민주당이 집권한다고 해서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트럼프의 재선 성공 가능성은 높아가고 있다. 펜스는 이렇게 말했다.

My message to Chinese rulers is this. This president will not back down!내가 중국의 지도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금 이 대통령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신냉전은 이미 시작된 게임이다.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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