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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모 잘 모셔야 제맛 나와…맥주 만들기는 고행이더라

기자
황지혜 사진 황지혜
[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2)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면서 맥주는 짝으로 쌓아놓는 이율배반적인 삶을 사는 맥주 덕후. 다양한 맥주를 많이 마시겠다는 사심으로 맥주 콘텐츠 기업 비플랫(Beplat)을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의 다양한 맥주 스타일, 한국의 수제 맥주, 맥주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편집자>
 
H에게 전화가 왔다. 맥주를 만들어 먹자는 것이다. 양조 장비를 빌려주고 재료까지 파는 곳이 있다고 했다. 
 
내가 만든 맥주를 마실 수 있다고? 오늘은 소주만 가져가면 되는 건가. 작년 일본 오키나와 여행에서 오리온 맥주 공장에 방문했던 일을 떠올렸다. 순식간에 병에 맥주가 채워져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착착 나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만든 맥주를 마실 수 있다고? 발효는 뭐고 숙성은 뭐야? 맥주를 어떻게 만드는 건데? [사진 pixabay]

내가 만든 맥주를 마실 수 있다고? 발효는 뭐고 숙성은 뭐야? 맥주를 어떻게 만드는 건데? [사진 pixabay]

 
“오늘 당장은 못 마셔. 발효하고 숙성을 해야지.” H는 또 산통을 깬다. 발효는 뭐고 숙성은 뭐야? 맥주를 어떻게 만드는 건데?
 
알코올을 섞어 만드는 희석식 소주나 발포주가 아닌 이상 모든 술을 만들 때는 발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발효를 통해 술을 술로 만드는 알코올을 얻게 된다. 맥주도 마찬가지다. 발효 과정은 적게는 3~5일에서 일주일이 넘을 수도 있다. 발효 시간과 숙성시키는 기간을 빼면 사실 맥주 양조는 단 몇 시간이면 충분하다.
 
이렇게 중요한 맥주의 발효는 효모(이스트)가 전담한다. 효모는 살아있는 미생물이다. 맥주를 만드는 것은 곧 효모의 비위를 맞춰 ‘효모가 잘 먹고 잘 배출하게’ 하는 과정이다. 말 그대로 양조는 ‘효모를 위한 시간’이다.
 
1. 맥아 파쇄(Milling)와 우려내기(Mashing)
홈브루잉 장비와 재료 [사진 위키미디아 커먼(저자 Northern Brewer)]

홈브루잉 장비와 재료 [사진 위키미디아 커먼(저자 Northern Brewer)]

먼저 맥주의 재료인 보리 맥아(싹튼 보리)를 빻아 60~70℃의 따뜻한 물에 우린다. 맥아에서 당을 추출하기 위한 과정이다. 맥아를 우려내면 엿기름을 밥과 섞어 따뜻한 물을 부어 만든 식혜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 맥주를 만들 때 보리 속 녹말을 당으로 만드는 것은 효모가 섭취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다.
 
2. 끓이기(Boiling)
끓이기. 보리 껍질 등 맥아 찌꺼기를 걸러내고 당이 녹아든 액체를 한 시간 이상 끓인다. [사진 황지혜]

끓이기. 보리 껍질 등 맥아 찌꺼기를 걸러내고 당이 녹아든 액체를 한 시간 이상 끓인다. [사진 황지혜]

보리 껍질 등 맥아 찌꺼기를 걸러내고 당이 녹아든 걸쭉한 액체(맥아즙)를 한 시간 이상 푹푹 끓인다. 끓이면서 안 좋은 냄새가 나는 물질을 날려 보내고 소독도 하기 위해서다. 끓이는 과정에서 맥주의 맛과 향을 내는 중요한 재료인 홉을 넣는다. 대개 여러 가지 홉을 섞어서 쓴다. 이 과정에서 식물인 홉에서 여러 풍미가 빠져나와 액체에 녹아든다. 이때 맥주의 쓴맛도 홉으로부터 나온다.
 
3. 발효시키기(Fermentation)
이 과정에서 대개 맥주의 흥망(?)이 결정된다. 여차하면 오염돼 마실 수 없는 맛이 되거나 발효가 제대로 안 돼 알코올과 거품이 없는 맥주라고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손, 주걱, 발효통 등 맥주가 닿는 모든 곳에 식용 소독액을 수시로 뿌리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먼저 당과 홉 성분이 우러난 액체를 효모가 활동할 수 있는 25℃도 이하로 식힌 후 여기에 효모를 넣는다. 온도를 낮추는 동안 세균·박테리아에 오염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식히는 것이 중요하다. 의도치 않게 세균·박테리아가 번식할 경우 완성된 맥주에서 온갖 냄새를 각오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예민한 미생물인 효모에 집중해야 한다. 처음에는 산소를 충분하게 공급해준다. 효모가 번식하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발효하는 기간 내내 효모가 잘 활동할 수 있는 온도를 잘 맞춰줘야 한다. 바이젠, 페일 에일, 인디아 페일 에일 같은 에일 스타일 맥주를 만든다면 이에 맞는 효모를 선택해 20도 안팎으로 유지해 줘야 한다. 반면 필스너, 둥켈 등 라거를 만들려면 10℃ 안팎이 적당하다.
 
효모는 분주하게 일을 한다. 부지런히 당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1차 발효가 끝나면 탄산을 만들기 위한 2차 발효를 하는 경우도 있다.
 
4. 숙성하기(Conditioning)
발효가 끝난 후 1~2일 정도 놔뒀다가 온도를 5℃ 이하로 낮춘 뒤 맥주를 일주일 정도 숙성한다. 이때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안 좋은 냄새를 나는 물질이 줄어들게 된다.
 
‘와인은 신이 만들고 맥주는 사람이 만든다’는 말이 있다. 포도에 있는 당이 자연의 효모를 만나 저절로 완성되는 와인과 달리 맥주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곡물을 빻아서 끓여야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맥주에는 인간의 기획력과 노동력이 들어가 있다. 많은 사람으로부터 인정받는 좋은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네 가지 재료를 어떻게 배합하고 온도를 조절할 것인지 레시피를 잘 짜고, 좋은 재료를 골라 섬세한 양조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맥주 공방서 직접 만들어 마시기
아이홉 맥주 공방. 프로 양조사한테 배우는 클래스가 마련돼 있다. [사진 아이홉 제공]

아이홉 맥주 공방. 프로 양조사한테 배우는 클래스가 마련돼 있다. [사진 아이홉 제공]

 
많은 홈브루어가 ‘홈’이 아닌 맥주 공방에서 맥주를 만든다. 맥주 공방은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소규모로 양조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일반인이 맥주를 만들 때 공방을 찾는 이유는 맥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온도와 위생 등 관리해야 할 부분이 많아서다. 맥주 장비나 병에 세균이 묻지 않게 수시로 소독해줘야 하고 스타일별로 효모가 잘 번식하고 발효하는 적합한 온도를 지속해서 유지해야 한다.
 
초보자가 집에서 무턱대고 양조에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다. 맥주 공방에서는 이런 관리가 철저하게 되고 전문가가 상주하면서 가르쳐주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맥주 양조에 접근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맥주를 만들 때 공방에 세 번 방문하면 완성된 맥주를 얻을 수 있다. 첫 방문에는 맥아를 우려내고 홉을 넣어 끓여 효모를 뿌려둔다. 만드는 방법에 따라 2~6시간 걸린다. 캔에 들어있는 맥아 농축액을 활용하면 2시간 안에 끝낼 수 있고 곡물을 처음부터 우려내 쓴다면 3배 이상 시간이 더 들어간다.
 
에일을 만든다면 3~5일 후쯤 두 번째 방문해 통에 있는 맥주를 병에 옮겨 담는다. 이때 설탕을 넣어 효모가 2차로 발효하게 한다. 맥주의 청량감을 더해주는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과정이다. 며칠 후에 마지막으로 공방에 가서 병을 집에 가져와 일주일 숙성한 뒤 마신다. 한 번 양조하면 20L 정도 맥주를 집에 가져올 수 있다. 내가 직접 만든 맥주는 정말 특별하다. 그런데 사 먹는 것보다 싸고 맛있냐고? 글쎄... 
 
브루스카(Brew sukha)
브루스카 맥주 공방. 문래동 철공소 공장 건물에 들어선 전직 양조사가 운영하는 맥주 공방. [사진 비어포스트 제공]

브루스카 맥주 공방. 문래동 철공소 공장 건물에 들어선 전직 양조사가 운영하는 맥주 공방. [사진 비어포스트 제공]

영등포구 문래동2가 20-3
010-9292-4754
매일 10:00 ~ 01:00
문래동 철공소 공장 건물에 들어선 전직 양조사가 운영하는 맥주 공방. 펍을 같이 운영해 맥주와 안주를 먹으면서 신나게 양조할 수 있다. 문래동이 내려다보이는 시원한 루프톱도 매력적이다.
 
BREW 5150
성동구 서울숲길 55
070-7622-5150
평일 13:00 ~ 22:00
주말 12:00 ~ 22:00
맥주를 취미로 하던 직장인이 직접 문을 연 맥주 공방. 직접 진행하는 ‘원데이 클래스’에서는 맥주 초보자들이 맥주의 기본부터 양조까지 하루에 경험할 수 있다.
 
아이홉(iHop)
송파구 백제고분로 243 삼전빌딩 지하
02-415-7942
평일 12:00 ~ 21:00
주말 09:00 ~ 21:00
맥주에 빠진 친구들끼리 의기투합해 만든 맥주 공방이다. 프로 양조사한테서 배우는 클래스가 마련돼 있다. 보틀숍을 같이 운영해 맥주를 즐기면서 양조를 할 수 있다.
 
황지혜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 객원에디터 jhhwang@bepla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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