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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HS가 표준된 이유는 포르노?...플랫폼 전쟁 승패, 서비스가 좌우한다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발견할 수 있지만 VCR은 30년 가까이 영상을 기록하고, 안방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한 획기적인 영상저장 기술이다.  
 
VCR은 소니가 1975년 베타맥스를 출시하면서 상용화됐다. 경쟁사인 JVC사는 이듬해 VHS라는 새로운 기술을 내놨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각사는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소니는 도시바ㆍ산요ㆍNECㆍ아이와ㆍ파이오니어 등과, JVC는 파나소닉ㆍ히타치ㆍ미쓰비치ㆍ샤프ㆍ아카이 등과 손을 잡았다.
 
화질만 놓고 보면 베타맥스가 VHS에 비해 나았다. 초기 시장은 기술력이 앞선 베타맥스가 거의 독점했다. 그런데 1981년엔 시장 점유율이 베타맥스 25%, VHS 75%로 역전됐다. 이후엔 10%대 90%로 벌어졌다.
 
출처: Joseph Kaminski

출처: Joseph Kaminski

후발 주자인데다 기술력도 달리는데 VHS가 어떻게 전쟁에서 이겼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럴 듯한 설명은 ‘서비스’ 차이다. 소니는 당시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활성화되던 포르노 산업과 제휴를 맺지 않았다. 반면, VHS는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기술을 포르노 영화의 표준으로 만들었다. 초기 VCR의 용도는 TV를 녹화하거나 집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포르노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VHS로 제작된 포르노 테이프는 미국 중산층의 가정을 파고들면서 VCR 시장을 장악했다. 포르노 콘텐츠라는 서비스가 비디오 인프라의 운명을 좌우한 셈이다. 2000년 전후, 시골까지 ADSL이 깔린 것은 연예인 비디오를 보고 싶어서였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플랫폼(혹은 인프라) 전쟁의 승패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의외로 해당 인프라 위에서 구현해 낼 수 있는 서비스에 좌우된다. “인프라가 먼저라는 가설은 실제 일이 돌아가는 방식과 다르다”는 유니온벤처스퀘어의 지적(10월 1일 자체블로그)과 궤를 같이 한다.
 
예를 들어 전구를 보자. 전구(앱)는 전력망(인프라)이 구축되기 전에 발명됐다. 전구는 1879년, 전력망은 1882년에 만들어졌다. 사람들이 전구를 광범위하게 사용하게 되면서 전력망이 필요해 졌다. 비행기(앱) 역시 공항(인프라)에 앞서 만들어졌다. 1903년 비행기가 생겨난 지 16년 후인 1919년에 공항이 지어졌다.
 
인프라보다 앱이 먼저 발달하는 패턴은 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다. 메시징과 이메일 서비스는 각각 1970년과 1972년에 시작됐다. 이더넷과 TCP/IP, 그리고 인터넷 서비스는 1973년 이후 만들어졌다. 앱의 물결이 시작되면서 포털이 나왔고, 포털은 검색 엔진과 웹브라우저 등 또 다른 인프라에 영감을 줬다.
 
블록체인에서도 앱이 먼저
유니온벤처스퀘어에 따르면, 블록체인도 앱→인프라 사이클로 발전한다. 앱이 초기 인프라의 구축을 이끌고, 다시 그 인프라를 기반으로 새로운 앱이 탄생한다. 비트코인이라는 앱이 2009년 나오면서, 2015년 이더리움의 스마트 계약이라는 인프라의 탄생에 영감을 줬다. 이더리움이라는 인프라 위에서 암호화폐공개(ICO)가 이뤄졌고, 크립토키티 같은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 탄생했다.
 
개발자들은 더 좋은 메인 체인과 인터체인 등 고객ㆍ지갑ㆍ브라우저 등을 중심으로 한 기술에 집중한다. 노드 수를 줄이지 않으면서 거래 처리 속도(TPS)를 높이는 데 사활을 건다. 라이트닝 네트워크, 기가블록 프로젝트, 플라즈마, 샤딩 등 확장성 해법에 골몰한다.  
 
핵심은 그러나, 확장성 경쟁이 아니다. 블록체인이 신기술로 부상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찾기가 어렵다. 사실 이런 회의감은 혁신적인 기술이 나왔을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현재 블록체인은 다분히 오타쿠 기질이 있는 얼리 어답터들이 주도하는 시장이다. 일반인들이 블록체인의 효용성을 느끼려면 일상 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 중장년ㆍ노년층에게까지 스마트폰이 보급된 것은 킬러 앱이라 할 수 있는 카카오톡의 힘이 크다.
 
“성공적인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들려면 플랫폼ㆍ개발ㆍ운영 등 전 과정에 있어 충분한 환경, 에코시스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사조차 제대로 된 업데이트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는 블록체인이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람다256이 지난 9월 14일 제주에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18’에서 공개한 루니버스(Luniverse)는 그런 고민의 산물이다. 람다256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 중인 두나무가 만든 블록체인 전문 연구소다. 루니버스는 ‘람다’와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개발자들이 분산 애플리케이션(DApp) 개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형 블록체인 플랫폼(BaaSㆍBlockchain as a Service)이다.
 
박재현 람다256 소장. 출처: 업비트

박재현 람다256 소장. 출처: 업비트

박재현 소장은 이날 “람다256은 기존 단순 설치형 블록체인 템플릿을 제공하는 BasS 1.0 시대에서 고성능 공유 블록체인 서비스 플랫폼인 BasS 2.0 시대로의 진화를 주도할 것”이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이 확산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루니버스의 주요 특징으로 ^사용하기 쉽고(Easy to use), ^스스로 메인넷(독립된 블록체인 네트워크)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On-Premise Mainnet Service), ^합리적 비용의 서비스(Reasonable Cost)를 제공한다는 등의 3가지 점을 핵심사항으로 요약했다.
 
먼저, 고객사들은 루니버스를 통해 디앱용 프로덕트 체인을 생성하고 ERC-20, ERC-721 등 블록체인 토큰 발행 및 유통의 모든 작업을 루니버스 웹 응용 툴을 활용해 수행할 수 있다. 개발자가 토큰을 처리하는 트랜잭션을 구현하기 위해 별도의 스마트 계약을 개발할 필요가 없다. 트랜잭션 처리 패턴을 선택하고 필요한 변수 값을 입력하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API를 자동으로 생성해 준다. 이 API를 이용하면 기존 웹이나 앱 개발자들도 누구나 쉽게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 이코노미를 구현할 수 있다.
 
박 소장은 “루니버스를 이용하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간단한 디앱을 설계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편의성의 UI(사용자인터페이스)와 스마트 계약을 제공한다”며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클라우드 상품처럼 디앱 서비스 사용자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고민보다 서비스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고객사 자체 메인넷 도입을 통한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도 가능하다. 만약 엔터테인먼트 기획사가 다른 여러 기획사들과 함께 컨텐츠 유통에 필요한 토큰을 발행하고 싶다면, 루니버스가 제공하는 메인넷 프로토콜 기술과 거버넌스 도구를 통해 독자적인 메인넷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다.
 
무엇보다, 루니버스는 개발자들의 비용 부담을 줄였다. 기존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 및 운영에 들어가던 상당한 규모의 총 소유비용의 절감을 위해, 루니버스는 직ㆍ간접비용을 모두 부담한다. 대신 고객사가 사용한 만큼만 지불하는(Pay As You Go) 합리적 비용 구조를 지향한다.
 
“루니버스는 탈중앙화된 서비스 플랫폼”
루니버스는 탈중앙화된 서비스 플랫폼을 지향한다. 아마존과 MS의 클라우드처럼 중앙화된 서비스 플랫폼은 단일 서비스 보유자에 의해 운영되고 관리되며, 플랫폼의 성장에 따른 가치와 이익은 모두 보유자에 의해 독점된다. 반면, 탈중앙화된 서비스 플랫폼의 가치는 사용자와 파트너가 공유한다.  
 
출처: 람다256

출처: 람다256

루니버스는 파트너사들과 함께 서비스를 운영한다. 람다 켄센서스 알고리즘(LCA, Lambda Consensus Algorithm)에 따라 루니버스 플랫폼에 참여한 파트너들이 모두 공평하게 블록을 생성하고 서비스를 운영한다. 현재 LCA는 최대 25개의 파트너사가 참여할 수 있다. LCA는 권위증명(PoA, Proof of Authority)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PoA 합의 과정에 참여한 검증자들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일정 지분을 담보로 제공해 루니버스 플랫폼에 해가 되는 행동이나 거버넌스 위반시 해당 담보 지분을 몰수할 수 있는 지분증명(PoS, Proof of Stake) 방식을 부분 접목했다.
 
박 소장은 “우리는 모든 블록체인 기술을 다 만들어서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지스나 루트원과 같은 세계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파트너들과 함께 루니버스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블록체인 기술은 개선할 부분이 많지만 이는 1~2년 사이에 극복될 것”이라며 “향후 블록체인 플랫폼 우위가 가려져 여러 블록체인이 다양한 형태와 용도로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이 글은 9월 13~14일 제주도에 열렸던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18’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총 10개의 시리즈 글이 업데이트 됩니다. 전체 보고서는 https://www.upbit.com/service_center/press?id=596 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UDC2018 강연 동영상 및 발표자료는 ‘https://udc.upbit.com/2018’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리즈는 업비트의 후원으로 제작됐습니다.  
①블록체인, 이제는 서비스다(feat. 개발자)  
②거래소, 도박장에서 블록체인 혁신의 심장으로  
③성공한 플랫폼은 보이지 않는다: 확장성을 해결하라  
④‘신뢰’의 블록체인을 지켜라: 보안과 보호  
⑤쇼핑몰 뒤엔 카페24가 있다: Platform for DApp  
⑥살아남는 DApp의 조건…블록체인 정신을 구현하라  
⑦블록체인 경제 성장의 필수 요건, 스테이블 코인  
⑧The Rise of Tokenization  
⑨DApp들이여, 루니버스에 올라타라  
⑩블록체인의 고릴라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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