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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예능보다 웃긴 중국의 뉴스 프로그램

[사진 왕이신원]

[사진 왕이신원]

气到无语(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옴)
올해 18세의 이 남성은 자신의 짤이 중국 전역에 나돌 거라는 걸 알았을까. 그런데 이 짤의 원출처는 예능 프로가 아닌 뉴스 프로다. (물론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온다는 문구는 네티즌이 집어넣은 것이다)
"눈썹 마음에 드세요?" [사진 왕이신원]

"눈썹 마음에 드세요?" [사진 왕이신원]

"흉포한 우울함을 발산하는 눈빛" [사진 왕이신원]

"흉포한 우울함을 발산하는 눈빛" [사진 왕이신원]

(좌)사진보정 앱 속 당신 (우)현실 속 당신 [사진 왕이신원]

(좌)사진보정 앱 속 당신 (우)현실 속 당신 [사진 왕이신원]

짤의 주인공 18세 남성 우(吴) 씨의 사연은 이렇다.  
 
지난 8월 우 씨는 동네 미용실이 진행한 무료 이벤트에 참여했다. 하지만 헤어라인 정리, 구레나룻 정리, 눈썹 정리, 피부 관리, 드라이 명목으로 (무려 할인가임) 1만 8000위안(약 294만원)이 청구됐다. 분노와 황당함에 우 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그래도 결국 2500위안(약 40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대노한 우 씨는 TV 뉴스에 이 사건을 폭로하기로 마음 먹었고, 그렇게 해서 위와 같은 마성의 짤(?)들이 탄생한 것이다.
민생 뉴스 프로그램 1818황금눈 [사진 바이두백과]

민생 뉴스 프로그램 1818황금눈 [사진 바이두백과]

우 씨가 출연한 프로는 바로 1818황금눈(1818黄金眼). 저장성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TV 민생 뉴스 프로그램이다. 2004년 첫방송되어 약 15년간 맥을 이어온 장수 프로.  
 
'중국 뉴스'하면, 시진핑 주석의 정치 성과부터 읊는 CCTV 신원롄보(新闻联播)의 딱딱한 분위기가 먼저 떠오르지만, 1818황금눈처럼 예능 같은 편안한 뉴스도 있다.
 
수많은 중국 네티즌은 1818황금눈을 두고 "뉴스를 표방하는 트렌디한 예능", "요즘 내 웃음의 원천", "저장성의 무형문화재",  "정보와 재미 둘 다 잡은 갓프로"라고 칭송한다.
신원롄보 [사진 거란스스샹방]

신원롄보 [사진 거란스스샹방]

앞서 우 씨의 사연 말고도 레전드로 불리는 에피소드가 많다. 그중 하나가 이른바 '얼단(二蛋) 사건'.  
 
얼단은 중국의 교육용 인공지능 로봇이다. 올해 초 손자에게 20만원을 들여 이 로봇을 사준 쏭(宋) 씨는 1818황금눈에 얼단의 무능함을 폭로했다.  
 
"(얼단은) 아무것도 못해요. 뭐 묻기만 하면 '전 좀 쉴래요', '저처럼 IQ 높은 로봇한테 그런 걸 묻다니요? 노래나 불러줄게요'라고 말해서 미쳐버리겠어요."  
 
이 인터뷰 후 1818황금눈의 기자가 직접 얼단을 테스트해봤다.  
 
기자: 1분에 200m를 주행할 수 있는 살수차가 있어. 8m까지 물을 뿌릴 수 있지. 살수차가 6분 동안 주행한다면 물을 뿌릴 수 있는 면적은 얼마나 될까?
얼단: 저의 거절을 용서해주세요!
 
(너무 어려운가..?)
 
기자: 1 더하기 1은?
얼단: 이건 할 수 있지! 1+1은 1이야! (당당)
문제아(?) 얼단의 모습. "쉿! 답하고 싶지 않은 문제에는 답하지 않을래. 나는 투명인간이다! 안들려~ 안들려~" [사진 왕이신원]

문제아(?) 얼단의 모습. "쉿! 답하고 싶지 않은 문제에는 답하지 않을래. 나는 투명인간이다! 안들려~ 안들려~" [사진 왕이신원]

1818황금눈의 인기 요인?
1818황금눈의 최대 인기 비결은 시민의 눈으로 시민의 이야기를 친숙하게 설명한다는 것이다. 진지하면서 정해진 포맷이 갖춰져 있는 여타 뉴스 프로와는 사뭇 다르다.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친숙한 소재를 찾아내 인터뷰, 재연, 실험 등의 방식으로 재미있게 사연(+정보)을 전달한다.  
 
'뭐 이런 거까지 알아야돼?'하는 자질구레한 사건과 순수 정보성 뉴스가 조화를 이루며 보도된다. 가령 앞서 미용실에 사기 당한 우 씨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일 수도 있지만 1818황금눈은 미용실에 정식 영업 허가증이 있는지, 가격을 미리 고지했는지, 시장을 어떻게 감독해야 하는지 등 충실한 후속 보도를 한다.
목욕탕 소지품 도난사건의 당사자들이 말싸움을 하는 장면. 생생한 표정과 제스춰가 그대로 방송에 나왔다. [사진 왕이신원]

목욕탕 소지품 도난사건의 당사자들이 말싸움을 하는 장면. 생생한 표정과 제스춰가 그대로 방송에 나왔다. [사진 왕이신원]

프로그램 등장인물 대부분이 일반 시민인 것도 매력 요인이다. 어떻게 다 그렇게 개성들이 다양한지 시청자들의 예상을 깨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중 하나가 볜(卞)주임. 항저우의 한 성형외과 실장인 그는 시민들로부터 자주 고발 당하는 1818황금눈의 단골 등장인물이다. 최근 이 성형외과에서 코수술을 받은 한 고객이 실패한 것 같다며 프로그램에 고발하자 볜 주임은 "코 연골의 회복 기간은 1~2년입니다. 심지어 평생에 걸쳐 회복되기도 하죠"라는 황당한 해명을 했다. 이어 기자가 "진단서 마지막 부분에 뭐라고 쓴 건지 환자가 알고싶어 한다"고 하자 볜주임은 "(환자가) 대학생이니까 돌아가서 천천히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무척이나 황당하지만 자주 출연하는 관계로 정이 들었다며 볜주임의 팬을 자처하는 시청자들이 꽤나 있다.
 
다른 유머 프로그램과의 콜라보도 1818황금눈의 장수 비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살짝 나이가 있는 싱글들을 이어주는 샹친차이후이잉(相亲才会赢) 같은 진지함 속 병맛 유머가 녹아있는 프로그램들과 수 차례 합동 촬영을 해 신선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중국 SNS에서 핫한 짤들을 대거 생산하고 있는 1818황금눈. 비록 정치는 마음껏 비판할 수 없는 사회·민생 관련 뉴스 프로그램이지만, 중국인들에게 유용한 생활 정보와 웃음을 주고 있다.
 
 
차이나랩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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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