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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영국 총리와 야당 대표의 한 시간짜리 연설

김성탁 런던특파원

김성탁 런던특파원

이달 초 영국 버밍엄의 대형 회의장 연단에 테리사 메이 총리가 올랐다. 보수당 연례 전당대회의 폐막 연설을 위해서다. 아바의 히트곡 ‘댄싱퀸’에 맞춰 춤을 춘 그가 연설 중 기침해도 양해해 달라고 말문을 열자 청중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지난해 전대 연설 중 기침해대다 코미디언으로부터 ‘해고통지서’를 받은 것을 유머 소재로 거론한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며 시작한 메이의 연설은 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
 
메이는 보수당의 정체성을 한참 강조했다. 그는 외부 위협과 내부 불안정으로부터의 안전과,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스스로 선택하는 자유에 대해 말했다. 그러곤 “보수당은 이 두 가지가 보장될 때 피어나는 기회를 위한 정당”이라고 규정했다. 유럽연합에서 떠나는 브렉시트 협상안을 놓고 당내 강경파로부터 사임 압박을 받는 메이 총리는 자신이 추진하는 ‘소프트 브렉시트’에 대한 지지와 단결도 호소했다.
 
전대 연설을 총리만 한 건 아니다. 대회가 열린 일주일 내내 장관과 소속 의원, 정당 내부 활동가 등의 연설이 줄줄이 이어졌다. 주 회의장 주변에서 열린 이런 ‘프린지’ 행사에서 정치인과 당원, 지지자들이 어울린다. 소프트 브렉시트 방침에 반발해 사임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메이보다 하루 앞서 연설에 나서 정부 정책에 직격탄을 날릴 정도로 논쟁과 소통의 기능을 해낸다.
 
보수당보다 일주일 앞서 야당인 노동당은 리버풀에서 연례 전대를 열었다. 제러미 코빈 대표도 한 시간짜리 연설을 했다. 그는 보수당의 브렉시트 협상이 차질을 빚으면 내년에 조기 총선을 실시하자고 치고 나왔다. ‘소수가 아니라 다수를 위한 영국 건설’을 슬로건으로 내건 코빈은 좌파 색이 뚜렷한 정책을 발표했다. 주택 소유자에게 세금을 추가 부과하고, 대기업의 주식 1%를 매년 기금으로 적립하게 해 노동자에게 배당하겠다고 했다.
 
선거철도 아닌데 열린 이런 전대는 낯선 광경이다. 한국에선 주로 대선후보나 새 대표를 뽑으려고 열린다. 당 대표가 한 시간짜리 연설을 하는 걸 본 적도 없다. 정당의 정책은 선거 때나 발표하는데, 별 차이가 없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0년 집권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했다가 대통령 열 분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운전자 역할을 하는 것은 알겠는데, 무슨 어젠다로 장기집권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자신들이 배출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자유한국당은 인적 쇄신을 한단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안도 없이 반대만 하는 정당이 얼굴을 바꾼다고 지지를 얻을 리 만무하다. 우리 정치권도 왜 그들이어야 하는지를 국민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
 
김성탁 런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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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