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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나인브릿지 18번 홀의 숙제 … 스릴을 더하라

4라운드 9번 홀에서 두번째 샷을 하는 켑카. 300야드 오르막에서 켑카는 온그린을 시켰다. [뉴시스]

4라운드 9번 홀에서 두번째 샷을 하는 켑카. 300야드 오르막에서 켑카는 온그린을 시켰다. [뉴시스]

21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CJ컵에서 우승한 브룩스 켑카는 대회 개막전 인터뷰에서 “멀리 치려면 카트 길을 맞히는 게 좋겠다”고 농담을 했다. 그는 첫날 경기에서 실제로 그랬다. 1라운드 첫 홀인 10번 홀에서 페어웨이 오른쪽의 카트길을 맞힌 덕분에 티샷 거리가 416야드나 됐다.
 
켑카는 카트 길을 맞히지 않아도 가공할 장타를 뽐냈다. 4라운드 9번 홀(파5·589야드)에선 실수로 티샷 거리가 평소보다 훨씬 짧았는데 오르막 300야드를 남기고 2온에 성공했다. 올해 PGA 챔피언십에서 켑카와 경쟁 끝에 진 우즈는 “340~350야드를 똑바로 치는 선수에게 이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더 CJ컵이 열린 나인브릿지 골프장은 세계 최고의 선수를 알아보는 신통한 능력이 있다. 지난해 초대 대회와 올해 대회 모두 최고의 선수가 우승했다. 2017년 올해의 선수 저스틴 토머스와 2018년 올해의 선수 브룩스 켑카다. 이번 대회에서 켑카가 우승하면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것은 더 큰 의미가 있다. 이 정도로 뛰어난 변별력을 가진 코스는 타이거 우즈와 잭 니클라우스,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을 알아본 골프의 성지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 정도 아닐까 생각된다.
 
나인브릿지 골프장에 대한 선수들의 칭찬도 자자하다. 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는 “설계나 경치, 코스 상태 등에서 미국의 어떠한 PGA 투어 대회 코스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제주도 한라산과 오름에다 원시림에 둘러싸인 이 골프장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한 홀에서 경치에 반해 다음 홀로 가면 완전히 다른 풍경이 나타난다. 만날 때마다 새로움을 느끼게 되는 현명한 사람처럼 나인브릿지는 갈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한다.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켑카는 지난해 우승자이자 친구인 저스틴 토머스의 권유로 이 대회를 찾게 됐다고 한다. 평판이 좋기 때문에 앞으로도 뛰어난 선수들이 나인브릿지를 찾아올 것이다. 이 정도라면 타이거 우즈도 오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 CJ컵을 메이저급 대회로 만들기 위해 10년 장기 계약을 한 나인브릿지는 첫 단추를 아주 잘 끼웠다.
 
켑카에게 나인브릿지는 파 72가 아니라 파 66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 5홀 모두를 파 4홀처럼 공략했고, 파 4홀 중 2개를 파 3홀처럼 1온을 노리고 공격했다. 대부분 성공했고 21언더파로 압승했다.
 
켑카가 1온을 시도한 파 4홀들은 별문제가 없다. 그린 주위가 어렵기 때문에 낭패를 당할 수도 있어 오히려 보는 재미가 있다. 지난해 우승자인 토머스는 올해 8번 홀에서 1온을 노리다 쿼드러플 보기를 했다.
나인브릿지 18번홀. [나인브릿지 제공]

나인브릿지 18번홀. [나인브릿지 제공]

 
파 5인 12번 홀과 18번 홀은 약간 아쉽다. 12번 홀의 평균 타수는 4.487타로 가장, 18번 홀은 4.580타로 두 번째로 쉬웠다. 물론 모든 홀이 다 어려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쉬어가는 홀이 몇 개 있어도 상관은 없다. 12번 홀이 그렇다. 그러나 승부가 결정되는 18번 홀은 다르다. 모험이 성공했을 때 보상이 따르고 실패했을 때 불이익이 생겨야 서스펜스가 있다.
 
켑카는 4라운드 이 홀에서 숲을 넘겨 왼쪽으로 질러쳤다. 그 덕분에 2번째 샷을 할 때 핀까지의 거리는 160야드 밖에 되지 않아 가볍게 이글을 잡았다. 올해 CJ컵 18번 홀에서 나온 이글은 25개,  더블보기는 4개에 그쳤다. 버디 숫자는 123개로 파(131개) 숫자에 육박했고 보기는 27개였다. 
 
18번 홀은 나인브릿지의 시그니처 홀이다. 호수 위에 뜬 아일랜드 그린이 아름답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우스케이프 16번 홀과 더불어 가장 멋진 홀이라고 생각한다. 
 
LPGA 투어 나인브릿지 클래식에서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우승을 좌절시킨 이 홀이 장타자들에 의해 무력화되는 듯해서 아쉽기도 하다. 올해는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서 더욱 그랬겠지만 바람이 불든 안 불든 18번 홀이 재미있었으면 한다.
 
내년엔 18번 홀 왼쪽 러프를 더 길러 질러 치기 어렵게 하거나 파 4홀로 만드는 것도 고려해볼 만 하다. 마지막 홀의 스릴만 더 하면 완벽에 가까운 대회가 될 것 같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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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