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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형의 이슈분석] 적자 탓에 무역전쟁? 美 턱밑 쫒아온 中 기술 둘러싼 신냉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밖, 중국 국가 문장과 미국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밖, 중국 국가 문장과 미국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관세 부과로 촉발된 무역전쟁은 단순히 중국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의 회복만이 아니라 미·중 관계 내지 국제질서에서 중국의 지위를 재정립하려는 미국의 절박한 시도이다. 특히 지난 4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중국공산당에 대한 강력한 비난과 경고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신냉전(new cold war)’을 선언한 것으로 이해된다.  
 
신냉전은 경제와 군사적 측면의 국가 능력을 설정하는, 보다 근본적인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다. 미국은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 등 기술 분야에서 어느새 자신의 턱밑까지 쳐들어온 중국을 강력하게 억제하려고 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 7월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을 정조준했다. 이 전략은 중국이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세계적 제조국이 되고자 2015년 발표한 제1단계 행동강령이다. 차세대 IT, 로봇과 신소재 등 10대 전략산업을 대상으로 한다. 
 
중국은 이를 통해 산업기술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려 하는데, 중국이 이들 산업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는 것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물론 공화당과 민주당의 누구도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업체인 중싱통신(中興·ZTE)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현시점이 미·중간 기술 신냉전의 고비임을 보여준다. 지난 4월 미 상무부는 대북 및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ZTE에 7년 동안 미국 기업과 거래 금지라는 제재를 부과했다. 미국에서 주요 부품을 수입하지 못하게 된 ZTE는 급기야 도산 위기에 몰렸고, 벌금 10억 달러와 경영진 교체 등의 조건으로 제재가 해제됐다.  
 
적어도 현시점에서 미국이 중국을 압도하고 있음을 보여준 이 사건은 중국에 뼈아픈 교훈을 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5월 중국 과학자 1300여 명에게 핵심기술이 확보돼야 국가 경제, 국방 안전 및 국가 안전이 근본적으로 보장된다고 역설했다. 지난달 미국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후에는 중국의 경제 발전과 제조업이 스스로에 의지하는 자력갱생의 중요성을 천명했다.
 
미국은 다음 달부터 외국인이 미국에 투자할 경우 안보위협에 대한 검토를 보다 강화하는 투자규제를 시행한다. 통신·반도체·군사장비 등 27개 사업 분야에서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는 외국인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과 주식매수를 통한 투자를 거부할 수 있게 된다.  
 
강화된 투자규제는 ‘중국의 기술이전 전략’을 경고한 미 국방부의 ‘DIUx(국방혁신실험사업단) 보고서’에서 촉발됐다. 모든 외국인이 규제 대상이지만, 그동안 중국이 사이버공간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국의 첨단 정보기술을 탈취한다고 지목된 점에서 실제로는 중국이 주된 대상이다. 사실상 중국은 투자를 통해 미국의 첨단기술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중국 장쑤성에 있는 조선소에 오성홍기가 걸려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 장쑤성에 있는 조선소에 오성홍기가 걸려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30일 타결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은 미·중 신냉전 관점에서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 USMCA는 데이터의 자유로운 국경 간 이동을 보장하는 디지털무역에 관한 국제규범의 시금석이 된다.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한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의 관련 규정을 대체로 수용하면서 자국에서 생성된 개인정보 등 데이터를 외국에 반출하지 않는 ‘데이터 현지화’는 보다 강력하게 금지한다.  
 
중국은 지난해 6월 발효한 사이버안전법에서 엄격한 사이버주권 개념에 따라 강력한 데이터 현지화를 규정해 미국 등 서방국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둘째, USMCA는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가 중국과의 무역관계를 사실상 발전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3국 중 하나가 비시장경제국(non-market economy)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려는 경우 다른 두 국가는 USMCA를 종료하고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으로 대체할 수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을 시장경제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USMCA를 통해 미국은 멕시코·캐나다와 함께 중국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통상동맹을 구성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우방인 EU, 일본 및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 ‘반(反)중국 통상동맹’에 동참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지난 4일 미국이 중국에 맞서는 ‘의지의 무역연합(trade coalition of the willing)’을 도모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반(反)중국 통상동맹’ 구축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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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제압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미·중 신냉전은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과 같이 일방의 패배로 끝나게 될지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미·중 신냉전에서 한국은 세 가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경제적 동맹’을 규합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전통적 군사적 동맹에 더해 경제적 동맹관계를 맺을지 결정하게 될 것이다. 동맹 결정에는 데이터의 국경 간 자유 이동의 시장경제원칙과 프라이버시 보호 등 자유민주주의 가치 등이 고려될 것이다.
 
둘째, 미국과 중국의 처절한 경쟁을 강 넘어 불처럼 구경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기술적 우위를 개발하기 위한 민관의 노력이 요구된다. 
 
셋째, 미·중간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신냉전은 과학기술이 국가안보 요소가 됨을 보여주고 있다. 과학기술 관련 정책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사고와 접근을 해야 한다.
 
◆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려대 법대와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국제법을 공부했다. 고려대 사이버법센터 소장으로서 사이버 시큐리티, 개인정보보호, 디지털 통상의 법적 문제를 연구하며 미국·중국·러시아 등과의 학술교류에 힘쓰고 있다.

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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