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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유치원 “신입생 안 받겠다” 학부모 “반성 않고 협박”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2일 대전의 한 카페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학부모들과의 간담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2일 대전의 한 카페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학부모들과의 간담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사립유치원 부실회계와 관련해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현재 재원생의 안정적인 유치원 정상화를 위해 2019학년도 원아모집을 전면 보류합니다.’
 
경기도 화성의 한 사립유치원은 최근 홈페이지에 이런 안내 글을 올렸다. 이 유치원은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비리 유치원 명단에 포함됐다. 이곳뿐 아니라 비리 유치원으로 거론된 대다수 사립유치원이 원서 접수일(11월 21일)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서 내년도 원아모집을 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인천 일부 유치원에서는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현재와 같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할 경우 사립유치원의 반발이 전국으로 점점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사립유치원들이 원아모집 거부에 나선 것은 지난 18일 교육부가 비리 유치원 명단을 실명으로 공개하고 유치원 감사를 강화하겠다는 데 따른 반발이다. 사립유치원 측에서 처음에 내민 카드는 ‘폐원’이었지만 이에 대해 정부가 “묵과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방향을 틀어 신입생 원아모집을 하지 않는 유치원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유치원 폐원은 유아교육법에 따라 교육지원청의 인가를 받아야 가능한데,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지난 21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비리 규탄 집회에서 학부모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비리 규탄 집회에서 학부모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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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사립유치원이 내년도 원아모집을 하지 않을 경우 비리 유치원 사태가 보육대란으로 확대될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내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사립유치원들이 ‘처음학교로’에 참여하지 않기로 밝히면서 지난해와 같은 입학전쟁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사립유치원도 유치원 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를 이용하도록 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곳에 대해선 재정지원을 끊기로 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정부의 조치에 반대하며 처음학교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자체가 재정지원을 약속한 충남지역 사립유치원 110곳만 제외다.
 
경기도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평생을 유아교육을 위해 힘써 왔는데 남은 건 ‘적폐’라는 오명뿐이다. 이런 식으로 유치원을 운영해야 하나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유치원을 운영 중인 또 다른 원장은 “정부와의 갈등이 정리될 때까지 신입생을 받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 폐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유치원이 신입 원아모집을 포기하면 다른 유치원으로 아이들이 몰리게 되고 추첨에 성공할 가능성은 작아진다. 3세 딸을 둔 김모(34·서울 봉천동)씨는 “자신들이 잘못한 게 명백한 상황에서 사죄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기는커녕 왜 강경한 태도로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이를 볼모로 학부모를 협박하는 것밖에 더 되냐”고 비판했다.
 
사립유치원들이 지금 입장대로 처음학교로에 참여하지 않으면 학부모의 불편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국공립 유치원에 전면 도입된 처음학교로는 온라인으로 원서 접수·추첨·등록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이 유치원 추첨을 위해 휴가를 내거나 다른 가족까지 동원할 필요가 없다. 올해 사립유치원 전면 도입이 무산되면 내년에 자녀를 유치원에 입학시키려는 부모들은 결국 발품을 팔아야 한다. 3, 7세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첫째 유치원 입학 때도 시어머니·친정어머니를 모두 동원해야 했는데 둘째 때도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하니 정말 끔찍하다. 정부와 유치원 간의 갈등에 학부모만 피해를 보는 것 같다. 이제 해결책을 모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사립유치원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계획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2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의 한 카페에서 유치원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했다. 지난 19~20일 교육부 페이스북과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한 학부모 가운데서 10명을 선정했다. 유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로 학부모들이 실망하고 걱정이 많으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의 책임을 통감하고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교육청과 (사립)유치원에 대한 상시 감시체계를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시행 중”이라며 “교육부가 포기하고 타협하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영표 원내대표. [뉴스1]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영표 원내대표. [뉴스1]

당초 교육부는 행사를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학부모들이 현재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해 비공개로 전환됐다. 1시간으로 예정됐던 간담회는 20여 분을 훌쩍 넘긴 오전 11시50분쯤 끝났다. 유 장관은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학부모들이) 대체로 국공립 유치원을 많이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비싼 유치원비와 제한적인 정보를 개선하고 회계 투명성을 확보해달라는 제안이 많았다고 교육부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뿐 아니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사립유치원 비리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학부모들에게 큰 충격을 준 사립유치원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당정 간 협의를 긴밀히 해서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바로세우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당 대표로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김대중 대통령 때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 대표가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언급하며 사립유치권 비리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당정의 드라이브는 더 강력해질 전망이다. 지난 21일 비공개 당정 협의에 이어 25일 고강도 정부 대책 발표를 예고한 상태다. 이 대표는 “아이들이 하나둘밖에 없는 가정이라 손상되지 않도록 많은 관심을 가지더라”며 “앞으로 유아교육과 보육은 계속 문제가 될 사안인데 당에서도 각별히 세심한 관심을 갖고 임하겠다”고 말했다. 
 
전민희·김경희 기자, 대전=신진호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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