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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 횡령' 유치원 원장, 대법 판례 대입하니 "횡령죄 처벌 못해"

유치원 운영자금 7억원으로 개인 용도의 명품백 등을 사는 등 사적 유용 의혹이 제기된 유치원 원장을 과연 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대법원 판례로는 문제가 된 유치원 원장을 ‘횡령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 지난 7월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원장 김모(42)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창원지법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유치원 원장이 사적으로 쓴 지원금을 횡령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유치원 원장이 사적으로 쓴 지원금을 횡령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남편에 허위급여 준 원장, 대법 "횡령죄 아니다" 논란
김씨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학부모에게 지급한 ‘아이사랑카드(현 아이행복카드)’로 납부된 보육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가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검찰 수사 결과 남편을 운전기사로 등록해 1500만원을 지급하고 아들의 휴대전화 요금 100만원을 어린이집 돈에서 쓴 것이 밝혀졌다. 
 
1심을 맡았던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김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담당 판사는 아이사랑 카드로 결제를 했다고 해도 이는 일반적인 서비스이용의 대가와 마찬가지로 어린이집 경비와 이윤이 합쳐진 금액이며 용도가 특정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아울러 "개인 용도로 돈을 쓴 것은 보육시설의 순이익을 늘리고 보육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는 행위로 도덕적 비난을 하거나 행정 제재를 할 수는 있겠지만 특정된 돈으로 보아 횡령죄로 형사처벌을 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창원지법은 김씨에 대해 횡령 혐의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보육료는 어린이집 설치·운영에 필요한 범위로 목적과 용도를 한정해 위탁받은 돈”이라고 판단했다. 현행 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정부 보조금을 부정 수급하거나 유용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1심과 2심이 엇갈린 상황에서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근본적으로 무상보육 지원금의 수혜 대상은 학부모라는 것이다. 나아가 학부모가 내야 할 돈을 국가가 대신 납부한 지원금은 결제가 이뤄지면 어린이집 원장의 사적 재산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학부형이 어린이집에 보육비를 냈을 경우, 그 돈은 목적과 용도가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일단 사회복지법인이나 경영자의 소유가 된다"고 밝혔다.
 
해당 어린이집은 급식이나 인건비 등 국가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가 됐다. 보조금은 용도를 정하지 않은 지원금과 달리 지원 목적과 용도를 한정해 국가가 지원하는 돈이다. 하지만 어린이집 명의의 계좌에 있는 돈은 국가보조금뿐 아니라 다양한 자금이 섞여 있어 횡령 액수를 정하기 어려웠다.  대법원 3부는 "횡령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보조금이 일반 자금과 혼재돼 특정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목적과 용도를 한정해 위탁한 금액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의 사각지대 드러낸 판결" 지적도 
법조계 안팎에선 육아 보육시설을 둘러싼 법의 사각지대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병규 변호사는 "누리과정 지원금은 정부가 직접 어린이집에 지급하느냐 아이 부모를 통해 지급하느냐 하는 지급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실질상 국가의 직접 보조금과 그 목적이 동일한데도 횡령죄로 처벌하지 않는 건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 검사들이 국가 보조금과 아이사랑카드로 지급된 학부형들의 보육비가 어디에 쓰였는지 세세하게 파악했다면 유죄가 나왔을 수도 있는 사항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처벌이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서정욱 변호사는 “보육료 계좌에 돈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나가는데 그중 어느 금액이 보조금이고 개인자금인지 검사가 어떻게 특징지어서 입증할 수 있겠느냐”며 “계정을 구분하지 않으면 법을 바꿔도 다른 편법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규정과 판례 때문에 유치원 원장이 공금을 사적으로 써도 실제로는 검찰에 기소조차 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서울시와 경기도교육청은 그동안 횡령으로 의심되는 유치원 등 22건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났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누리과정 지원금을 처벌이 가능한 보조금으로 바꾸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 준비중이다. 변선구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누리과정 지원금을 처벌이 가능한 보조금으로 바꾸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 준비중이다. 변선구 기자

최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수령 방식에 관계없이 지원금을 유용한 보육시설을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비리 사립유치원 실명을 공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누리과정 지원금을 형사처벌이 가능한 보조금으로 바꾸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개정안 등을 발의할 예정이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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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