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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적자 탓에 무역전쟁? 타깃은 美턱밑 쫓아온 中기술

[글로벌경제] 무역전쟁의 진짜 이유…적자 해소 아니라 미국 턱밑까지 쳐들어온 중국 기술력 억제
 
중국 베이징에 내걸린 미국 성조기와 중국 오성홍기. [AP=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에 내걸린 미국 성조기와 중국 오성홍기. [AP=연합뉴스]

  
올해 들어 미국과 중국 사이의 연이은 관세 부과로 촉발된 미·중 무역전쟁은 단순히 중국에 대한 만연한 무역수지적자의 회복만이 아니라 미·중 관계 내지 국제질서에서 중국의 지위를 재정립하려는 미국의 절박한 시도이다. 특히 지난 10월 4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중국공산당에 대한 강력한 비난과 경고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신냉전(new cold war)'을 선언한 것으로 이해된다.
 
신냉전은 경제와 군사적 측면의 국가 능력을 설정하는, 보다 근본적인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설립 60주년을 맞으면서 흥미롭게도 미국은 어느 새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 등 기술 분야에서 자신의 턱 밑까지 쳐들어 온 중국을 강력하게 억제하려고 한다.

 
지난 7월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을 정조준했다. 이 전략은 중국이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세계적 제조국이 되고자 2015년 발표된 제1단계 행동강령이다. 차세대 정보기술, 로봇과 신소재 등 10대 전략산업을 대상으로 한다. 
 
중국은 전략을 통해 자신의 산업기술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려 하는 것인데, 이 전략이 완료되는 시점에서 중국이 이들 산업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의 어느 누구도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의 한 박람회장에 있는 중싱통신(ZTE) 전시관. [AP=연합뉴스]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의 한 박람회장에 있는 중싱통신(ZTE) 전시관. [AP=연합뉴스]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업체인 중싱통신(ZTE)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현시점이 미·중의 기술적 신냉전의 고비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4월 미국 상무부는 대북 및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ZTE에 7년 동안 미국 기업과 거래 금지라는 제재를 부과했다. 미국에서 주요 부품을 수입하지 못하게 된 ZTE는 급기야 도산 위기에 몰렸는데, 벌금 10억 달러 납부와 경영진 교체 등의 조건으로 제재가 해제됐다. 
 
적어도 현시점에서 미국이 중국을 압도하고 있음을 보여준 이 사건은 중국에 뼈아픈 교훈을 주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5월 중국의 1300여 명 과학자들에게 핵심기술이 확보되어야 국가 경제, 국방 안전 및 국가 안전이 근본적으로 보장된다고 역설했다. 지난달 미국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후에는 중국의 경제 발전과 제조업이 스스로에 의지하는 자력갱생의 중요성을 천명했다.
 
미국은 오는 11월부터 외국인의 미국 투자 시 안보위협에 대한 검토를 보다 강화하는 투자규제를 실시한다. 통신·반도체·군사장비 등 27개 사업에 관련해 미국외국인투자위원회 (CFIUS)는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는 외국인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과 주식매수를 통한 투자를 거부할 수 있게 된다.
 
강화된 투자규제는 ‘중국의 기술이전 전략’을 경고한 미국 국방부의 ‘DIUX보고서’로 촉발됐다. 이 규제는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그동안 중국이 사이버공간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국의 첨단 정보기술을 탈취한다고 지목된 점에서 실제로는 중국이 주된 대상이 된다. 사실상 중국은 투자를 통해 미국의 첨단기술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 9월 30일 타결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nited States-Mexico-Canada Agreement: USMCA)’은 25년의 노후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데, 미·중 신냉전의 관점에서 적어도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 USMCA는 데이터의 자유로운 국경간 이동을 보장하는 디지털무역에 관한 국제규범의 시금석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 개시 직후 탈퇴를 선언한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특히 공 들인 분야가 디지털무역에 관한 규정이다. USMCA는 TPP의 관련 규정을 대체로 수용하면서 자국에서 생성된 개인정보 등 데이터를 외국에 반출하지 않는 ‘데이터 현지화’는 보다 강력하게 금지하고 있다.

USMCA의 이러한 디지털무역에 관한 규정은 미국이 지난 4월 세계무역기구(WTO)회원국들에 회람한 디지털무역에 관한 미국의 입장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로써 미국은 한국 등 71개 WTO회원국이 참여하는 디지털무역에 관한 다자규범 형성의 기초작업을 선도하고 있다.

중국은 작년 3월 외교부가 발표한 ‘사이버공간에 관한 협력의 국제전략’에서 ‘사이버공간의 무역규범’ 형성의 주창을 선언했지만, 작년 6월 발효한 사이버안전법은 엄격한 사이버주권 개념에 따라 강력한 데이터 현지화를 규정한 점에서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다.
 
둘째, USMCA는 미국으로 하여금 멕시코와 캐나다가 중국과의 무역관계를 사실상 발전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들 3개 국가들 중 하나가 비시장경제국 (non-market economies)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려는 경우 다른 두 국가는 6개월의 통고를 통해 USMCA를 종료하고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대체할 수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을 시장경제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이 규정은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USMCA를 통해 미국은 멕시코와 캐나다와 함께 중국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통상동맹을 구성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자신의 우방인 EU, 일본 및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에 ‘반중국 통상동맹’에 가입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10월 4일 미국이 중국에 맞서는 ‘의지의 무역연합(trade coalition of the willing)'을 도모하고 있음을 밝혔는데, 이러한 발언은 ‘반중국 통상동맹’의 구축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제압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미·중 신냉전은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과 같이 일방의 패배로 끝나게 될지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미·중 신냉전에서 한국은 적어도 다음의 세 가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경제적 동맹’을 규합하고 있어서, 한국은 미국과 전통적 군사적 동맹에 더해 경제적 동맹관계를 맺을지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동맹 결정에 데이터의 국경간 자유이동의 시장경제원칙과 프라이버시 보호 등 자유민주주의 가치 등이 고려될 것이다.
 
둘째,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적 국가경쟁력 우위를 선점하려는 처절한 경쟁을 강 넘어 불처럼 구경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자동차와 선박의 국제경쟁력이 흔들리는 현실에서 홀로 선방하고 있는 반도체산업에 더해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기술적 우위를 개발하기 위한 정권을 이어가는 민관의 혼신의 노력이 요구된다.
 

셋째, 미중의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신냉전은 과학기술이 국가안보 요소가 됨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점에서 한국은 과학기술이 민간 부문에서 주도되더라도 관련 정책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사고와 접근을 해야 한다.

 
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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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