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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는 디앱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네오위즈는 한 때 게임업계 ‘빅4’로 불렸다. 1997년 설립 후 2년 뒤 1세대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 ‘세이클럽’을 내놓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어 게임 포털 서비스 ‘피망’을 선보였다. 웹보드 게임의 지존격인 ‘맞고’는 중장년층까지도 인터넷 게임으로 유인했다(중장년층이 애니팡으로 모바일 게임에 입문한 것과 비슷하다).

 
게임업계 4N(넥슨ㆍ엔씨소프트ㆍNHN엔터테인먼트ㆍ네오위즈)으로 꼽히던 게 불과 5년 전이다. 이후 게임 시장이 모바일 위주로 재편되면서 네오위즈는 침체에 빠졌다. 몰락의 트리거는 정부가 당겼다. 사행화 방지라는 명분 아래 2014년 2월 웹보드 게임 규제를 강화했다. 이른바 ‘셧다운’ 정책이다. 이 게임법 시행령은 피망맞고ㆍ피망포커 등 네오위즈 대표 게임을 옭아맸다. 여기에 주요 퍼블리싱 게임들의 서비스 종료와 재계약으로 수익성은 더 악화됐다. 2012년 6000억 원 후반을 찍었던 연매출은 점차 감소, 2015년 이후엔 2000억 원 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게임 시장은 아케이드에서 인터넷,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숨가쁘게 옮겨갔다. 네오위즈는 인터넷이라는 파고는 멋지게 넘었지만, 모바일에는 휩쓸렸다. 겨우 몸을 추스르는데 블록체인이라는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출처: 피어비츠

출처: 피어비츠

이번엔 무너질 수 없다. 계열사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네오플라이는 지난 4월 이후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본격화했다. 내부에 블록체인 본부를 신설하고, 관련 인원도 3명에서 10명까지 늘렸다.
 
“모바일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
“네오위즈가 블록체인에 뛰어든 이유요? 게임 회사는 새로운 플랫폼에 빠르게 대응해야 합니다. 과거 PC 온라인부터 모바일까지 새로운 플랫폼에 적응한 기업만 살아남았죠. 네오위즈는 모바일에서 그러지 못했고, 블록체인에서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난 9월 13일 제주에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18’에서 권용길 네오플라이 대표는 ‘게임을 위한 실시간 블록체인을 꿈꾸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권용길 네오플라이 대표. 출처: 업비트

권용길 네오플라이 대표. 출처: 업비트

 
권 대표가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레드오션에 빠진 게임 산업 생태계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그는 토이저러스가 시대 흐름에 뒤처져 아마존에 무참히 짓밟힌 것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위기를 느꼈다.
 
그는 “일반적으로 게임 회사는 새로운 플랫폼이 나오면 위기이자 기회로 보고 있다”며 “블록체인은 또 하나의 플랫폼으로 볼 수 있어서 작년부터 개발과 공부에 몰두해 최근 이오스 기반의 게임을 하나 출시했다”고 말했다.  
 
네오위즈플레이스튜디오 산하 블록체인 조직 NB랩은 최근 블록체인 플랫폼 이오스에 난수생성(RNG) 방식을 구현한 카지노 게임 ‘쓰리스타즈슬롯’을 출시했다. 본격적으로 시장 진입을 위한 게임이 아니라 게임을 블록체인 플랫폼에 올리고 이용자가 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일종의 실험적 용도다. 그래서 카지노 게임이지만 잭팟이 터지더라도 10원 수준의 보상만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블록체인 플랫폼 기반 게임은 아직은 불편하다. 사용자는 해당 블록체인 플랫폼의 어카운트(계정)를 생성해야 하고, 기존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접속하던 프로세스와는 다른 새로운 개념을 알아야 한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블록체인에 대해 다시 공부해야 한다.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권 대표가 첫 실험용 게임으로 카지노를 고른 건 이유가 있어서다. 승률 조작에 대한 게임 참여자들의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블록체인으로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배당 결과에 대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다. ‘신뢰’는 일반 인터넷 기반 게임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블록체인 플랫폼 게임 만의 강점이다.
 
블록체인으로 소유증명, 아이템 지평 넓혔다
게임은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때마다 초기 킬러 컨텐츠 역할을 잘 해왔다. PC나 웹, 모바일까지 그랬다. 블록체인에서는 어떨까. 지난해 말 출시된 이더리움 기반 고양이 캐릭터 수집 게임 ‘크립토키티’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처음엔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고, 아류작을 양산했지만 금세 인기가 시들해 졌다.
 
블록체인 기반이라는 것을 빼고는 딱히 새로울 게 없어서다. 인터넷 기반 게임과 차별점이 없다면 블록체인 플랫폼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되레 그래픽이나 상호작용(인터랙션), 반응속도가 인터넷 기반 게임보다 훨씬 떨어지니, 블록체인 게임이 성공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든다.  
 
하지만, 위변조가 불가능 하다는 블록체인 특성을 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다. 아이템을 거래할 때다. 게임이 블록체인 위에 올라가면 아이템 거래나 교환이 주는 재미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 산업의 고질적 문제인 ‘아이템 거래 사기’도 없앨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광렬 코드박스 대표. 출처: 업비트

서광렬 코드박스 대표. 출처: 업비트

블록체인 플랫폼을 적용한 게임 산업에 본격 뛰어든 스타트업이 코드박스다. 서광렬 대표는 14일  UDC2018에서 “게임은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사용자에게 가장 빨리 받아들여지는 산업”이라며 “게임을 블록체인 킬러 앱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사람이 게임 아이템 거래 사기 문제로 불편해 하고 있는데 십 여년 간 해결하지 못했다”며 “블록체인이 이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코드박스가 주력해서 개발하고 있는 부분은 플랫폼 역할을 할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코드체인이다. 이더리움 같은 기존 블록체인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네트워크부터 개발하는 이유에 대해 서 대표는 “지금 블록체인 기술이 초기라 디앱을 만들려고 해도 현재 나와 있는 기술만 가지고 제대로 구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은 트랜잭션 한 번에 수수료가 5000원씩 나온다. 거래가 확정되는 데에도 꽤 시간이 걸린다. 크립토키티가 그렇게 단순한 형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더리움 위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데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특히, NFT(Non-fungible tokens)에 주목했다. 그는 “지금까지 NFT는 대부분 간단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콜렉터블(Collectible)에 집중돼 있었다”며 “코드체인의 NFT와 소유 증명을 이용하면 게임, 바우처,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대출, 구독 모델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집단지성에 보상을
‘자신의 창조물을 파괴한다.’
뭔가 철학적이면서도 멋진 말이다. 이 말은 위키피디아 공동 창립자인 래리 싱어의 행보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자기가 만들었지만, 생어는 위키피디아의 ‘현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창조물인 위키피디아를 비판해 왔다. 그리고 최근 위키피디아의 대체제를 표방하고 나선 에브리피디아의 최고정보책임자(CIO)로 합류했다.
 
집단지성은 위대하다. 한 명의 전문가보다 다수 준전문가의 지식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을 위키피디아가 보여줬다. 어느 순간 사람들은 책이나 논문보다 위키피디아를 더 신뢰하게 됐다.
 
하지만, 위키피디아에도 한계가 있다. 참여ㆍ공유ㆍ개방을 하고 싶은 사람만 참여한다는 점이다. 잘못된 글이 있어도 그걸 고치는 사람에게 대가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두는 경우가 꽤 자주 있다. 또, 위키피디아 같은 서비스가 성장하려면 많은 전문가가 특정 토픽에 참여해야 하는데, 참여ㆍ공유ㆍ개방 정신이 결여된 경우 지식이 뛰어나도 토픽 참여를 안 하게 된다. 심지어 모든 토픽에 대한 사전제작이 힘들어지는 지경에 까지 이른다. 게다가 정확한 정보로 글을 써도 해당 정보가 유명하지 않은 것이라 판단하면 문서 등재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른바, 유명성 요건이 문제다.
 
트래비스 무어 에브리피디아 CTO. 출처: 업비트

트래비스 무어 에브리피디아 CTO. 출처: 업비트

에브리피디아는 위키피디아의 문제를 블록체인 플랫폼, 곧 보상 시스템을 도입해서 풀어보려는 프로젝트다. 14일 UDC2018에서 트래비스 무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에브리피디아는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이오스(EOSIO) 기반의 탈중앙화 백과사전으로 위키피디아와 비슷해 보이지만, 에브리피디아는 참여에 대한 보상 토큰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더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위키피디아에서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에브리피디아는 토큰 아이큐(IQ)를 보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좋은 정보는 쌓이고, 나쁜 정보는 제거된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에브리피디아가 위키피디아와 경쟁하기에는 힘이 달린다. 위키피디아가 4300만 페이지를 제공하고 약 1억36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에브리피디아는 약 600만 페이지와 23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무어는 “최근 위키피디아의 창업자인 싱어가 CIO로 합류했다”며 “새로운 기술로 위키피디아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넘어선 것처럼 에브리피디아도 그러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이 글은 9월 13~14일 제주도에 열렸던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18’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총 10개의 시리즈 글이 업데이트 됩니다.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https://udc.upbit.com/2018’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리즈는 업비트의 후원으로 제작됐습니다.
①블록체인, 이제는 서비스다(feat. 개발자)
②거래소, 도박장에서 블록체인 혁신의 심장으로
③성공한 플랫폼은 보이지 않는다: 확장성을 해결하라
④‘신뢰’의 블록체인을 지켜라: 보안과 보호
⑤쇼핑몰 뒤엔 카페24가 있다: Platform for DApp
⑥살아남는 DApp의 조건…블록체인 정신을 구현하라
⑦블록체인 경제 성장의 필수 요건, 스테이블 코인
⑧The rise of Tokenization
⑨DApp들이여, 루니버스에 올라타라
⑩블록체인의 고릴라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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