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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싶은 이야기] 유학 따라온 여친과 23세에 결혼 … 해너 총장이 장학금 선물

1960년 3월 미국 미시간 주립대에 도착해 자격시험을 치른 뒤 시작한 물리학과 박사과정은 63년 8월에 끝났다. 2년여 동안 과정을 공부한 뒤 그해 3월에 시작한 학위 논문이 6개월 만인 8월에 심사를 통과했다. 지금부터 55년 전, 만으로 23살 8개월 때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모든 과정이 속성이었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 총장을 지낸 존 해너. [사진 랜싱 스테이트 저널 캡처]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 총장을 지낸 존 해너. [사진 랜싱 스테이트 저널 캡처]

박사학위 논문은 분자에너지 구조론을 다룬 것으로 ‘분자의 구조를 양자역학으로 풀어내는 것에 관한 연구’였다. 우리 생활에 밀접한 분자인 물이 우주에도 있는지를 확인해본 이론물리학 논문이다. 당시 과학자들이 항상 의문을 갖던 것 중의 하나가 ‘과연 우주에도 지구처럼 물이 있을까’였다. 우주에 직접 가서 물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는 없으니 과학적인 연구로 규명에 나섰다. 별에서 나오는 빛을 분석하는 간접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우주에 정말 물이 있다면 빛이 물을 통과하면서 어떤 물리학적인 증거를 남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문을 쓸 당시에는 이에 대한 관측이나 실험 데이터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이론물리학으로 그 증거를 찾아 ‘우주에도 물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로는 획기적인 연구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 뒤 10년이 지난 70년대 초 우주탐사 시대에 과학자들이 ‘외계에 물이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난제에 봉착했을 때 내 논문이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다. 미국 공군연구소에서 관측과 실험을 통해 확인해봤더니 내 이론이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로서 이러한 결과를 듣고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정근모 박사는 20대 초반에 미국 남플로리다대의 조교수로 임용돼 ‘소년 교수’로 불렸다. 사진은 남플로리다대의 모습. [사진 남플로리다대 홈페이지]

정근모 박사는 20대 초반에 미국 남플로리다대의 조교수로 임용돼 ‘소년 교수’로 불렸다. 사진은 남플로리다대의 모습. [사진 남플로리다대 홈페이지]

그러는 동안 인생에 중대한 일이 생겼다.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게 된 것이다. 물리학과 박병소 선배가 6촌 여동생을 소개해준 것을 인연으로 사귀게 됐다. 한국에서 과외를 하던 학생의 누나이기도 하다고 지난번에 밝혔다. 박 선배는 스웨덴으로 유학을 떠나 68년 웁살라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를 지냈다.  
 
내가 미국으로 떠날 때 김포국제공항에 몰래 나와 눈물을 흘렸던 여자 친구는 그새 이화여대 음대를 졸업하고 미시간 주립대로 유학을 왔다. 공부도 속전속결로 했던 나는 결혼식도 그렇게 치렀다. 스물셋의 나이에 미시간 주립대가 위치한 랜싱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예상하지 못한 하객이 참석했는데 바로 존 해너 미시간 주립대 총장이었다. 해너 총장은 우리 부부에게 특별한 선물을 줬다.  
“미스터 정의 아내에게도 장학금을 주겠네. 다행히 부부가 모두 우리 대학 학생이라 총장인 내가 이런 선물을 줄 수 있네.”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 있는 남플로리다대 캠퍼스 전경. [사진 위키피디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 있는 남플로리다대 캠퍼스 전경. [사진 위키피디아]

해너 총장은 내게 특별장학금을 줘 유학의 길을 열어준 분이자 박사 과정을 공부하는 동안 일일이 보살펴 준 은인이다. 제2의 아버지 같은 분이기도 하다. 해너 총장과의 인연은 오랫동안 지속됐으며 이는 ‘큰일’로 이어졌다.  
결혼하고 박사학위를 받으니 남플로리다대에서 조교수로 일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내 임용을 다룬 지역 신문 기사의 제목은 이랬다. ‘소년 교수(Boy Professor)’.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황수연 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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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