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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립유치원 비리 막으려면 법인화해야 한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리셋 코리아 교육분과 위원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리셋 코리아 교육분과 위원

누리과정으로 연간 2조원의 국가 예산이 유치원에 지원되고 있는데 이를 잘못 사용한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교육 분야 국정감사에서 최대 현안으로 대두하였다. 사립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사립유치원의 문제는 아닐 수 있다는 말로는 국민적 분노를 삭일 수 없다. 체계적 문제 분석을 바탕으로 종합적 대책이 발표되어야 할 상황이다.
 
지난 5년간 실시된 17개 시도교육청 감사 결과, 사립유치원 1878개에서 총 5951건의 회계 부정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고, 문제가 된 금액이 28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치원당 평균 3.2건으로 원아 1인당 18만원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문제가 된 예산 사용 명세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학부모와 시민의 분노를 증폭시켰다.
 
사립유치원의 회계관리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도 이를 바로잡지 못한 교육부와 교육청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교육부는 단기 대책과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여 곧 발표할 것으로 예고하였다. 특히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무관용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천명한 상황이다.
 
언론에 나온 대책을 보면 단기적으로는 감사 결과에 따라 유치원의 실명을 공개하고, 책임자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현행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꾸어 사적 사용에 대해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또 유치원 이사장이 유치원장을 겸직하는 경우 회계 집행 부정이 발생하면 셀프 징계해야 하는 문제를 개선해 설립자와 원장의 겸직을 금하고, 징계를 받으면 일정 기간 재개원을 금지하자는 대책이 제시됐다.
 
학교급식법을 개정해 유치원에서 부실한 급식 제공을 차단하고, 감사 결과에 따른 행정처분 시에 유치원과 원장의 실명을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도 나왔다. 사립유치원의 회계 부정을 해소하기 위해 회계와 인사시스템을 포함하는 투명한 유치원종합정보시스템을 도입해 결과를 공개하고, 교육청의 관리와 감사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시론 10/22

시론 10/22

하지만 언론을 통해 논의되는 방안에는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근본 대책이 빠져있다. 현행 사립유치원은 사립 초·중·고교와 달리 법인이 운영하는 비율보다 개인이 설립·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2017학년도 교육부 교육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치원은 전국에 9029개가 있다. 이 중 국공립은 4747개로 52.6%, 사립은 4282개로 47.4%를 차지한다. 이 중 법인 운영 사립유치원은 515개로 전체 유치원의 5.7%에 불과하다.
 
문제가 된 개인 운영 사립유치원은 3724개로 전체 유치원의 41.2%, 사립유치원의 87%에 이른다. 이제까지 개인 운영 사립유치원은 학교라기보다 학원에 가깝게 운영됐다.
 
학원은 민간 부문이고 회계 처리가 사적 영역이기 때문에 교육청의 회계 감사를 받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고 학원처럼 운영하던 시절과 2012년에 도입된 누리과정을 통해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게 된 이후에는 유치원 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했는데 이를 실행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화근이라 할 수 있다.
 
사립유치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 접근은 사립유치원에 대한 법적 규율에 있어 민간의 ‘사적 영역’으로 볼 것인지, 공교육에 해당하는 ‘공적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명확하게 법제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아교육의 중요성과 공적 역할을 고려할 때 유아교육을 공교육으로 보아야 하며, 이를 법제화하여 사립유치원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담보해야 한다. 사립유치원을 사적 영역으로 본다면 개인이 운영하는 학원과 다를 바 없고, 교육청의 회계감사 실시 여부도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개인 운영의 사립유치원을 법인화하여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장기 대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유아교육에 대한 공공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재정 지원 방식의 변화나 회계 시스템 도입, 감사 확대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법인화 과정에서 2013년 교육부의 ‘유아교육 발전 5개년 계획’에서 제시되었던 ‘공공형 유치원’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법인화 경우처럼 ‘선 재정 지원, 후 법인 유도’라는 점진적 접근과 ‘법인화하되 개인의 재산권을 어느 정도 인정해 주는 방안’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교육의 출발점에 있는 유아들이 충분한 교육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근본적인 유아교육 제도의 혁신과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교육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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