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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지금 태어난다면 망가진 환경부터 구할 것

생태신학자 존 캅은 ’환경문제에서도 신(神)이 우리에게 준 자유를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승식 기자]

생태신학자 존 캅은 ’환경문제에서도 신(神)이 우리에게 준 자유를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승식 기자]

철학·종교·이념을 포함해 모든 믿음체계(belief system)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한다. 창시자·교조의 유산을 순도 높게 유지하려는 ‘보수파’의 노력은 세상 변화에 적응해야 할 필요성 앞에서 종종 무력화된다. 초창기 가르침으로부터 지나치게 멀어지면, 초심을 복원하기 위해 ‘진보적 혁신’ 뿐만 아니라 ‘보수적 혁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영국 철학자·수학자 앨프리드 화이트헤드(1861~1947)가 창시한 과정철학·과정신학은 20세기를 흔들었다. 과정철학·과정신학은 세상이 물리적인 환경이나 사물보다는, 주관적·객관적으로 체험되고 이해되는 사건·과정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한다. 또 각 사건·과정들은 수많은 다른 사건·과정들과 극단적으로 연결된다고 본다. 이런 생각을 이어받은 화이트헤드주의(Whiteheadianism) 학자·활동가가 세계적으로 1000명 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경쟁보다는 협력을 중시하는 이들이다.
 
지구를 구하는 열 가지 생각

지구를 구하는 열 가지 생각

미국의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존 B 캅 2세(93)는 대표적인 화이트헤드주의자다. 감리교 은퇴 목사인 그는 자신이 몸담은 미국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에 과정사상연구소를 만들어 화이트헤드 사상을 포스트모더니즘, 생태주의에 접목하는 작업을 해왔다.  
 
존 B 캅 2세는 진화론 등 과학의 성과를 수용하는 신학, 불교와 대화하는 신학을 추구했다.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북미 신학자라는 평가다. 중국 공산당이 2012년 생태 문명을 공산당 당헌으로 채택하는 데에도 상당한 이론적 배경을 제시했다고 한다. 『지구를 구하는 열 가지 생각』(한윤정 엮고 옮김, 지구와사람·작은 사진) 국내 출간차 한국을 찾은 캅 교수를 만났다. 1925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난 그는 1936년 11살 때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기독교와 생태 운동은 어떤 관계인가.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 등 아브라함의 종교와 다른 종교 사이에는 ‘역사적 지향성(historical orientation)’이라는 기본적인 차이가 있다. 역사적 맥락 안의 예수의 임무는 신의 은총과 인간의 소명을 가르치는 데 국한되지 않았다. 예수에게 히브리 전통의 핵심인 은총과 소명은 당연하였다. 나는 예수가 진정으로 추구한 것은 전쟁과 로마제국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신은 구체적인 소명을 준다. 세상을 자멸로부터 구하는 것이다.”
 
예수나 제자들에게 생태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거의 2000년 동안 그리스도교인들에게 생태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다음에는 생태가 중요하게 됐다. 그리스도교는 역사적(historical) 신앙이기 때문에 시공(時空)에 따라 가장 절실한 과제가 다르다. 노예해방이 가장 중요한 때와 장소가 있었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위협은 모든 시공에서 신에게 중대한 문제다. 지금 한국인에게 신이 부여한 소명은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대화 기회를 최대한 선용해 남북 간의 호전적인 태도를 종식해야 한다.”
 
독실한 크리스천 중에는 ‘예수 재림과 최후의 심판 후에 신이 어차피 새 하늘과 땅을 만들 텐데 굳이 생태를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개인의 구원이 더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주장은 예수나 바울의 발언에 대한 매우 이상한 해석이다. 신의 소명에 대한 건강한 응답이 아니다. 신약 성경의 초점은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아니다. 나는 예수의 메시지는 유대인 전체, 바울의 메시지는 전 세계를 향한다고 생각한다. 개인 구원에만 초점을 맞추면 이웃 사랑을 표현할 길이 없다.”
 
앞으로 생태 운동의 방향은?
“생태 문명(ecological civilization)이다. 생태 문명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문명의 모든 영역이 변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서다. 지금 우리 문명의 바탕은 신이 아니라 돈 숭배다. 돈 숭배는 우상숭배다.”
 
당신의 주장은 종교화된 생태주의인가.
“중세인들의 삶을 지배한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이 아니었다. 나는 그들의 종교를 기독교(Christianity)가 아니라 ‘기독교주의(Christianism)’라 부른다. 일종의 이데올로기였다. 기독교주의의 중심에 놓인 것은 교회와 관련 제도였지 신이 아니었다. 이후 수백 년 동안은 민족주의가 종교였다. 오늘날의 종교는 경제주의(Economism)다. 모든 것을 돈으로 측정한다. 정부마저, 특히 미국 정부는 돈을 위해 일한다. 나는 경제주의를 지구주의(Earthism)가 대체하기를 바란다. 지구 전체가 우리의 관심사가 돼야 한다. 나는 지구주의를 종교라고 부르지 않는다. 크리스천들이 성경이나 교회를 숭배하거나 경제주의자나 민족주의자가 되는 게 아니라 지구주의자가 되길 바란다. 크리스천뿐만 아니라 불교·이슬람 신자도 지구주의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크리스천들만으로는 지구를 구할 수 없다. 지구 구원을 위해서는 동반자들을 최대한 끌어모아야 한다.”
 
한국과 아시아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동아시아는 세계 과정철학을 주도할 놀라운 가능성을 안고 있다. 언어 때문이다. 인도유럽어와 달리 한국어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언어는 대상(object)보다 사건(event)을 중시한다. 반면 영어에서는 대상화(objectification)를 피하기 매우 어렵다. 부처는 인도 언어가 수반하는 대상화에 반대했다. 과정철학과 불교 전통 사이에 공통점이 발견되는 이유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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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