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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강 선박 배기가스 규제 코앞 … 해운업계 골머리

SK해운은 최근 고민 끝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보유 선박 44척에 대해 전부 배기가스 정화장치(스크러버)를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스크러버 한 개당 가격이 수십억원에 달해 SK해운은 1000억원 안팎의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20년부터 전 세계 선박에 적용되는 고강도 배기가스 규제인 ‘IMO 2020’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 1월 1일부터 전 세계 모든 선박(국제항행에 종사하는 400t급 이상) 배기가스의 황산화물(SOx)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강화할 예정이다. 황산화물은 산성비의 원인 물질로 선박(7000TEU급) 한 척이 내뿜는 황산화물이 육상의 트레일러(20t급) 한 대보다 50만배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해양 환경규제인 ‘IMO 2020’ 시행이 다가오면서 해운 업계가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외 해운업계는 그간 2가지 대책을 놓고 고민해왔다. 연료를 기존의 벙커C유에서 황산화물 함량이 낮은 저유황유로 바꾸는 거나, 연료 종류는 그대로 두고 선박에 스크러버를 부착하는 방안이다. 문제는 어떤 대안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두 가지 모두 단점이 있다. 스크러버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설치 비용이 한대당 10억~60억원 수준으로 비싸다. 설치를 위해선 배가 1~2달 이상 도크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그 기간 운항을 못 한다. 저유황유의 경우 기존의 벙커C유보다 가격이 50%가량 비싸고 연료로서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엔진 고장이 잦아질 수 있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또 스크러버와 저유황유는 공통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 폭등으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규제 시행이 임박하면서 ‘스크러버 부착’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래 예상 비용을 분석한 결과 스크러버를 다는 쪽이 경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SK해운은 국내 해운업계에서 처음으로 모든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한다는 결정을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저유황유는 가격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스크러버를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상선도 정확한 목표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스크러버 설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8일 ‘조선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에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은 전부 스크러버를 달 것으로 알려졌다. 팬오션도 보유 선박 약 80척 중 우선 20%가량에 대해 스크러버를 설치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정부는 이런 흐름에 맞춰 스크러버 설치와 관련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해운사가 스크러버 등을 구매할 경우 공사가 보증을 제공하고 이자율의 2%포인트를 보전하는 방안을 내년부터 실시하려고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QY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의 선박 스크러버 시장 규모는 2017년 9억2749만 달러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2년 61억369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SK해운 등 일부 업체를 제외한 전반적인 해운업계의 분위기는 “저유황유 공급이 늘어 가격이 떨어진다면 언제든지 저유황유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달 초 글로벌 정유사 엑슨모빌은 “2019년 말까지 ‘IMO 2020’ 규제에 적합한 저유황유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혀 공급 확대 가능성을 높였다.
 
안영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은 “해운사가 어떤 선택을 하든 대규모의 추가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라며 “유럽이나 일본 등에선 해운사뿐 아니라 화주 등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비용을 분담하려는 추세가 뚜렷하다. 한국도 이런 분위기가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IMO 2020’ 시행 시점을 연기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해운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규제 시행 시점을 연기하면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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