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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서툴러 “불이야” 알아듣지 못한 듯…김해 원룸 화재 사망자 2명으로 늘어

진압 중인 김해 원룸 화재. [사진 경남소방본부]

진압 중인 김해 원룸 화재. [사진 경남소방본부]

경남 김해시 원룸 건물 화재 사망자가 2명으로 늘었다.  
 

무너진 ‘코리안 드림’
고려인 3세 부부 자녀들
모두 한국말 서툴러
어른 없이 함께 있다 피해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화재 이후 모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A양(14)이 이날 오후 사망했다. 이 아이는 화재 직후 숨진 4살 아이의 친누나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상을 입고 입원 중인 A양의 남동생(12)·이종사촌(13) 역시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지거나 위독한 이들 4명은 화재 당시 모두 한 방에 있다가 변을 당했다.
 
경찰은 아이들이 모두 한국말이 서툴러 “불이야”라는 외침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던 것으로 보여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아이들 외에 원룸 입주민 6명도 연기 흡입 등 경상으로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전날 저녁 해당 원룸 주차장에서 발화한 것으로 보이는 화재로 이 건물 2층이 화염과 연기로 곧바로 휩싸였다. 어린 자녀가 숨지거나 크게 다친 외국인 부부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일하러 온 고려인 3세로 알려졌다. 고려인 3세 부부는 2016년 7월 말 취업방문비자로 입국한 합법 체류자들이다.
 
2층 거주자는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고려인 3세 이주민과 그 자녀였다. 방 2개짜리 원룸에 고려인 3세 부부와 이들의 4살 아들, 12살 아들, 14살 딸 등 일가족 5명과 3남매의 이모와 이종사촌인 13살 남자아이 등 7명이 함께 살았다. 불이 나기 전 어른 3명은 장을 보러 나가 집을 잠깐 비운 상태였다. 불이 날 당시 원룸에는 아이들 4명밖에 없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1층 필로티 구조 주차장에서 불이 시작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해당 건물은 지상 4층, 건물면적 642㎡ 규모다. 1층은 필로티 구조 주차장이다. 2∼4층에는 모두 15가구가 거주한다.
 
이번 화재는 발생 20여분 만에 꺼졌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 급속하게 번지며 큰 피해를 냈다. 그 원인으로는 필로티 구조와 드라이비트 공법 등이 꼽힌다. 두 요인은 2015년 경기도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130명 사상)와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69명 사상)에서도 피해를 키운 공통 요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필로티 건축물은 불이 나면 확 트인 사방에서 공기가 대량 유입돼 불이 쉽게 번지는 위험을 안고 있다. 또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 등 가연성 소재를 붙이고 석고나 시멘트를 덧붙이는 마감 방식인 드라이비트는 가격이 저렴하고 시공이 간단하지만, 화재 시 불길이 빠르게 번지고 유독가스를 내뿜어 인명피해 우려가 크다는 지적을 받는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30분쯤부터 화재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과 합동감식을 벌이는 등 본격 원인 규명에 나섰다. 경찰은 오후 1시쯤까지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주차장 내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최초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을 단정할 수 없다”며 “오는 23일 한 차례 더 현장감식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건물주를 상대로 소방안전 의무 등에 소홀한 점은 없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해당 건물주는 “평소 필요한 의무는 다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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