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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고용세습 특혜 따지자···민주노총 "재벌도 경영 세습"

19대 국회 고용세습 방지법 제정 무산 경위는
 
최근 불거진 서울교통공사의 ‘고용 세습’ 파문을 계기로 고용 세습에 대해 비난 여론이 다시 한번 쏟아지고 있지만, 이를 근절하는 제도적 장치는 20년 넘게 감감 무소식이다. 노사의 부당한 야합을 정부와 국회가 방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는 왜 고용 세습을 못 막을까. 이는 국회 속기록에 잘 나와있다. 19대 국회인 2015년 6월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민현주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근로자의 가족을 우선ㆍ특별채용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처음 제출된 법안이었다. 당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런 문답이 오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오후 '청년일자리 탈취 고용세습 엄중수사 촉구' 긴급 규탄대회를 위해 서울시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오후 '청년일자리 탈취 고용세습 엄중수사 촉구' 긴급 규탄대회를 위해 서울시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 의원=“고용노동부가 이 법안에 부정적인 견해를 주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장관=“현행법으로도 세습 조항은 충분히 방지가 가능합니다.”
▶민 의원=“그럼에도 고용세습이 1996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잖아요.”  
▶이 장관=“앞으로 더 철저히 단속하겠습니다.”
 
고용정책기본법 7조에는 ‘근로자를 모집ㆍ채용할 때 신분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 조항을 적용해 고용세습 관행을 바로잡는 조치엔 소극적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1996년 국내기업 849곳의 단체협약서를 분석해 32.9%가 고용 세습조항이 있다고 발표했다. 민 의원은 이 조사를 지적한 것이다. 이에 이 장관은 “지적이 충분히 맞다”면서도 ‘고용세습 금지법안’의 입법은 끝까지 반대했다. 결국 법안은 환노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민주노총 "고용세습 아니라 재벌 경영세습이 문제" 
 
같은 해 12월22일 환노위 노동관계법 공청회에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당시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비정규직을 대변한다면 민주노총 사업장의 고용세습 조항부터 폐지하라. 왜 정규직 노동자들의 아들만 또 정규직으로 채용돼야 하냐”고 따졌다. 이에 민주노총 이승철 사무부총장은 “고용세습은 이미 노동부가 해명을 했고 오히려 문제되는 것은 재벌의 경영세습”이라고 반박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기관장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기관장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올해들어 노동위원회가 고용세습 단협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사업장은 단 1곳에 불과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사간 자치에 단협을 맡겨 놓아야 하는데 왜 정부가 관여를 하냐고 양대 노총이 반발한다”고 전했다. 결국 민노총·한노총의 반발을 의식해 정부가 고용세습 관행을 눈감아 주고 있는 셈이다. 현행법상 정부가 노사에 시정명령을 내려도 고작 500만원의 벌금만 내면 된다. 사업주도 강성 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말을 꺼낼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당, 고용 세습 막는 법안 당론으로 추진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고용 세습이 차별 사유임을 법으로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의 채용 방식도 법률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노조나 친인척을 우대하는 단체협약을 무효화하는 방식으로 특혜 채용을 막고, 채용 절차를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고용 세습을 원천적으로 막는 법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이태규·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과 신보라 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용세습 금지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노조를 비롯한 기득권 세력의 가족간 고용 이어 달리기, 내부 정보를 통한 취업 편의 제공 등은 심각한 사회문제”라며 “고용세습에 가담한 이들을 강력하게 형사처벌하는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때 당론으로 내놓겠다”고 말했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지난 1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채용 비리와 관련해 추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지난 1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채용 비리와 관련해 추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노조가 전통적 우군인 더불어민주당은 입법에는 아직 소극적이다. 익명을 원한 당 관계자는 “고용 세습은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를 박탈하는 문제다. 당이 청년들이 아닌 노총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눈치만 보는 게 아닌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현일훈ㆍ윤성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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