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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의 질은 개선되고 있다?…유리한 해석만 뽑아 쓰는 정부

“상용직 비중 증가, 고용보험 피보험자 증가 등 일자리의 질이 개선되는 측면은 있으나, 양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엄중한 상황이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이다. 과연 맞을까? 양적 측면에서 엄중한 상황이란 건 재론의 여지가 없다. 올해 1월~9월 취업자 수 증가는 90만4000명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299만6000명)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7월과 8월 각각 5000명과 3000명에 그쳤다가 9월 추석 효과로 잠시 반등(4만5000명 증가)에 성공했지만, 올해 언제든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취업자 증가폭,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취업자 증가폭,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양으로는 설명이 잘 안 되니, 주요 부처들은 최근 들어 부쩍 일자리의 질을 강조하고 나선 모양새다. “상용직 근로자의 증가 폭이 확대됐으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증가하는 등 개선 추세가 지속했다”는 고용부의 입장도 그렇다.
 
일자리의 질이 좋아졌다는 정부 주장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상용직 근로자 증가다. 하지만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1~9월까지 상용직 근로자는 324만5000명 증가했다. 올해는 같은 기간 311만명으로 더 적다. 
 
정부는 상용직 '비중'이 늘었다고 강변한다. 실제로 임금근로자 중 상용직 비중은 지난해 1~9월 67.3%에서 올해 68.6%로 늘었다. 그러나 이는 전체 취업자 수 증가가 정체된 상태에서 임시직과 일용직의 감소 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상용직이 많이 늘어나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애초에 상용직으로 일자리의 질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오해하기 쉽지만, 상용직은 정규직이 아니다. 1년 이상 일하는 사람일 뿐이고, 비정규직도 상용직에 포함된다. 쉽게 말해 아르바이트를 1년 넘게 해도 상용직이다.  
 
정부 주장의 두 번째 근거는 고용보험 피보험자의 증가다. 실제로 올해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매달 꾸준히 30만명 이상씩 늘어나는 추세다. 고용안전망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가 늘어난다는 의미니 이는 고용의 질이 좋아진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이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급감했는데도 고용보험 가입자가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주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고용보험에 새로 가입하는 영세 사업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질 좋은 일자리가 늘어서가 아니라 일자리 안정자금에 따른 ‘반짝 효과’라고 보는 게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말했다.
 
고용부조차도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 증가에 반색하면서도 일자리 안정자금의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추정은 해볼 수 있다. 9월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보건복지업(9만3000명)·도소매업(6만5000명)·숙박음식업(5만3000명) 등에서 두드러지게 늘었다.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 고용보험 가입자도 많이 늘었다는 의미다.  
 
김태기 교수는 이어 “단시간 취업자가 많이 늘어난 것도 질이 좋아졌다는 정부의 주장과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 1~9월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41.5시간으로 전년 동기(42.8시간)보다 줄었다. 1~35시간 취업자는 지난해 1~9월 165만명 감소했지만, 올해는 816만8000명이나 증가했다. 반면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지난해엔 500만 명 증가했고, 올해는 751만 명 감소했다. 
 
정부가 부쩍 강조하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증가도 고용의 질과 무관하긴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줄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추세인 건 맞다. 이를 놓고 고용의 질 판단하려면 적어도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로 이동했다는 근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는 그 어디에도 없다. 통계청도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자영업자 숫자만으로 고용의 질 개선 여부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인정한다.  
 
익명을 원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의 질을 논할 상황도 아니고, 그렇게 단언할 수도 없는 게 현 상황”이라며 “각 부처가 숫자 매몰된 것 자체가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고용·경기·성장률 등 경제의 역동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인데 절박함이 없다”며 “제조업 혁신과 과감한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틀 전체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내년이나 내후년엔 정말 외환위기 급 고용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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