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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서류 1000쪽... "나는 B급 검사" 자조하는 검찰 내부

검찰의 '대형 특수사건 올인'에 허덕이는 검사들 
“사건을 아무리 밤새 처리해도 끝이 없어 공소시효조차 챙기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특별수사단·진상조사단 등 굵직한 사건에 파견된 검사들만 좋지 남아 있는 검사들은 이중고를 겪습니다.”
 

검찰, 전 정권 수사 특수사건에 검찰 올인... 일선현장은 인력부족

재경 지검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매일 쏟아지듯 자신에게 배당되는 사건을 ‘화수분’에 비유했다. 하루 15시간 넘게 근무하고 있지만 처리하는 사건보다 새로 배당되는 사건이 많아 아무리 일을 해도 줄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그는 “하루에 검토해야 하는 기록만 1000페이지가 넘는데 그걸 처리하고 나면 또 그만큼의 사건이 또 쌓인다”며 “대부분의 일선 검찰청이 극심한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검사들이 과중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을 시작으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까지 계속된 검찰의 대형 특수사건에 수사 인력이 집중된 탓이다.  
 
수사인력 공백, 급증하는 미제 사건 
서울중앙지검과 재경지검의 월말 미제사건 현황. [주광덕 의원실]

서울중앙지검과 재경지검의 월말 미제사건 현황. [주광덕 의원실]

수사 인력 부족은 미제 사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광덕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중앙지검과 재경지검(서울동부·남부·북부·서부지검) 등 5개 검찰청의 월말 미제사건은 2만1309건에 달한다. 올 1월(1만7767건)과 비교하면 3500여건이 늘어난 규모다.  
 
각 검찰청에선 담당 검사가 기소·불기소 여부 등을 결정하지 못하는 등 사건을 매듭짓지 못한 경우 미제사건에 포함시켜 월별로 관리한다. 형사소송법 제257조는 고소·고발에 의한 수사의 경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 부담에 사기 저하까지 
의정부지검과 수원지검의 월말 미제사건 현황. [주광덕 의원실]

의정부지검과 수원지검의 월말 미제사건 현황. [주광덕 의원실]

미제 사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의정부·수원지검 역시 마찬가지다. 의정부지검의 경우 지난 9월 기준 미제사건이 5125건이고, 수원지검은 1만3150건에 달한다.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건 처리 기한인 3개월을 넘긴 미제사건 역시 의정부지검이 378건, 수원지검은 1024건 규모다. 특히 수원지검의 경우 관할이 넓어 담당하는 사건의 수는 중앙지검과 비슷한데 드루킹 특검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 계속된 검사 파견으로 인력 공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각종 특별수사단·조사단과 특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까지 대형 사건 수사에 파견간 검사가 많아 업무 부담이 극심하다”며 “특히 우수한 중견급 검사들이 파견가는 경우가 많아 업무적인 측면에서도 부담되고 내부 구성원들의 사기도 저하된 상태”라고 말했다.
 
'B급 검사' 자조 섞인 불만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종 대형사건 수사팀과 진상조사단에 합류하지 못한 검사들 사이에선 ‘B급 검사’란 자조 섞인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의정부지검의 한 검사는 “파견 검사들은 우수 인력이라는 평가와 함께 인사에서도 중앙지검 발령 등의 혜택을 보고 있다”며 “반면 남은 검사들은 잠도 못 자고 일하는데도 미제 사건이 계속 늘어나 인사 고과에서도 불이익을 당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검찰은 10여명의 검사를 파견받는 등 총 50여명의 검사를 투입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검찰은 10여명의 검사를 파견받는 등 총 50여명의 검사를 투입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대형 사건에 수사 인력이 몰려 일선 검찰청은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인력 불균형’을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10여명의 파견 검사를 포함해 50여명의 검사가 투입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경우 최소 올 연말까지는 수사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과거사 진상조사단과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을 수사하는 합동수사단 역시 한창 조사·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 초임 검사와 변호사 출신 검사들에 대한 교육도 3주에서 5개월로 늘어 수사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광덕 의원은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 특수수사에 올인하느라 민생사건 처리를 지연시키는 건 검찰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행태”라며 “각종 형사사건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사건 당사자들과 고소·고발인들의 부담이 커지는 등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는 만큼 서둘러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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