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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 겸한 독서당, 눈 내리는 겨울밤이 기다려지는 이유

기자
권대욱 사진 권대욱
[더,오래] 권대욱의 산막일기(14)
봄이든 여름이든 밖에 있기를 즐기는 나에게 겨울은 참으로 고역인지라 겨울용 독서당을 몇 년 전에 하나 지었다. 나무틀로 위아래 여닫이창을 했는데 아무래도 아귀가 맞지 않아 이후 다시 샷시로 모두 교체했다. 방충망 공사가 끝난 김에 곡우와 함께 깨끗이 청소했다. 쓸고 불고 닦고 먼지 쌓인 문틀도 손걸레로 깨끗이 닦고 나니 보기에도 훤하고 마음마저 개운하다.
 
눈 오는 어느 날 휘영청 밝은 달 아래 난롯불 지피고 좋은 책 읽을 기대에 벌써 마음이 즐겁다. 아직 가을이 한참이건만 눈 내리는 겨울밤을 그리는 나는 늘 한 계절을 앞서 산다. 무엇이 그리 급한가 아껴 아껴 가도 바람처럼 다가오는 것을. 한시가 아까운 세월임을.
 
가을 밤의 산막. [사진 이정환 감독]

가을 밤의 산막. [사진 이정환 감독]

 
좋은 책 몇 권이면 독서당서 일박
단언컨대, 산막에서 책 읽고 잠자는 분은 침실이 시답잖게 보일 것이 분명해 모두 독서당 일박을 원할 것 같다. 사보이 런던(아코르호텔 계열 고급 호텔) 뷰 포트 바는 대기가 2년이라는데  여기는 얼마가 되려나 모르겠다. 아 어쩌나 방은 하나 침대도 하나. 사보이는 역사를 판다는데 나는 자연을 팔아야겠다.
 
귀뚜라미 벌레 소리,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와 달빛을 얹으리라. 그냥은 안 되겠고 좋은 책 몇 권, 낙엽 모으는 수고라도 걸어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낙엽은 그냥 두고 책꽂이는 대폭 늘리리라. 여기도 책 저기도 책, 앉아도 책 누워도 책. 책 향기에 지쳐 스르르 잠들게 하리라. 낙엽 타는 냄새가 좋을 것이다.
 
잠이 보약이다. 독서당에서 책 읽다 잠든 밤은 귀뚜라미 소리가 있어 좋았고, 적당한 위풍과 따뜻한 바닥은 어머니의 품속처럼 아늑했다. 바닥은 안온하고 차고, 신선한 공기는 계속 유입돼 위아래로 살아 움직이니 마치 내가 자연의 일부가 된 듯했다. 창밖 숲 사이로 보이는 교교한 달빛을 자장가 삼아 깊은 잠을 참 잘도 잤다.
 
얼마 전 텐트와 함께 구매했던 헬리녹스 야전침대는 적당한 쿠션에 몸 뒤척이기 좋은 구조였다. 한겨울엔 독서당에 텐트를 치리니 앞으로 이곳은 나의 도서관이요, 침실이 될 것이다.
 
책과 난로와 독서당. [사진 권대욱]

책과 난로와 독서당. [사진 권대욱]

 
한겨울 그 싸다 한 공기며 소록소록 내리는 눈 소리는 어떨지 지금부터 가슴이 설렌다. 산막에 올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왜 삶의 이유는 아니겠는가?
 
지난 개천절에 누리 새끼 8마리 중 6마리를 분양하고, 암수 각 한 마리씩을 남겨 키우려 하는데, 걱정되는 것이 근친상간과 근친교배로 인한 윤리적 문제와 유전자 열성이었다. 개에게 무슨 윤리냐 하겠지만 그건 개의 문제가 아니라 키우는 사람의 문제이니 영 내키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수놈을 거세시키느냐 마느냐 하는 고민에 싸여 있을 때, 아, 이게 웬 복음인가. 지인이자 페친이신 어느 분이 올린 진도견 백구 암수 사진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내가 적극적으로 바꾸자 했고 오늘 그분이 암놈을 바꾸자고 해 오후에 교환하기로 했다. 말끔히 처리된 듯하나 남은 걱정이 있기는 하다.
 
자매간의 문제는 해결되나 모자 상간의 위험은 상존한다. 그래서 다시 이렇게 보냈다. “혹 수놈끼리 교환은 안 될까요. 우리 집엔 어미 개가 있어 암놈으로 바꿀 경우 모자간 근친상간의 우려가 상존합니다만 ㅎㅎ.” 그렇게 되면 참 좋기는 한데 그렇다 하더라도 또 걱정이 다 사라지는 건 아니다. 수놈 한 녀석이 장차 어미와 새끼를 아내로 갖고 모녀가 다투는 상황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아, 내가 걱정이 많은 건가.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구나. 아이구 머리야!
 
아기 강아지들아 잘 자라다오. [사진 권대욱]

아기 강아지들아 잘 자라다오. [사진 권대욱]

 
지인과 개 수놈으로 한 마리씩 교환키로
결국 수놈으로 한 마리씩 교환하기로 했는데, 알고 보니 주인 간에도 인연이 꽤 깊다. 부인께선 우리 호텔에서 하는 IGM 700인 클럽의 주임교수고, 부군께선 건설역군으로 함께 요르단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그뿐인가 지금은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제로 에너지 주택’의 꿈을 키우고 있다. 도시와 사람들의 함양프로젝트. 이건산업의 이력에서도 인연의 고리가 있다. 부군께선 내가 요르단 이임 회식에서 불렀던 조용필의 노래까지 기억하니 참 놀랍다.
 
누가 SNS를 가볍다 하는가? 이 인연 또한 페북이 맺어주었으니.
 
권대욱 ㈜휴넷 회장·청춘합장단 단장 totwkwon@hu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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