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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 맘껏 불태우는 젊음들, 난 왜 그렇게 못살았나 울컥

기자
송미옥 사진 송미옥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56)
가끔 구미 사는 동생이랑 부산을 여행한다. 거리도 가깝고 대구에서 만나 기차로 갈 수 있으니 여유롭고 참 좋다. 가장 간단하고 재밌는 코스는 부산역에서 내려 국제시장을 거쳐 자갈치시장까지 도는 코스다. 먹을 것 먹고 구경할 것하고 살 것 사고 용두산 공원에 올라 차 한잔하고 내려와 숙소를 잡아 자고 오는 코스인데 부산은 갈 때마다 새롭고 재미있다.
 
부산역에서 국제시장으로 걸어가다 보면 시장 상인의 피곤한 삶을 표현한 조형물이 많다. 지친 노동자의 모습에 마음이 짠해서 무언의 대화를 해봤다. [사진 송미옥]

부산역에서 국제시장으로 걸어가다 보면 시장 상인의 피곤한 삶을 표현한 조형물이 많다. 지친 노동자의 모습에 마음이 짠해서 무언의 대화를 해봤다. [사진 송미옥]

 
저녁이면 동생의 특기인 ‘땡처리’ 호텔을 잡는 재미도 한몫한다. 늦은 저녁 복잡한 부산 시내를 구경하다가 호텔의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 내려갈 즈음 접선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멋진 숙소를 예약할 수 있다. 그 순간은 마치 돈을 번 것처럼 기분이 좋다. 소소한 행복이다.
 
이번에 간 날은 미래 아이돌 스타의 길거리 춤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20대 전후반의 아이들이 한명씩 나와서 요즘 청소년이 열광하는 춤을 선보이는 중이었다. 몸의 각 마디가 해체했다가 합체하는듯한 요란한 춤동작에 오랫동안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감동으로 다가왔다. 춤을 추고 싶은 욕망을 위해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 것을 버리고 버리며 저기까지 왔을는지.
 
저 아이들의 부모는 공부해야 하는 시기에 저러고 있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애태우며 살았겠는지, 아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대치상태로 견뎌왔을까 하는 마음에 가슴이 저리며 울컥해졌다.
 
그날 거리에서 본 아이들은 미래 방탄소년단의 멤버가 되기에 전혀 아깝지 않았다. 나의 끼와 재능을 위해 나를 불태우는 젊은이들이 있어 세상은 아직 밝다고 해야 할까. 20대 전후에 하고 싶은 일을 해보며 몸과 마음을 불태우고 나면 훗날 또 다른 시간을 위해 주어진 어떠한 일에도 열정이 살아있어 잘 헤쳐갈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의 명물인 자갈치시장은 늘 관광객으로 북적거린다. 똑같은 생선요리에 술 한잔인데도 시장 좌판은 더 감칠맛이 난다. [사진 송미옥]

부산의 명물인 자갈치시장은 늘 관광객으로 북적거린다. 똑같은 생선요리에 술 한잔인데도 시장 좌판은 더 감칠맛이 난다. [사진 송미옥]

 
그날 한 명 한 명 출연할 때마다 장을 보기 위해 쓸 돈을 한쪽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던 기부함에 아낌없이 넣어주며 격려했다. 동생이 “언니야~ 장 볼 돈은 남겨야지. 그만 기부해!”라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산다는 것은 내 인생을 내가 주인공으로 사는 거라 생각한다. 우리 어린 시절엔 너무 가난해서 먹고 사느라 떠밀렸고 나이 들어서도 무엇인가를 향해 달려가는지도 모르고 떠밀려 가는 인생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서서 돌아보니 어느새 중년이 되었다.
 
나를 마주하고 서서 ‘너는 하고 싶은 게 뭐였니? 너의 취미와 특기는 뭐니?’ 하고 또 다른 내게 물어보니 멍하니 아무 말도 못 했다. 나는 무엇을 잘하는지 나를 위해 무엇을 해주었는지 기억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할 줄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내가 부끄러운 순간, 한쪽에 처박혀 내 본모습을 담아낸 오래된 일기장이 보였다. 때론 허풍으로 소설을 쓰기도 하고 때론 읽지도 못할 욕설을 써놓았지만 내 마음속에 있는 나와의 대화인지라 어떤 언어로 쓰여 있어도 내 마음에 있는 또 다른 나와 모든 것이 통했다. 요즘 나는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며 세상살이를 함께 나누고 살게 되어 끝없이 기쁘고 행복하다.
 
이사 다니면서 많이 버렸지만 아직 남아있는 일기장과 메모 수첩들. 날마다 한 줄 날씨 소식이라도 적다 보면 세월 따라 글쓰기가 늘어 내가 주인공인 웃기는 소설을 쓰기도 한다. [사진 송미옥]

이사 다니면서 많이 버렸지만 아직 남아있는 일기장과 메모 수첩들. 날마다 한 줄 날씨 소식이라도 적다 보면 세월 따라 글쓰기가 늘어 내가 주인공인 웃기는 소설을 쓰기도 한다. [사진 송미옥]

 
치료차 병원에 가면 나이 드신 원장님의 진료실 한쪽에 놓인 첼로를 보며 감동한다. 정년퇴직 후 아코디언을 배우며 봉사하는 지인의 모습에서도, 세계 명산 도보여행에 도전하는 60대 지인의 모습에서도 젊음이 느껴진다.
 
치과 치료차 갔다가 생뚱맞은 노랫소리에 놀라 멈칫하고, 발성 연습을 하던 치과의사의 겸연쩍은 합창대회 초대장을 받았을 때, 그 초대장에 경외심을 표하며 격려의 마음을 담아 밤길을 나설 때도 있었다.
 
지금이라도 잠시 멈춰 서서 ‘나는 누구인가?’를 한 번쯤은 생각해 보며 살았으면 좋겠다. 소풍 같은 한 번뿐인 인생, 후회하지 않을 인생을 위해.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sesu3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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