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아마존이 첫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를 선보였을 때만 해도 ‘누가 저걸 일부러 사서 쓰겠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요, 어느새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인공지능 스피커 한 개쯤 집에 두고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주요 국내 인공지능(AI) 스피커.
일정 기간 사용하겠다는 요금 약정제에 가입하면 제품 할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식을 내놨는데요, 예컨대 약정제를 이용하면 출시가격이 26만원인 인공지능 스피커를 10만원에 살 수 있습니다.
똑똑해진 것도 인기를 끄는 이유로 꼽힙니다. 초기에는 ‘말귀를 못 알아들어 답답하다’는 불만이 많았지만, 최근엔 음성인식 성능이 좋아지면서 사투리도 알아듣는답니다. 할 줄 아는 것도 많아졌지요. 검색부터 배달음식 주문,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가전까지 제어할 수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말만 하면 되는’ 편리한 사용법은 폭넓은 수요층을 확보하는 데 큰 몫을 했습니다. 대부분 스마트기기의 주요 수요층은 20~30대지만, 인공지능 스피커는 조작이 간편해서 중장년층도 관심이 많답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스피커는 어떤 일을 가장 많이 할까요. KT에서 인공지능 스피커인 ‘기가지니’의 이용 패턴을 분석해봤습니다.

‘지니야 심심해’, ‘사랑해’, ‘우울해’ 같이 감성을 드러내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하네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인공지능 스피커를 찾았다는 얘기입니다.
3위는 음악을 켜거나 찾기 위해 이용(13%)했고, 4위는 연결된 가전을 제어하기 위한 ‘공통 제어’(12%)가 차지했습니다. 예컨대 ‘에어컨 온도 올려줘’, ‘세탁기 멈춰줘’ 같은 말이죠.
5위는 ‘통합 추천’(7%)입니다. ‘오늘 비도 오는데 뭘 먹을까’도 해당하겠네요. 이외에도 웹검색(6%)이나 시간‧날짜 등을 묻는 간단한 대화(1.5%), 날씨(1.5%) 등과 관련된 주문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객실마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설치한 호텔도 등장했는데요, 호텔에서는 인공지능 스피커에 어떤 말을 가장 많이 할까요. 1위는 음악(32.5%)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호텔 투숙객의 절반 이상이 '여행족'인 만큼 음악으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것 같네요.
호텔에서도 감성 채팅(18.6%)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네요. 아마도 출장 중이거나 '혼행족'이 감성 채팅을 시도하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조명(9.9%)이나 TV(8.9%)를 제어하거나 필요한 용품을 요청하는 어메니티(3.5%)를 위해 인공지능 스피커를 찾는 수요도 많았습니다. 날짜나 시간 문의(2.1%), 모닝콜 요청(1%)도 있네요.
최현주 기자 chj80@joongn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