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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활용해 중고시장 발목잡는 사기 막겠다

이승우 중고나라 대표, 한승환 액트투테크놀로지스 창업자
레몬마켓이 돼 버린 중고시장의 ‘신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승우(왼쪽) 중고나라 대표와 한승환 액트투테크놀로지스 창업가가 뭉쳤다. [김경빈 기자]

레몬마켓이 돼 버린 중고시장의 ‘신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승우(왼쪽) 중고나라 대표와 한승환 액트투테크놀로지스 창업가가 뭉쳤다. [김경빈 기자]

레몬은 미국 속어로 불량품을 뜻한다. 레몬이 서양에 처음 들어왔을 때 오렌지보다 쓰고 신맛이 강해 맛없는 과일로 알려졌다. 이를 빗대 경제 분야에서는 쓸모없는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을 ‘레몬 마켓’이라고 부른다. 레몬마켓의 원인은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 이다. 판매자에겐 정보가 많지만 구매자에겐 정보가 별로 없다. 혹시나 속아서 살까 우려해 구매자는 가능한 한 가격을 깎으려고 든다. 어차피 구매자가 값을 깎을 것이기 때문에 판매자는 좋은 제품을 내놓을 필요가 없다. 결국, 시장에는 저급한 제품만 유통된다. 이런 ‘불신의 바다’에 블록체인으로 신뢰의 다리를 놓으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승우(41) 중고나라 대표는 지난 8일 블록체인 컨설팅 기업인 액트투테크놀로지스와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액트투테크놀로지는 업계 초기부터 이 분야에서 활동해 온, 글로벌 블록체인 비즈니스 연대 업그라운드(Upground)의 한승환(29) 대표가 설립했다. 한 대표는 퀀텀·오미세고·코스모스 등 유명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어드바이저를 맡았다.

 
중고나라와 블록체인 기술의 융합이라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블록체인의 거래 기록은 판매자건 구매자건 누구나 투명하게 볼 수 있어 레몬마켓에 제격이다. 최근 블록체인 업계에는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 ‘말만 번지르르하지 이룬 건 없다’는 회의론자들의 공격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중고나라가 현실에서 뭔가를 보여 준다면 이런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겠다. 기대감을 갖고 지난 18일 서울 강남 액트투테크놀로지 사무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중앙집권 세력 없는 플랫폼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중고나라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승우, 이하 이)“세 가지다. 커뮤니티, 신뢰거래 그리고 편의성이다. 중고나라는 언제나 커뮤니티 중심적으로, 커뮤니티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하지만, 커뮤니티 자체의 자생력과 확장성을 믿기 때문에 변화와 개선에는 조심스러웠다. 블록체인 도입을 통해 커뮤니티가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커뮤니티 활성화에 기여하는 행위나 부정을 막는 등 시장 건전성을 강화하는 행위에 대해 인센티브를 줄 예정이다. 거래에 신뢰가 담보되면 지금까지 신뢰의 문제 때문에 중고거래를 꺼렸던 사람들까지도 마음 놓고 중고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자원의 선순환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중고나라의 비전에 더 다가가는 셈이다.”
 
두 회사의 협력 아이디어는 누가 먼저 냈나.
(한승환, 이하 한)“중고나라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사례라고 생각한던 차에 6개월 전 쯤 지인이 소개시켜 줬다. 많은 이들이 블록체인 산업 자체가 존재는 하는 건지 의문을 품고 있다. 블록체인은 모호하고, 추상적이며, 미래에야 확인할 수 있는 여러 가정들에 기대고 있다. 블록체인의 미래를 믿는 사람들까지도 지치기 시작한 것 같다. 체감할 수 있는 현실의 블록체인이 절실한 시점이다. 중고나라는 우리 인구의 3분 1 이상인 1800만 명(3월 기준) 사용자가 존재한다. 이미 분산된 형태로 P2P(Peer to Pee) 경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중앙화된 주체가 없고 플랫폼만 존재한다. 사용자들이 필요에 의해 직접 활동하고 이렇게 계속 성정해 왔다. 중고나라는 블록체인과 최적의 조화를 만들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중고나라에 도입하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한)“중고나라에는 거래를 위한 글만 존재할 뿐이다. 실제 거래는 모두 외부에서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 한 여러 가지 사고나 의도하지 않은 비효율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먼저, 거래 데이터는 활용하기 어려운 형태로 기록되고 있고 대부분은 사실상 데이터화되지 못하고 소실된다. 둘째, 제품결제와 물류가 분리돼 있어 배송 사기가 많이 존재한다. 셋째, 결제망 자체가 외부에 존재하기 때문에, 중고나라 차원에서 활용이 제한적이다. 마지막으로, 중고거래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의 신용이 중요한데, 이런 신용지표를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중고나라를 뜯어 고치겠다는 게 아니라 불편한 부분들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블록체인 활용을 기대하고 있다.”
 
막연하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중고나라 기존 사용자 입장에서는 뭐가 달라지는 거냐.
(한)“이제 막 설계를 진행하는 단계다. 공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명확하게 결정된 게 없다. 다만, 기존의 사용자 경험을 헤치지 않는, 크게 바꾸지 않는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대부분이 메인넷이나 기술에 초점을 뒀다면 중고나라 프로젝트는 반대다. 철저히 중고나라 중심이다. 중고나라 사용자의 경험을 바꾸지 않는 선에서 차근차근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소위 리버스ICO(기존에 이미 영위하는 사업을 기반으로 토큰을 발행해 암호화폐로 자금을 모집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거냐.
(이)“기업하는 입장에서 암호화폐는 목적이 아니다.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 중심이다. 나도 전에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똑같은 거라고 생각했지만,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다는 거더라. 국내 시장에서 초기에 너무 화폐에만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니 실체가 없다는 비판이 따랐던 거고.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가 나오면 그런 우려도 사라지지 않을까. 지금은 주(블록체인)객(암호화폐)이 전도된 시장이다.”
 
 
암호화폐에 울타리 많이 쳐

 
한국은 스타트업 하기 힘든 나라라고 한다. 규제나 기득권 세력 때문에. 정말 그런가.
(이)“2014년 1월 중고나라가 네이버 카페에서 법인으로 전환했다. 중고거래에서 가장 불편했던 결제 부분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런데 결제 업무를 하려면 금융사업자 인가가 필요하다. 우리 같은 스타트업이 하기 힘들다. 아무한테나 돈 만지는 사업을 하게 둘 수 없으니 기준을 둔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과정에서 정부의 태도가 좀 더 유연했으면 한다. 다행(?)인 것은 중고 시장이 대기업 입장에서는 그리 크지 않고, 중고차 시장에는 어차피 대기업이 못 들어온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이라서.”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이 무엇인지. 너무 보여준 게 없다 보니 지친다. 아직도 그 가능성을 믿는가.
(한)“세 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데이터의 분산과 소유다. 서로가 서로의 데이터를 나눠갖고 누구나 검증할 수 있다. 둘째, 데이터를 통해 가치가 인정된다. 인류 문명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가치의 저장이 가능해지면서다. 잉여가치를 축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일할 수 있는 동기가 생겼다. 가치의 축적은 실물경제를 넘어, 금융경제까지 탄생시켰다. 지금은 금융이 실물 경제의 규모를 넘어설 정도다. 모든 가치의 소유권은 데이터를 통해서만 인정받을 수 있다. 집에 살고 있다고 내 집이 아니다.  도장이 찍힌 문서가 있어야지. 그리고, 정부가 아니라 기업 등 모든 경제 주체가 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 자체적인 경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분리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한)“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시점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실에서 기술이 발전하려면, 최고의 인재들이 있어야하고, 최고의 인재들은 기회에 설득된다. 현재 블록체인 상의 화폐 발행 기능은, 인재들 입장에서 기회이고, 정부나 외부에서의 투자 없이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되는 가치다.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장 자체가 인재들을 육성하고 있다.”
 
연초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했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은 자신들의 개입으로 더 큰 투기를 막을 수 있었다고 뿌듯해 한다.
(한)“정부 입장에서는 시장과는 정반대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을 안정시켰는지 시장을 침체시키고 불안하게 만들었는지는 시장 참여자들이 판단할 문제다. 연말 연초 정부의 액션이 과연 (암호화폐) 시장을 안정시킨 것일까. 정부가 산업 육성에 나서겠다는 것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제한하는 처사다. 실질이 있은 뒤 구조가 생긴다. 구조를 먼저 만들어버리면 실질이 갇힌다. 정부는 실질(블록체인 산업)이 무엇인지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서 (블록체인 산업의) 육성과 보호의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고란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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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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