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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서울대 입학...IB 테스트 '넌 누구냐'

 
교육과 혁신 연구소장 이혜정

교육과 혁신 연구소장 이혜정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이혜정 교육과 혁신 연구소장은 우리 공교육이 궁극적으로 한국형 바칼로레아(가칭 KB) 체제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 그 실행 방안으로 초기에 IB의 전략적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한다. IB가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창의 융합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유용하고 국제적으로 검증된 도구라고 설명한다.
 IB는 스위스 비영리 교육재단이 주관하는 시험·교육과정이다. 논술과 토론 중심으로 교육하며 학생의 창의력, 문제 해결 능력 등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일본은 공교육에서 IB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서울·제주·대구를 포함, 11개 교육청이 IB를 공교육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서울·제주·충남 교육청의 의뢰를 받아 IB 도입과 관련한 정책을 만들고 있다.
[팁박스] IB는?
[IB가 무엇인가]
전과목 논술형 교육과정이다. 1968년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기관에서 개발했다. 전 세계 150개국에서 채택하고 75개국 2000개 대학에서 입학 자료로 사용하는 국제적 교육과정이다. 옥스퍼드·케임브리지·하버드 같은 명문대도 IB 성적으로 입학이 가능하다. 전과목 논술형 시험이지만 교차 채점 등의 방법을 통해 평가의 신뢰성을 검증받았다. 정답 맞히기가 아니라 독창적 사고와 비판적 능력에 중점을 두고 평가한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시험과는 이름이 유사할 뿐 관련이 없다.  
 
- 미국에서는 한국의 교육 모델이 모범적이라고 부러워하기도 한다. 교육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주입식 교육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이를 토대로 지금껏 ‘한강의 기적’을 만들지 않았나.
 
“추격형 경제 모델에서는 주입식 교육으로 얻은 지식으로 선진국의 문물과 제도를 베끼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대로 두면 나라가 망한다. 생산력과 경쟁력을 키우려면 집어넣는 교육(주입식 교육)을 넘어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스스로 꺼내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미 산업구조가 바뀌었는데 일부 학부형은 다시 학력고사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이건 뒤로 후퇴하자는 이야기다.”
 
- IB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한다는 것인가.
 
“국어 수업의 예를 들자면 IB 수업에서는 소설 한 권을 통째로 다루기도 한다. 현재 국어 수업에서는 불가능한 방식이다. 또 IB  수업에서는 토론이 많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대화하며 배운다. 서로 협력하며 지식을 나누고 생각을 키운다.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는 방식이 아니다. 선생님도 바뀐다. 임진왜란을 배운다면 IB에서는 선생님에 따라 『난중일기』, 『징비록』, 『조선왕조실록』 등을 채택해 각각 다른 방식으로 가르칠 수 있다.”
 
교육과 혁신 연구소장 이혜정

교육과 혁신 연구소장 이혜정

 
- 그런 방식의 수업을 하면, 어떻게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나.
 
“수능 같은 외부 시험은 다수의 외부 채점자들에 의해 여러 단계의 교차채점을 거친다. 채점관은 IB를 가르치는 현직 교사 중 테스트를 거쳐 선발되고 이들이 훈련을 받아 채점하게 된다. 채점하게 되는 논술형 답안 중에는 이미 채점이 끝난 답안지가 중간마다 들어있어서 이를 통해 채점이 적절한지 모니터링한다. 편차가 크면 다른 채점자에 의해 재채점을 한다. 학생도 채점에 이의를 제기하고 재채점을 요청할 수 있다. 50년 동안 검증된 채점 방식이다. 옥스퍼드·케임브리지·하버드 등 명문대가 IB를 통한 신입생 선발을 신뢰하고 선호한다. 실제로 미국의 입시(AP) 학생이나 영국의 입시(A-Level) 학생보다 IB 학생들이 미국이나 영국의 대학에서도 더 성공적으로 잘한다는 통계 결과가 누적되어 있다.”
 
-일본이 공립학교에서 IB 도입을 결정한 배경이 무엇인가.
 
“2013년 1월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직후 '경제 회생'과 '교육재생'을 정권의 최우선과제로 선언하고, 교육 개혁으로 메이지유신처럼 나라를 바꾸자는 전략을 세웠다. 그리하여 총리실 산하에 국가교육 재건실행위원회(국가교육 재생 회의)를 설립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에 대해 국민이 눈을 뜨고 그 학습 기회를 갖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2013년 6월에 당시 2020년 수능 폐지를 선언했고, 동시에 IB 교육 과정을 자국어로 번역해 공립학교에 적용하기로 했다. 일본은 이를 교육부(문부과학성) 결정이 아닌 국무회의(각의) 결정으로 발표했다.”
 
- IB 도입과 관련해 현재 진행 상황은.
 
“IB의 한글화를 두고 IB 본부(IBO)와 논의 중이다. 한글화는 단지 IB 시험 문제만 번역하는 문제가 아니다. 한글화한 IB 시험도 영어판 IB와 동일한 수준으로 엄정하게 채점될 수 있도록 채점관을 양성해야 한다. 교사 연수도 이루어져야 한다. 한글화하면 국내에는 일부 시범 학교에서 먼저 채택하여 운영할 수 있다. 이때 시범학교가 아닌 교사들도 연수를 받을 수 있다. 국내 공교육에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다.”
 
-국내 대입에도 적용되는가.
 
“경기 외고나 제주국제학교 등 국내 학력을 인정받는 학교에서 영어판 IB를 통해 이미 서울대·연세대·고려대·한양대·성균관대 등 국내 명문대학에 진학한 사례가 있다. 수능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전형 방식을 통해서다. IB가 한글화하면 이런 전형을 통해서 진학할 수 있다.”
 
- IB를 시행하면 사교육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IB는 사교육 근절책으로 제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공교육 전반이 이런 형태로 바뀐다면 분명 사교육의 지형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지금은 학생들이 내신을 대비하는 학원에 다닌다. 학원에서 학교별로 어떤 시험문제가 나올지 예측해 반복 훈련한다. 그러나 IB에서는 매우 수업밀착형 과정 평가를 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사교육이 불가능하다. 사교육이 살아남더라도 문제집의 정답이 아닌, 학생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도록 돕는 방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IB를 참고하여 추후 KB(한국형 바칼로레아) 체제가 개발되어 보편화한다면, 공교육이나 사교육이 모두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기르는 방식으로 바뀐다고 보면 된다.”
 
-과연 IB라는 새로운 교육 방식을 기존의 교사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선생님 중에는 의욕이 있지만, 뜻을 펴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  제도와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그런 선생님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변화에 두려움을 갖는 분도 있다. 그러나 IB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채점 방식을 익히고, 교사 연수를 하면서 바꿔나갈 수 있다. 교육청에서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모든 학교에 탑다운으로 강요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열정과 의지가 있는 교사가 이런 교육을 하고 싶어한다면 실제로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재정적, 환경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장유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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