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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 PC방 살인, '심신미약 감경' 가능할까…최근 판결 보니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를 엄격하게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4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를 엄격하게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4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30)씨가 우울증 약을 복용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심신미약으로 감형받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17일 “심신미약 이유로 감형되거나 집행유예 될 수 있으면, 우울증 약을 처방받고 함부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강서구 사건 피의자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이틀만에 4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다(19일 오전 10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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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감경' 공식 아냐…실제 판결선 인정 엄격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주범인 10대 소녀 김모양(오른쪽)과 공범 박모양(왼쪽). [연합뉴스]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주범인 10대 소녀 김모양(오른쪽)과 공범 박모양(왼쪽). [연합뉴스]

 
실제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거나 약물 복용을 했더라도 그것이 곧 ‘심신 미약 상태에서의 범행’을 증명해주진 않는다. 정신적 문제로 감형을 받으려면 “범행 당시에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 어떤 병력이 있다는 것만으론 부족하고, 그 병 때문에 스스로 ‘무슨 일을 하는지, 왜 하는지’ 잘 알지 못한 채 저지르고야 만 일이라는 것이 증명돼야 한다. 많은 피고인들이 재판과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하지만, 실제로 받아들여지는 일은 드문 이유다 
 
16살(범행당시)이 8살을 살해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에서 주범 김모양은 “아스퍼거증후군 등 정신병 때문에 충동적이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아니라고 봤다. 김양이 “학교생활이나 일상생활에서도 별다른 문제 없었고 정신감정서상 전반적 지적 능력은 ‘상’ 수준(1심 인천지법)”이었으며, “매우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2심 서울고법)”는 점 때문이었다. 김양은 18세 미만이 받을 수 있는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선고받았고 이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2018년 9월).
 
약물 복용·조현병 인정돼도 '범행 당시 상태'가 중요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를 벌이던 20대 남성이 1시간 만에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를 벌이던 20대 남성이 1시간 만에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연합뉴스]

 
사업 실패 후 우울증을 앓던 A(49)씨는 아내 살해 후 본인도 목숨을 끊으려다 모두 실패하고  인미수 혐의로 법정에 섰다. 그는 “복용중이던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고 법원도 “A씨가 먹은 약이 우울증의 발현이나 자살충동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다”는 걸 인정했다. 하지만 “혼자 자살할지 피해자도 살해할지 충분히 생각하고 범행한 점, 화재감지기를 막아두는 등 상당한 준비를 했던 점” 때문에 심신미약은 인정되지 않았고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수원지법 2018년 5월). A씨는 항소했지만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는 11일 “피고인에게 나름의 이유가 없지 않아 보이고 이 점에 대해서 한 개인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범행의 중대성과 피해자가 입은 피해의 심각성을 외면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10살 초등학생에게 흉기를 들이댔던 ‘방배초 인질극’ 양모(25)씨는 “범행 당시 환청이 들렸다”고 주장했다. 양씨는 조현병 진료기록이 있었고 뇌전증(간질) 장애 4급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서초구에서 복지시설 모니터링 업무에 종사하는 등 나름대로 사회ㆍ직장생활을 영위했고, 사건 직전 서초구청장에게 논리적 형식을 갖춘 메시지를 보냈으며, 방배초 보안관에게 거짓말을 하는 등 사정”을 고려했을 때 “양씨는 범행 당시 인지능력과 판단력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보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서울중앙지법 2018년 9월).
 
'수원역 PC방 살인'은 심신미약 인정에도 무기징역  
2015년 11월 수원역 앞 PC방에서 벌어진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으로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2015년 11월 수원역 앞 PC방에서 벌어진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으로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심신미약이 인정되더라도 크게 감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수원 시민을 찔러라”는 환청을 들었다는 이유로 수원역 앞 PC방에 가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을 다치게 한 이모(42)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수원지법 2016년 7월). 재판부는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한 점은 인정되지만, 그 결과가 중하고 이 사건 부상자들이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등 여전히 고통받고 있으며 유족과 부상자들이 엄중한 처벌을 원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봤다. “피해자 수가 많고 흉기를 미리 준비했기 때문에 우발적 범행으로 보기 어려웠다”는 것이 당시 법원의 설명이다.
 
강서구 PC방 사건 당시 CCTV 모습. [사진 JTBC 캡처]

강서구 PC방 사건 당시 CCTV 모습. [사진 JTBC 캡처]

 
‘강서구 PC방’ 사건에서 경찰은 가해자 김씨가 피해자와 말다툼을 한 뒤 그 자리를 떠나 집에서 흉기를 준비해 다시 돌아왔다는 점을 근거로 계획 범죄에 무게를 싣고 수사 중이다. 범행을 계획할만한 사물 변별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있었다고 인정되면,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의 범행’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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