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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내부고발한 유진룡···"유진룡도 시행하라 지시"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와 처벌이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한선교 의원은 19일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가동을 직접 지시한 의혹이 있음에도 진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선교, 진상 보고서 근거로 주장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폭로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17년 1월 2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최순실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되기 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폭로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17년 1월 2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최순실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되기 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있다.

 
한 의원은 문체부가 제출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결과 보고서’(지난 5월 발표)를 근거로 유 전 장관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1월 24일 당시 유진룡 문체부 장관이 ‘불법단체와 좌 편향 단체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도록 예산집행 전 과정에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균형적 심사위원 구성을 통해 심사·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당부했다’는 내용이 나온다는 게 한 의원의 지적이다. 그는 “유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 가동을 지시한 명확한 조사 결과가 있음에도 정식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7월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꾸려진 진상조사위원회가 발표한 것이다. 위원장은 도종환 현 문체부 장관이었다. 진상조사위는 올해 5월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관련자 131명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
 
한 의원은 보고서를 토대로 “2014년 3월에도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가동을 지시했다. 당시 서울연극협회·우리만화연대 등 좌 성향 단체가 예술복지재단의 현장예술인 교육지원 사업 대상에 대거 선정되자 문체부 담당 사무관이 청와대 행정관에게 이들을 지원해도 되는지를 물었고, 관련 보고를 받은 유 전 장관은 '지원사업 폐지'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10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문화융성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김동호 전 위원장(왼쪽) 등과 이야기를 나누며 회의장으로 가고 있다. 왼쪽부터 김 위원장, 김기춘 전 비서실장, 박 전 대통령,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10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문화융성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김동호 전 위원장(왼쪽) 등과 이야기를 나누며 회의장으로 가고 있다. 왼쪽부터 김 위원장, 김기춘 전 비서실장, 박 전 대통령,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유 전 장관은 2014년 7월 면직된 뒤 2016년 말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내부고발했다. 당시 언론 인터뷰 등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이 취임한 뒤부터 수시로 구두 ‘지원배제’ 지시가 있었으나 나는 무시했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 이후에 정무수석실에서 처음 문서화된 블랙리스트가 내려왔다”며 “당시 박 전 대통령을 직접 면담하면서 ‘이런 식으로 하시면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을 블랙리스트 사건의 내부고발자로 볼 수 있지만, 사건 초기 개입 정황에 대한 경위가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는 게 한 의원실의 주장이다. 한 의원은 또 유 전 장관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출석통지서 등기가 반환되고 연락이 안 돼 문체위 행정실이 SNS 메시지로 출석을 요구했다”며 “유 전 장관은 이 메시지를 확인한 뒤에 해외로 출국해버렸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한선교 의원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12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한선교 의원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12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체부에 대한 국감에 출석한 조현재 전 문체부 차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 전 차관은 국감에서 2013년 자신이 팀장을 맡았던 '문화예술정책점검 TF'가 블랙리스트 실행기구였다는 의혹에 대해 “해당 TF는 블랙리스트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보고서에 따르면 문제의 TF는 ‘문화계 좌 편향 작품·행사·사업 등을 사전 스크린하고, 보수지형 확대를 위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것’이 출범 목적이었다”면서 “당사자의 입장이 조사위의 결과 보고서와 완전히 배치되는데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블랙리스트 가동을 지시한 실무 책임자 처벌에 공정성도, 형평성도 없었다”며 “유 전 장관과 조 전 차관 등은 제외하고 조윤선·김종덕 전 장관만 사법처리된 건 블랙리스트를 정치적 수사로 활용한 전형적인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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