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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의 시시각각] 방탄 한국당

최상연 논설위원

최상연 논설위원

최근 자유한국당 지도부를 만났더니 “저질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며 한숨부터 쉬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파워 게이지가 60, 민주당은 40을 웃도는데 한국당은 10 언저리를 맴돌아 링에서 싸울 때 맷집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직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힘들어했다. 말하자면 매 맞고 버티면서 여당 똥볼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정치 9단들이 전하는 정치판의 생존 노하우다.
 

그저 그랬던 방탄소년 성공 뒤엔
‘공감이 목표’란 소통노력 있었다

어차피 한국 정치는 거대 유통망을 장악한 영남당과 호남당의 못하기 경쟁이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온다. 문제는 상대편이 1급수를 만들어줘도 수영 실력이 있어야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거다. 지난 추석엔 한국당 당명을 뺀 국회의원의 명절 인사 현수막이 TK 지역에서도 줄을 이었다. 현수막 색깔은 한국당 상징인 붉은색이 아니라 흰색과 검은색, 푸른색으로 다채로웠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불만이 높은 ‘적폐 지역’에서도 말이다.
 
왜 그런 거냐고 한국당 비대위가 소속 의원들에게 물었더니 ‘반성이 없기 때문’이라며 ‘세대교체·인재양성’을 압도적인 1등 탈출구로 꼽았다.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 질문한 결과도 똑같았다. 홍준표 전 대표도 잘 아는 사실이다. 당 대표 시절 그는 한국당의 가장 큰 문제가 뭐냐는 질문에 “사람을 안 키운다. 늘 밖에서 만들어진 사람을 모셔와 써먹고 버리는데, 특히 외부에서 온 고관대작 출신들은 정치를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한다”고 자기희생과 헌신을 주문했다.
 
그런데 모두가 알면서도 한국당은 정작 출구론 나갈 생각과 기미가 없다. 홍 전 대표 역시 칼자루를 쥐고 있을 땐 온통 자기 사람만 심고 내세워 사당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또다시 입구 쪽이다. 엊그제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 보수·우파 진영이 재집권할 수 있는 기반을 새롭게 닦겠다’고 가드를 올렸다. 황교안 전 총리 등 그때 그분들도 모두 비슷한 모양새다.
 
선봉엔 ‘반여 대통합 연대론’이 있다. 오도 가도 못하는 김병준 비대위가 ‘누구누구 가릴 게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 맞서 싸우는 데 모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연일 띄운다.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지만 보수당이란 한국당은 10년째 싸우고 있다. 친이와 친박, 비박으로 나누고 TK와 PK로 갈렸는데 정권을 뺏기고 나서도 계속 그 타령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묻지 마 단일 대오’라면 인적 쇄신 우회로와 다를 게 없다.
 
K팝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성장은 전형적인 성공 방정식과 거리가 멀었다. 공개되자마자 엄청난 팬덤과 대박을 터뜨려 기세로 미는 대형 기획사의 마케팅 코스와 달리 초기엔 도무지 뜨질 않았다. 그래도 사무실 하나뿐인 소속사는 포기하지 않았고, 방탄소년들은 꾸준히 공감을 늘려나갔다. 시, 영상, 그림, 일기 등 ‘얘기 거리’를 위한 다양한 콘텐트를 소셜미디어에 올려 단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객의 지적을 피드백하면서 시장에서 먹힐 상품의 가치를 높였다. ‘사람들과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게 목표였다’고 한다.
 
스스로 지지 세력을 만들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중간에 서서 헤치고 모이는 방식으로 누르면 된다는 건 쌍팔년도 3김 때의 방식이다. 아마도 방탄소년단의 ‘건전 가사’를 부모나 교사가 말로 얘기했다면 ‘선비질’ ‘꼰대질’에 ‘설명충’으로 외면당했을 거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공감이 우선이다. 정치판의 공감은 자기희생과 책임지는 자세에서 나온다. ‘한국당을 뿌리부터 바꾸겠다’던 비대위다. 방탄의 공감 우선을 따르는 방탄 한국당이 바로 그 길이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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