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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취업자 증가 30만→9만명 전망 … 성장률도 2.9→2.7%

이주열. [뉴스1]

이주열. [뉴스1]

현 정부에는 ‘부동산 트라우마’가 있다. 참여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 17차례의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을 잡지 못하면서 정권의 운명이 달라졌던 기억 때문이다.  
 

여권, 집값 주범 저금리 지목에도
“경기·고용 안 좋다” 기준금리 동결
홍영표, 금통위 날까지 인상 압박
한은 내달엔 기준금리 올릴 듯

최근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자 정부와 정치권이 한국은행에 전방위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심지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 직전인 18일 오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수년째 이어진 초저금리로 인해 시중에 유동자금이 급증하고 있다, 통화 당국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노골적인 금리 인상 주문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17일 MBC 100분 토론에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돈을 줄이는 것, 대출을 좀 조일 필요가 있다”며 또다시 금리와 관련한 발언을 내놨다.

 
수위를 높여간 정치권의 금리 인상 압력에 한은이 대답을 내놨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11개월째 동결이다. 이날 한은의 결정은 정치권의 기대에는 어긋나는 답안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장이나 물가 등 거시 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금융 안정에 대해서도 유념해서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책 결정의 우선순위는 경기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은 주택 가격에 대한 대책이 아니다”며 “금융불균형 문제는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거시건전성 정책과 조세·소득 정책과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 입장에서는 2014년 금리 인하와 관련한 ‘척하면 척’ 발언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 당시 최경환 부총리가 금리 인하를 압박하며 “금리의 금자도 꺼내지 않았지만 척하면 척 아니냐”고 말하며 물의를 빚었다.

 
기준금리는 전방위 정책 수단이다.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주택담보대출 등을 받은 가계부터 자영업자, 기업, 금융시장 관계자까지 업종과 소득·지역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경기 둔화 시기에 금리까지 오르면 가계의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 투자가 줄어드는 등 경제 주체의 부담이 커진다.

 
이런 맥락에서 따져보면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최근 경기 상황은 심상치 않다.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사실상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렵다. 8월까지 설비투자는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간 감소 행진이다.  
 
‘고용 쇼크’도 이어지고 있다. 8월 5000명까지 추락했던 신규 취업자 증가 폭은 9월에도 4만5000명에 그쳤다. 3분기 실업자 수(106만5000명)는 1999년 이후 최대치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한국 경제가 회복세라는 판단을 접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은이 내다보는 경기 전망도 더 어두워졌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2018~19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연 2.9%에서 2.7%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7월에 발표했던 기존 전망도 올 초 전망치인 3.0%에서 한 번 내린 수치였다. 2.7%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2.3%) 이후 가장 낮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8%에서 2.7%로 조정했다. 당초 3.0%의 성장률을 예상했던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이미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8%와 2.7%로 하향 조정했다.

 
고용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한은은 올해 취업자 수가 9만 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7월 전망치(18만 명)와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2009년(-8만7000명)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한은의 전망치는 올 1월 30만 명에서 4월 26만 명, 7월 18만 명으로 자유낙하 중이다. 결국 경기와 고용 상황이 금리 인상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다음달 금통위로 쏠린다. 올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서다. 시장에서는 이번 동결로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총재가 최근 연내 금리 인상 의지를 드러낸 데 이어 이번 금통위에서 그동안 한 명(이일형 위원)이던 금리 인상 소수의견 개진 위원이 이번에는 2명(이일형·고승범 위원)으로 늘어났다는 점 등이 인상에 무게를 싣는다.

 
한은이 다음달 금리 인상에 나서기 위한 명분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이미 15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되는 가계 빚(가계 신용)과 600조원에 이르는 자영업자 대출 등 금융불균형의 심화다. 이 총재의 발언이나 금통위 의사록 등에서 쌓여 가는 금융불균형에 관한 지적은 이어져 왔다.

 
더욱 확대되는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격차도 한은에는 부담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올 들어 세 번째 금리 인상에 나서며 두 나라의 금리 격차는 0.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 총재가 “내외 금리차 그 자체가 금융 불안의 주요 원인은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미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며 자본 유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과 중국 증시가 급락했던 ‘검은 목요일’(지난 11일)을 포함, 이달 들어 17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2조4596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금융불균형 완화와 자본 유출 우려뿐만 아니라 향후 경기둔화에 대비해 통화정책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릴 필요도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낮췄지만 잠재성장률(연 2.8~2.9%)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경기 판단을 내놓은 데다 소수의견 개진 위원수가 늘어나는 등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을 분명히 시사했다”며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동결”이라고 말했다.

 
하현옥·현일훈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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