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문재인 정부, 주택 공급확대 정공법 없이 우회로만 찾다간 노무현 정부처럼 또 실패한다"

[장세정의 직격 인터뷰] 변영진 전 서울시 주택국장·도시계획국장
변영진 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 앞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한때 평당 1억까지 치솟았다.      김경록 기자

변영진 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 앞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한때 평당 1억까지 치솟았다. 김경록 기자

"부동산 시장이 미쳤다"는 분노와 탄식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지난 7~9월 서울 아파트값은 비이성적인 폭등을 경험했다. 다급해진 문재인 정부가 고강도 대출 제한을 핵심으로 하는 9·13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은 급랭했고 거래절벽 상황까지 연출됐다. 매도자의 압도적 우위 시장은 눈치보기 밀당 국면을 거쳐 최근 1억-2억원씩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하지만 주택 수요를 사실상 틀어막다시피한 현재의 부동산 정책이 정상적이라거나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시장 참여자는 거의 없다. 언제 다시 시장이 날뛸지 몰라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2005년 1월 노무현(왼쪽)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과 문재인 현 대통령은 김수현씨에게 부동산 정책을 맡긴 공통점이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2005년 1월 노무현(왼쪽)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과 문재인 현 대통령은 김수현씨에게 부동산 정책을 맡긴 공통점이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무현 정부 때의 부동산값 폭등 악몽이 문재인 정부에서 또다시 반복되는 듯한 분위기다. 서울과 비서울,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계층·지역·세대별 소득 양극화에 이어 이제는 주거 양극화(house divide)라는 우려와 불만이 퍼지고 있다.
서울 잠실 저밀도지구 아파트. 조순 시장 시절에 재건축이 가능한 규제 완화가 이뤄졌다. [중앙포토]

서울 잠실 저밀도지구 아파트. 조순 시장 시절에 재건축이 가능한 규제 완화가 이뤄졌다. [중앙포토]

 변영진(70) 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만나 서울시 재직 시절 정책 경험,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 부동산 시장의 비정상적 폭등 원인, 바람직한 시장 안정화 방안 등을 들어봤다. 기술고시(9회) 출신인 그는 서울시에서 1975년부터 28년간 일하면서 주택국장과 도시계획국장 등을 지냈다. 조순 시장 재임 시절 주택국장으로서 서울 5대 저밀도지구(잠실, 반포, 청담·도곡, 암사·명일, 화곡)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추진했고, 대한민국 최초로 법정 도시기본계획을 만든 장본인이다.  
 -서울시 경험에 비춰볼 때 최근의 부동산값 폭등 상황에서 되새겨볼 점이 있다면.
 "공급 정책의 중요성이다. 잠실 등 5개 저밀도지구는 노후화가 심해 재건축을 해야 했지만, 최병렬 당시 시장은 고도를 12층으로 제한했다. 반포 지구 쪽에서 현충원을 가리지 않도록 하라는 한마디 지시에 따라 그렇게 정해졌다. 이 때문에 재건축 사업이 한동안 추진되지 못했다. 재건축 아파트 고도 정책은 즉흥적·기계적으로 정해서는 곤란하다. 결국 조순 시장 시절에 25층으로 규제를 완화하면서 재건축이 가능해졌고 서울의 중산층이 거주할 수 있는 양질의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 좁고 낡은 5개 지구 5만152가구가 넓고 쾌적한 6만1980가구로 탈바꿈했다."
첫 민선 서울시장에 당선한 조순(왼쪽) 후보가 1995년 경쟁자들과 TV토론에 참여했다.    [중앙포토]

첫 민선 서울시장에 당선한 조순(왼쪽) 후보가 1995년 경쟁자들과 TV토론에 참여했다. [중앙포토]

 -과거 서울시 주택정책에서 아쉬운 점은.
 "임대주택을 더 많이 지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당시 중앙정부의 정책은 자가주택 보유에 치중했다. 대량 공급하는 주택도 대부분 분양형이라 다양한 주택을 짓지 못했다. 서울의 주택 형태를 아파트 위주로 짓다 보니 도시의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해 '아파트 공화국'이란 지적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분양과 임대 세대가 함께 사는 소셜믹스(social mix)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다만 단기간에 인구가 폭증한 고도 성장기의 서울 상황에서는 아파트가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이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
 -과거 정부가 공급 우선 정책을 택한 이유는.
 "노태우 정부 때 서울에서 주택으로 인한 자살 사건이 줄줄이 터질 정도로 주거 문제가 아주 심각했다. 당시 수도권에 200만호 주택 건설 공약을 제시하고 강남의 대체재로 분당·일산 신도시를 개발했다. 주택 공급이 확 늘어나면서 문제가 잦아들었다. 문재인 정부도 그랬으면 어떨까 싶다. "
노태우 정부시절 서울의 살인적인 주택 공급난을 푸는데 기여한 경기 분당신도시 아파트.  [중앙포토]

노태우 정부시절 서울의 살인적인 주택 공급난을 푸는데 기여한 경기 분당신도시 아파트. [중앙포토]

 -현 정부가 취해야 할 주택 정책을 조언한다면.  
 "투기 수요를 잡기 위해 대출을 억제하는 것도 필요한 정책이었겠지만, 그것보다 강남 수요에 대한 대체 공급을 가시적으로 보여줬다면 그렇게 급격하게 오르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30만 신도시 등 주택공급 확대에 대해 정부가 실질적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눈에 보이게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시장 경색국면이 안정국면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 거다. 신도시 문제는 정부와 경기도 지자체들이 그린벨트 해제, 임대 주택 확대 등을 놓고 서둘러 타협안을 마련하고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공급에 대한 예측 가능성과 시장의 기대를 높여줘야 한다."
 -여전히 서울시에는 공급 확대를 막는 규제가 많은데.  
 "아파트 35층 규제(서울시의 35층 절대고 제도)가 대표적이다. 왜 35층이어야 하는지, 층고 제한의 목적·필요성과 합리적 기준을 잘 모르겠다. 더 공론화가 필요하고 법적 근거를 확실하게 갖춰야 한다. 지금은 도시기본계획을 근거로 도시계획위원회가 칼자루를 휘두른다. 재개발·재건축은 도시 성장 과정에서 늘어난 공간 수요를 해결한 공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재개발·재건축의 문제점을 이해했을 테니 나쁜 사업으로만 몰아 가지 말고 제대로 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박원순 시장이 옥탑방 체험 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선풍기 바람을 쏘이고 있다.  [중앙포토]

박원순 시장이 옥탑방 체험 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선풍기 바람을 쏘이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엔 택지가 부족한데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린벨트 해제 반대 입장을 고수한다.
 "이명박 전 시장의 뉴타운(도심 속 신도시) 사업은 그 자체가 나빠서가 아니라 전개 방법이나 정치적 입김 때문에 실패했다. 박 시장이 그린벨트를 지키려면 뉴타운을 재조명해봐야 한다. 지금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인 재개발·재건축이 빨리 진행되도록 규제 완화를 재검토해야 한다. 그런 것 없이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높여줘서 도심에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주택시장의 동력을 활용한 공급확대라는 정공법 없이 우회로만 찾는다면 시장 안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김수현(56) 대통령 사회수석이 사실상 지휘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국정과제비서관·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내며 부동산 정책을 주도했다. 변영진 전 국장과 김 수석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동문이다. 변 전 국장은 "어느 나라든 주택 문제는 어렵고 각 나라의 체제나 문화에 따라 해결할 일이지만, 미국·영국·싱가포르 등 성공 사례를 보면 시장의 작동에 기대고 시장의 지혜를 빌린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혼부부 및 청년 주거대책 발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신혼부부 및 청년 주거대책 발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가 수차례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강남에 3.3㎡(1평)에 1억원 하는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노무현 정부의 주택정책 방향을 경험해본 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특정 지역에 대한 투기를 막기 위한 수요 억제가 있을 것이란 것은 예상할 수 있었다. 정부가 그런 시장의 예상과 다르게 나왔다면 모르겠으나 시장의 예상대로 수요 억제 정책을 폈다. 정부와 시장이 서로 주고받으면서 그런 방향으로 일을 키운 것이다. 가뜩이나 시중에 풀린 유동자금이 많고, 입지 프리미엄 때문에 강남 쪽에 자금이 몰릴 상황에서 수요 억제 정책이 나올 것이 예상됐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수요 억제 정책을 취했으니 마치 백화점에서 '명품세일 마감이 임박했다'고 정부가 방송으로 홍보한 셈이다. 정책의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문 정부가 초동 대응을 잘못해서 시장을 자극한 측면이 있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동산 정책을 맡은 김수현(왼쪽) 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동산 정책을 맡은 김수현(왼쪽) 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문재인 두 정부의 주택정책을 좌우해온 김수현 수석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보나.
"김 수석이 2008년에『주택정책의 원칙과 쟁점-시장주의를 넘어』란 책을 냈다. 제목에서부터 정책관이 드러난다. 책에서 참여정부 주택정책을 복기하면서 가장 잘못한 부분이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고 인정했다. 그런데 실패한 원인을 특정 지역에 몰리는 유동성 관리를 실기한 데서 찾았다. 실패 원인이 주택정책 자체가 아니라 다른 경제 부처가 일관성을 잃고 금리 완화 정책 등을 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시장 심리 관리에 실패했다고 했다. 마치 노무현 정부의 주택정책이 편 가르기로 오해받아 선의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식인데, 공감하기 어려웠다. 김 수석의 주택정책을 보면, 수요 관리에 치중하다 보니 공급 측면에서 주택시장의 효율·기능·역할에 대해 간과한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입장이 지금 그대로 유지돼 실패를 반복할까 우려된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만, 실패를 반복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 아닌가.
"노 정부와 문 정부의 정책은 같은 사람(김수현 수석)이 부동산 정책을 다루고 있기 때문인지 솔직히 다른 점을 당장은 못 찾겠다. 김 수석의 정치철학이나 정책관이 어떻든 논리적이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은 출중하다. 문 대통령이 김 수석의 주택 정책관을 보고 (부동산 정책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똑똑한 사람이라 (김 수석의 논리에 문 대통령이) 설득됐다고 볼 수도 있다."

노무현(오른쪽) 대통령 시절 부동산 폭등으로 인해 결국 정권이 교체되는 상황을 맞았다.  [중앙포토]

노무현(오른쪽) 대통령 시절 부동산 폭등으로 인해 결국 정권이 교체되는 상황을 맞았다. [중앙포토]

-국민 주거 생활과 사회적 계층 위화감에 큰 영향을 주는 부동산 정책 실패는 비극이다.

"과열을 일단 냉각시켰으니 정책의 성패는 앞으로의 계획에 달렸다. 지금이 더 중요하다. 고집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경색국면을 어떻게 풀어낼지가 중요하다. 주거 평등을 실현한 서구 사회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시장의 역동성을 활용해 사회주택·공동체주택·임대주택을 확대했다. 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현 정부는 시장을 활용하기보다는 시장과 한판 싸움을 붙겠다는 태도인데.
"주택의 특징은 입지의 고정성이다. 모든 주택이 다르고, 공급 기간이 오래 걸리고, 고가의 내구재라는 점에서 주택 수급을 맞춘다는 것은 시차가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두 가지 관점이 가능하다. 수요·공급을 맞추기 어려우므로 수요를 건드릴 것이냐, 공급을 건드릴 것이냐의 문제다. 지금 정부는 수요를 건드렸지만, 주택공급의 특성상 공급 쪽으로 주택정책의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공급문제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부동산 분야에서 궁극적으로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있나.

"이기고 지고 차원이 아니라 시장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분명히 숙고해야 한다. 비유하자면 정부가 주택시장과는 권투를 할 게 아니라 유도를 해야 한다. 유도는 상대편의 힘을 이용해 상대편을 쓰러뜨리는 스포츠다. 주택시장을 다룰 때는 규제보다는 역동성이나 활력을 이용해 이해의 접점을 찾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 지금은 유도보다 권투를 하려는 것 같다. 지금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은 토지 공급을 막는 토지이용 규제나 도시계획 규제 완화다."

변영진 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지난 16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주택 공급이라는 정공법을 펴야 폭등한 부동산 시장 안정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김경록 기자

변영진 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지난 16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주택 공급이라는 정공법을 펴야 폭등한 부동산 시장 안정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김경록 기자

-직선제 도입 이후 주택 및 도시계획 정책이 선거 때문에 왜곡되는 경우가 많지 않나.

"매번 선거를 치르면 새 정부는 자신의 출발을 부각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이름만 바꾼 정책이 나오기도 하고, 전 정부 정책과는 정반대로 가는 바람에 국민과 시민이 혼란스러운 경우가 나온다. 전 정부의 나쁜 정책을 바탕으로 더 좋은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2020~2040년 제5차 국토종합계획'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이 브레인스토밍하고 있다. 거국적·장기적 안목에서 남북통일, 4차산업 혁명, 에너지 혁명, 고령사회, 축소도시, 지진 위험 등 중요한 변화를 잘 담아내길 바란다."

▶변영진 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도시계획학 석사를,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초빙교수를 거쳐 2008년부터 5년간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정교수를 지냈다. 아직도 건축사로 활동 중인 그는 행정·이론·시장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정리=김혜원 인턴기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