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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끄지, 손가락 자르는 고문 받다 7분 만에 참수당했다”

터키 범죄 과학수사 경찰관들이 18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에서 두 번째 증거 수집 작업을 마친 후 영사관을 나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터키 범죄 과학수사 경찰관들이 18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에서 두 번째 증거 수집 작업을 마친 후 영사관을 나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사라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60)에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가 모습을 감춘 지 보름, 사건의 끔찍한 정황이 언론을 통해 속속 공개되면서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터키 정부는 사우디 최고위층의 지시를 받은 요원들이 카슈끄지를 토막 살해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우디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간 사우디에선 유사한 실종·납치 사건이 적잖이 발생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도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33) 왕세자의 ‘정적 축출 작업’의 일환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터키 언론 ‘잔혹 범행 오디오’ 보도
사우디 요원들 음악 들으며 살해
총영사 “밖에서 하라” 말도 담겨

빈 살만 왕세자, 형제들 왕좌 암투
카슈끄지 사건도 ‘정적 제거’인 듯

◆사우디 내무부 법의학자가 시신 훼손=17일(현지시간) 터키 친정부 일간지 예니샤파크는 카슈끄지 살해 의혹과 관련, 당시 상황을 담은 오디오를 직접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카슈끄지는 2일 오후 1시 14분 터키인 약혼녀와의 결혼에 필요한 서류를 떼기 위해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후 기다리던 요원들에 의해 끌려가 고문을 당한다. 요원들은 카슈끄지의 손가락 여러 개를 절단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참수했다. 녹음 중에는 훗날 자신이 곤경에 처할 것을 우려한 무함마드 알 오타이비 주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가 요원들을 향해 “밖에서 하라”고 말하는 내용도 담겼다. 총영사는 16일 사우디로 귀국했다.
 
중동 매체인 미들이스트아이(MEE)가 보도한 상황은 더 엽기적이다. 터키 경찰이 공개한 용의자 중엔 사우디 내무부 소속 법의학자인 살라흐 알 투바이지가 포함돼 있는데, 그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카슈끄지의 시신을 훼손했다. 다른 암살조 요원들에게 음악을 들으며 작업해보란 권유도 했다고 MEE는 전했다. 이들이 카슈끄지를 살해하는 데는 7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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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가 출신 반체제 언론인=카슈끄지는 사우디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와 미국 인디애나주립대를 졸업했고, 1980년대부터 언론계에 몸을 담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왕실과 가까웠던 그는 개혁성향 일간지 알와탄의 편집국장을 지내면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비판하고 사회 개혁을 요구해 정부의 눈 밖에 났다. 신변 안전을 우려, 지난해 9월부터 미국에 머무르며 워싱턴포스트(WP)에 빈살만 왕세자의 정책과 사우디의 예멘 공습 등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
 
카슈끄지는 사우디 명문가의 자제이기도 하다. 할아버지는 사우디 초대 국왕의 주치의였고, 삼촌은 억만장자 무기상이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왕실과 깊은 인연을 맺어 왔고, 그만큼 내부 정보에 가까이 있었다. 카슈끄지 사건이 단지 한 언론인의 실종이 아닌, 사우디 왕실이 반대파들에게 보내는 ‘엄중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빈 살만

빈 살만

◆빈 살만 왕세자가 명령했나=관심은 현재 사우디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는 빈 살만 왕세자가 이번 사건에 어느 정도로 개입했는지 여부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현 국왕의 아들인 빈 살만은 부왕이 왕좌에 오른 2015년 1월 국방장관을 물려받은 데 이어, 국무장관·반부패위원장 등을 겸하며 사우디의 정치·국방·외교·사회 모두를 장악하고 있다.
 
초대 국왕이 부인 22명과의 사이에서 45명(성인까지 생존은 36명)의 아들을 두고 떠나면서 왕실에서는 승계와 관련된 암투가 끊이지 않았다. 2003년엔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이던 술탄사우드 빈 투르키 왕자가 스위스 제네바의 사우디 대사관에서 납치돼 마취 상태로 귀국을 당했다. 그는 결국 2016년 1월 실종됐다. 유럽에 거주하며 사우디 정부를 비판했던 사우드 빈 알나스르 왕자도 2014년 납치된 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현 국왕의 이복 동생인 만수르 빈 무크린알사우드(당시 43세) 왕자가 의문의 헬기 추락으로 숨졌다.
 
지난해 6월 승계 전쟁에서 이겨 왕세자로 임명된 빈 살만은 ‘부패를 척결하겠다’며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왕자 11명, 현직 장관 4명, 전직 장관 수십 명을 체포해 호텔에 구금하기도 했다. 당시 혼란을 피해 미국으로 피신한 카슈끄지는 빈 살만의 ‘눈엣가시’였음이 분명하다. CNN은 16일 여러 소식통을 인용, 카슈끄지를 살해한 이들은 빈 살만 왕세자와 가까운 정보기관인 정보총국(GIP)의 고위관리가 보낸 팀이라고 보도하면서 “왕세자 모르게 그런 식의 (암살) 작전 수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어정쩡한 트럼프의 태도=전세계가 이번 사건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미국의 대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진상 규명”을 강조하면서도 ‘무죄 추정의 원칙’을 강조하며 사우디 정부를 감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일로 지난해 사우디와 체결한 1150억달러(약 130조원) 규모의 무기 거래 계약이 취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봉쇄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해서도 사우디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영희·황수연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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