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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조원 풀었다' 무역전쟁 장기화 맞서는 중국의 패는?

중국이 올 들어 네 번째로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인하했다.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의도로, 미중 무역전쟁 충격에 대응하는 안전장치라는 분석이다.
 
무역전쟁 발발 이후 중국은 수출 길이 막히고 증시와 위안화 가치가 모두 하락세를 보이는 등 경기 하방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은 올해 지준율 인하, 감세, 지방정부 인프라 투자, 관세 인하 등 일련의 조치를 통해 미중 무역전쟁에 대응해 왔다. 이제 중국 당국은 지준율 추가 인하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한편, 감세 규모를 확대함으로써 소비를 활성화해 무역 전쟁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지급준비율(지준율): 시중은행이 예금 중에서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 지준율이 낮아지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할 돈이 줄어들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10월 7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인민은행이 오는 10월 15일 지준율을 1%p 인하한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인민은행은 시중에 1조 2000억 위안(약 197조 원)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하는 1월, 4월, 7월에 이어 올해만 네 번째로, 지난 6월(0.5%p) 보다 인하폭이 더 늘어난 것이다. 중국사회과학원(中国社科院) 청강(曾刚)은 중신왕(中新网)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지준율 인하는 지난 세번 보다 그 폭이 더 컸다"며,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이번 결정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악화되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무역전쟁으로 인한 충격을 덜어내기 위해 다양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2018년 5월, 첨단기술 분야 대상 증치세(부가가치세)를 인하했다. 7월에는 가전제품과 화장품 등 1449개 소비재의 평균 관세율을 15.7%에서 6.9%로 하향조정했다.  
 
그럼에도 9월 경제 지표가 둔화하고, 여기에 9월 24일 미국이 2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자 네번째 지준율 인하 카드를 빼들었다. 중신왕은 현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이번 지준율 인하가 중국에 3가지 호재를 가져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증권 시장, 외부 악재 상쇄
 
잉다증권(英大证券) 수석경제학자 리다샤오(李大霄) 등 전문가들은, 이번 지준율 인하가 중국 증시에 중대한 호재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국경절 연휴 기간 누적된 악재를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국제 경제 교류 센터 쉬훙차이(徐洪才)는 "이번 조치는 정확한 타이밍에 실시된 과감한 결정으로서, 국경절 연휴 각종 악재의 영향을 상쇄시키고, 연휴 후 개장하는 중국 증시가 안정적인 출발을 하도록 정책적 기반을 마련해준 셈"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 자금 압박 완화
 
중위안디찬(中原地产) 수석분석가 장다웨이(张大伟)는 "역사적으로 지준율 인하는 부동산 시장에 분명한 호재로 작용했다"며, "자금 압박을 완화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쥐연구원(易居研究院) 싱크탱크 센터 옌웨진(严跃进) 연구총감도 비슷한 견해를 제시했다. 옌 연구총감은 "지준율 인하는 직·간접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비교적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기업이 토지 구매에 소극적으로 돌아섰고, 유찰된 토지의 수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지준율 인하는 대출 부담을 줄여 일부 대형 중형 부동산 개발상이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또 지준율 인하 이후 시중은행이 개인 담보 대출 규모도 늘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실물경제, 기업 융자 부담 감소
 
인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지준율 인하 조치는 은행 시스템의 자금 안정성을 높이고, 상업 은행 및 금융 시장의 유동성 구조를 개선해 은행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고 기업의 융자 부담을 줄여주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중소기업과 민영기업, 혁신형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자금 지원이 늘어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실물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청강 역시 "현재 중국 실물경제는 비교적 큰 압박을 받고 있고, 중소기업과 민영기업은 여전히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준율 인하는 유동성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회복시켜 은행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고 실물경제 융자 부담도 한층 줄여줄 것이며, 더 나은 통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조건도 마련해 줄 것"이라고 관측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 제조업, 특히 수출기업에 타격을 입혔다. 9월 중국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8월(51.3)보다 0.5포인트 하락한 50.8을 기록했다. 2018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위안화 가치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3월 이후 6개월 사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약 9% 하락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8월말 3조 1097억달러에서 9월말에는 3조870억달러로 줄었다. 무역전쟁과 미국 금리인상으로 자금이탈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제 중국은 유동성 공급과 함께 감세 규모를 더욱 확대해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하려는 눈치다. 중국 리커창 총리는 9월 톈진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 기조연설에서 소득세 감세 의지를 밝혔다. 소비를 진작해 수출 타격을 만회하려는 것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중국의 2019년 경제성장률이 6.5%를 밑돌 것이라며, 중국 경제는 내년부터 주로 내수에 의존하게 될 것으로 관측한 바 있다.
 
10월 1일부로 중국은 개인 소득세 면세 기준을 기존의 3500위안에서 5000위안으로 상향 조정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수출기업에 대한 우회적인 지원책으로 수출기업의 세금 환급률을 높여 세금 부담을 덜어냈다. 외국 자본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외국투자자의 중국 내 채권 이자 수입에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3년 간 면제해주기로 했다. 이번 감세 규모는 연간 3200억 위안(약 52조 원)에 달한다.
류쿤 재정부장 [사진 바이두 바이커]

류쿤 재정부장 [사진 바이두 바이커]

 
중국 당국은 추가 대규모 감세 조치 가능성도 내비쳤다. 10월 7일, 류쿤(劉昆) 재정부장은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국은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보다 규모가 크고 명확한 감세 조치를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일부 지역과 기업이 어느정도 충격을 받겠지만 중국은 그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일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류 부장은 재정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새로운 감세와 소비촉진 등 조치의 연내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사진 bitauto.com]

[사진 bitauto.com]

 
하지만 상황은 중국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8일 국경절 연휴 이후 첫 개장한 중국 주요 주가지수는 지준율 인하 조치에도 장중 3% 이상 급락했다. 9일과 10일에도 중국 증시는 무역 전쟁 우려로 혼조세를 연출했다.
 
여기에 10월 9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관세부과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중 간 긴장감이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날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전 거래일 대비 0.04% 하락한 6.9098위안을 기록, 위안화 환율이 1달러=7위안대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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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