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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으로 업무 자동화 … 금융권 이젠 '디지털'이 대세

씨티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 글로벌 BPM(Business Process Mamagement) 회사인 WNS 등 글로벌 금융 관련 회사들이 최근 업무에 도입한 공통된 시스템이 있다. 바로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라는 로봇을 이용한 업무 자동화 체계인데 우리 금융기업에도 빠르게 확산되면서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RPA는 사람이 반복적으로 처리하는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화하는 솔루션으로 도입 후 업무 효율성 개선과 비용 절감 등의 효과가 검증되고 있다. 로봇 소프트웨어는 사람이 미리 정의해 둔 업무 절차와 룰을 참조해 사람이 하는 업무를 동일하게 수행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오는 2020년까지 전 세계 기업의 금융 관련 부서의 약 73%가 RPA를 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회사 비즈니스에 RPA를 접목하려는 의사를 밝힌 기업이 19% 정도로 나타났다며 RPA의 확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평했다.
 

'엔진에서 나온 연기가 수다 떠는 사람들 머리 위로 떠다니는 순간, 열차는 승객을 태우고 마법학교로 향한다.'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해리포터' 시리즈의 한 장면이다. 해리포터에서 호그와트행 특급열차는 현실세계와 마법세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장치다. 호그와트행 특급열차로 대변되는 증기기관은 실제 18세기 변혁의 상징이기도 하다. 증기기관의 출현은 1차 산업혁명을 촉발하고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RPA시스템은 21세기형 '호그와트행 특급열차'라고 할 수 있다. 금융기업들의 디지털 회사로의 빠른 전환을 지원하는 이 시스템을 현대카드도 도입했다.
 
현대카드는 지난 2015년 '디지털 현대카드'를 선언하고 상품과 서비스뿐 아니라 경영 활동 전반에 디지털 DNA를 주입하고 있다. 해리가 탄 특급열차의 종착지가 마법학교 호그와트라면 현대카드의 종착지는 디지털이다.
 

인력·시간·비용의 제약 극복 가능해
현대카드도 RPA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저부가가치 업무를 로봇으로 대체하고 사람은 보다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란 판단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부터 두 차례에 걸친 RPA 프로젝트를 통해 총 42개 과제를 도출했다. 사내 업무 프로세스를 새로운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RPA가 접목될 수 있는 업무 영역을 찾아 나섰다.

 
'카드 서비스 승인매입 테스트'를 자동화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RPA 도입 전에는 카드 서비스 변경 사항이 발생하면 담당자가 변경 사항을 반영한 후 승인과 매입 관련한 5개 항목의 테스트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했다.
 
RPA 도입 후에는 이 과정이 줄었다. 로봇이 알아서 테스트를 수행하고 결과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담당자는 이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결과 보고서를 검토하기만 하면 된다. 신상품 출시 시점에는 RPA 도입 효과가 극대화된다. 많은 신규 서비스가 한꺼번에 반영돼 승인·매입 항목에 대한 수천 번의 테스트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우편물 주인을 찾는 데도 RPA를 활용했다. 수취인이 불확실해 배달되지 않은 등기우편의 경우 고객 주소지 확인 또는 등기우편 반송 이력 확인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담당자가 직접 우체국 등기조회 사이트에 접속 후 등기번호를 조회한 뒤 이미지 파일로 저장해야 했다. RPA를 적용한 결과 3단계에 걸친 수작업은 모두 사라졌다. 담당자는 이제 로봇 소프트웨어가 이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해 업로드한 화면에서 자료를 조회해보면 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RPA 프로젝트를 적용한 업무 영역은 직원의 업무 시간이 크게 절감됐고 단순한 실수로 발생하는 오류가 줄어드는 등 업무의 질이 개선됐다"며 "RPA 도입을 통해 직원 약 70명의 업무량인 연간 1만5628시간에 달하는 업무시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대카드는 앞으로 진행하는 신규 프로젝트에 RPA 적용을 선제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대부분의 RPA가 기존 업무의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후행 작업이었다면 이제 기획단계부터 RPA 적용 가능성을 검토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 모델링
현대카드의 RPA 프로젝트가 업무 효율성을 높인 사례라면 신기술 도입으로 회사의 무형자산을 만든 사례도 있다. 현대카드가 지난 6월 금융권 최초로 특허를 획득한 블록체인 기반의 '홈페이지 위변조 탐지 시스템'과 '파일공유 시스템'이다. 현대카드는 2016년부터 신기술을 활용한 블록체인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홈페이지 위변조 탐지 업무와 법인·지점과의 파일공유 프로세스에 적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활용 모델을 만들었다. 이 2건의 모델은 지난해 특허 출원을 했으며 지난 6월과 8월 각각 특허로 등록됐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업무 개선 프로젝트가 회사의 지식재산이 된 것이다.

 

현대카드의 블록체인 특허 모델은 실용성이 높다는 평가다. 블록체인 기반의 홈페이지 위변조 탐지 시스템인 'B-Eye'는 기존에 담당자가 12시간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했던 위변조 모니터링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이 특허는 거의 실시간으로 홈페이지의 스냅샷에 대한 고윳값을 생성하고 이 값을 분산된 블록체인 노드에 저장한다. 새로 생성된 스냅샷의 고윳값과 기존 스냅샷의 고윳값을 비교하여 위변조 여부를 감지한다. URL 등록만으로 간편하게 홈페이지 위변조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현대카드는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해 'M포인트몰' 'My Menu' 등 16개 홈페이지의 위변조 모니터링에 'B-Eye'를 활용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을 현대자동차그룹 내 주요 계열사 홈페이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블록체인의 분산저장 특성을 활용한 파일공유 시스템 'B-Box'는 기존 시스템의 보안성과 용량 문제를 해결했다. B-Box를 통하면 파일을 작은 크기로 분할해 암호화한 뒤 분산 저장해 전달하기 때문에 외부에 노출되더라도 위변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또 B-Box는 분산네트워크 구조를 활용하기 때문에 발송하는 파일 크기에 제약이 없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블록체인 모델링은 '신기술의 무형자산화'와 '실제 사용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대표적인 사례"라며 "앞으로도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 독창적인 서비스와 모범사례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늘리고 조직 체계 탈바꿈으로 디지털화 순항
해리포터의 특급열차는 호그와트라는 새로운 세계로 사람들을 인도했다. 증기기관의 연기는 신세계로 다가왔다. 현대카드의 디지털 전환도 순항 중이다. 최근 350명의 디지털 인력을 선발한 것은 물론 조직 체계를 디지털 환경에 맞춰 민첩하게 탈바꿈시켰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에 스며든 기업문화는 열차의 윤활유가 되어 흐르고 있다"라면서 "일하는 방식부터 디지털 오피스까지 구성원 모두가 디지털 세상이라는 신세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디자인=배은나 기자 bae.eu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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