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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내는 아이 앞에서 굳어버린 엄마… 어떻게 해야 할까

[더,오래] 서영지의 엄마라서, 아이라서(7)
아는 언니의 집에 갔을 때 얘기다. 언니 딸은 우리 아이보다 한 살 어린 네 살이다. 둘이 공주 옷을 입고 놀기도 하고 곡 연주도 하며 한참을 잘 놀았다.
 
놀이터에 나가기 위해 외출 준비를 하는데, 아이가 현관에서 나를 불렀다. “엄마, 나 이 킥보드 타도 돼?” 하며 동생의 킥보드를 가리켰다. 나는 “이따 동생이랑 이모한테 타도 되는지 물어보자”라고 답하고 외출 준비를 마저 하러 들어갔다.
 
어디를 가나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아이. 언니네 놀러 간 날도 본인 킥보드를 갖고 갔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더 큰 참사(?)를 맞을 뻔했다. 화를 진정한 아이는 이 킥보드를 타고 놀이터에서 잘 놀았다. 사진은 집 앞에서 킥보드 타는 모습. [사진 서영지]

어디를 가나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아이. 언니네 놀러 간 날도 본인 킥보드를 갖고 갔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더 큰 참사(?)를 맞을 뻔했다. 화를 진정한 아이는 이 킥보드를 타고 놀이터에서 잘 놀았다. 사진은 집 앞에서 킥보드 타는 모습. [사진 서영지]

 
내가 없는 사이 아이는 그 킥보드를 꺼내려고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동생의 킥보드는 높이 조절이 되는 모델이었고 우리 아이가 타는 것보다 훨씬 컸다. 앞에 물건 몇 개가 있던 터라 그 큰 킥보드를 쉽게 꺼낼 수 없었던 것 같다.
 
현관 앞을 오가며 외출 준비를 하다 보니 앞에 있던 물건이 넘어져 있어서 아이에게 “이모한테 물어보고 꺼내야지, 다 어질러졌네” 하고 약간의 핀잔을 주며 일단 킥보드를 마저 꺼내고 주변을 정리했다.
 
현관이 넓어 킥보드를 타볼 수 있었는데, 아마 마음처럼 안됐나 보다. 게다가 넘어지거나 부딪히는 소리까지 들렸다. 그러더니 아이가 씩씩거리며 분노에 찬 괴음을 내기 시작했다. 몇 번에 걸쳐 냈는데 처음 듣는 소리에 순간 당황스러웠다. 이윽고 발을 쿵쿵 세게 구르며 화를 냈다.
 
현관에는 네 살짜리 동생이 신발 신는다고 앉아 있었고, 그 앞에서 아이가 본인의 화를 못 이기고 감정을 분출하는 상황에서 나는 1~2분간 ‘얼음’이 되어버렸다. ‘부정적인 감정도 표출하게 하라던데, 언제까지 놔둬야 하지?’ ‘동생이 앞에서 보고 있는데, 안 좋은 모습 보여주면 배울 텐데 그만하게 해야 하는 건가’ ‘내가 여기서 “그만해!”라고 혼을 내면 잘은 모르지만 안 좋을 것 같은데 어떡하지?’ 등 순간 오만 가지 생각이 스치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언니네 집에 놀러 간 날, 아이와 동생이 엘사와 라푼젤 옷을 입고 잘 놀았다. 동생 앞에서 화내는 아이를 보고 혹시 동생이 나쁜 것을 배우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했다. [사진 서영지]

언니네 집에 놀러 간 날, 아이와 동생이 엘사와 라푼젤 옷을 입고 잘 놀았다. 동생 앞에서 화내는 아이를 보고 혹시 동생이 나쁜 것을 배우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했다. [사진 서영지]

 
정말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고개를 못 들고 있는데 동생이 “엄마, 언니 화났나 봐”라고 말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순간 긴장감이 더 높아졌다. 그때 언니가 “응,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대답을 해줬다.
 
위기의 순간(?)을 언니 덕분에 넘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나는 현관으로 갈 수 있었다.
 
이럴 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머리를 굴려봤지만 잘 몰라서 일단 아이를 불러 내 무릎에 앉혔다. “마음대로 안 돼서 화가 났구나”라고 했더니 “잘 안 돼서 나 화났어!”라고 답한다. 아직 킥보드가 너에게 많이 커서 그렇다는 식으로 달랬던 것 같다.
 
이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잘 놀고 돌아왔지만, 한 달이 넘은 지금도 그때 상황을 다시 떠올리니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심리학을 전공한 지인에게 그때 일을 얘기했더니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기만 해도 분노가 금방 사그라진다”는 조언을 해줬다. “화가 많이 났구나. 마음대로 안 되고 아프기까지 하니 정말 화가 많이 났겠다”는 식으로 아이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읽어주기만 해도 아이가 금방 평온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혼을 내거나 다른 아이 앞에서 아이에게 무안을 주지 않은 것은 잘한 것 같다. 하지만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침착하게 지인의 조언처럼 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도움말: 방성규 한국놀이치료협회장(상담심리학 박사)
부모와 아이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서적 상호작용이다. 아이가 부정적 감정을 표출할 때는 아이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진 pixabay]

부모와 아이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서적 상호작용이다. 아이가 부정적 감정을 표출할 때는 아이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진 pixabay]

 
갑작스러운 상황에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왜 아무 반응을 할 수 없었을까요?
부모와 아이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서적 상호작용입니다.
먼저, 아이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것은 아이 스스로가 감정을 잘 처리하지 못해 도와달라는 SOS 신호입니다. 아동정신분석의 거장 도널드 위니컷의 말을 빌리면,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는 아이의 부정적 감정을 잘 포착하고 읽어주는 감수성을 잘 발휘합니다.

그래서 감수성이 풍부한 엄마는 아이가 부정적 감정을 표출할 때 아이가 지금 무서워하는 것인지, 슬퍼하는 것인지, 아니면 화가 나 있는 건지를 잘 구분할 뿐만 아니라 감정의 강도도 잘 파악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완벽한 엄마나 최고의 엄마가 되려고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시도가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의도하지 않은 문제를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나는 정말 형편없는 엄마구나’라는 죄책감입니다. 충분히 좋은 엄마는 그럭저럭 좋은 엄마면 됩니다.

아이가 짜증을 부리거나 떼를 쓸 때 만약 엄마가 아이의 행동에 정서적인 문제가 있다든가 부모의 체면을 심하게 깎는다고 생각하면 엄마의 감수성이 잘 발휘되지 않게 됩니다. 우선 아이가 부정적 감정을 표출할 때는 아이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아이가 엄마한테 부정적 감정을 표출할 때가 엄마와 아이 간의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상기해야 합니다.
 
그럼 위와 같은 상황에서 엄마가 어떤 반응을 언제 보여야 좋았을까요? 
육아에서 엄마에게 감수성만큼 중요한 것은 엄마의 반응성입니다. 이 반응성의 핵심은 얼마나 적시(just in time)에 반응하는가에 달렸습니다. 종종 엄마는 아이의 부정적 감정이 빨리 사라지길 바라며 아이의 감정을 외면하거나 놀리기까지 합니다. 이럴 경우 아이는 엄마가 자신과 자신의 감정을 중요하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오해하게 됩니다. 이는 후에 아이의 자존감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마음대로 안 돼서 화가 났구나”와 같은 공감적 표현은 때를 늦추기보다는 적시에 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또한 엄마가 그 과정에서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함께 공감해주면 아이는 좀 더 빨리 격렬해진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게 됩니다.
 
부정적 감정은 표출하게 두는 게 맞나요?
부정적 행동 표출과 부정적 감정 표출은 서로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행동이 폭력적이면 한계를 정하고 파괴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화를 풀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희망 사항을 들어보고 어떻게 하면 좋은지 선택하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런데 만약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는 부모의 실망감이나 화도 말과 표정으로 표현해도 무방합니다.

공격적 반항 장애처럼 심각한 폭력을 보이면 아이의 어깨를 잡고 “안돼!” 또는 “그만!”하며 제압해야 합니다. 이때 아이에게 잔소리하거나 아이의 요구에 타협해서는 안 되며 아이가 진심으로 “제가 잘못했어요” 하고 뉘우칠 때까지 놓아줘서는 안 됩니다.

1) 공감적 표현 2)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마한테 말해 줄래? 3) “저런 아주 속상했겠네” “화가 많이 났겠네” 4) “그렇지만 이럴 때 이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야!” “안돼!” 5) 희망 사항 듣기: “지금 하고 싶은 것(혹은 원하는 것)이 뭐야?” 6)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엄마하고 같이 생각해 볼까?

과격한 공격성을 보일 경우 예시로 든 여섯 단계처럼 아이가 대안을 찾도록 기회를 주고 대안이 좋으면 좋은 생각이라고 칭찬해줘야 합니다. 안 되는 일이나 경우면 엄마의 사정, 형편을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부정적 행동과 달리 부정적 감정 표출은 수용해줘야 합니다. 엄마가 아이의 부정적 감정 표출도 타당하다고 인정해줄 때 아이는 자신에 대한 타당함을 갖게 됩니다. 적시에 “화가 많이 났구나”하는 반응이 아이에게 ‘자신이 타당하구나’라는 인식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해줍니다.

반면 아이가 자신의 감정이 옳지 않고 부적절하거나 타당하지 않다고 계속 느끼고 확인하게 되면 자신이 옳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이로 인해 아이의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자존감이 낮아지면 긍정적 감정까지 억압하기 때문에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지각하고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 사연을 받습니다
 
엄마로, 아내로, 딸로, 며느리로 아이를 키우면서 닥쳤던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냈거나 아이의 마음을 잘 다독여준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아이와 관련한 일이라면 어떤 주제라도 좋습니다. 그 이후로 더 힘차게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 그 사건을 겪으며 느낀 생각과 깨달음, 그로 인한 삶의 변화 등을 공유해주세요. 같은 상황을 겪는 누군가에게는 선배 엄마의 팁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서영지 기자의 이메일(vivian@joongang.co.kr)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실 때는 이름연락처를 꼭 알려주세요. 사진사진 설명을 함께 보내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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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