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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언어·과한 간섭…피해자가 말하는 데이트폭력의 징후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는 30대 전문직 여성. 김모(32)씨 앞에 붙는 수식어입니다. 김씨는 '김모씨이야기' 취재팀의 인터뷰 요청을 어렵게 수락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숨겨 온 '데이트폭력 피해자'라는 수식어를 어렵게 꺼내들었습니다.
 
김씨가 지인 소개로 전 남자친구 A씨(28)를 만난 건 지난해 8월쯤이었습니다. 그는 경찰대를 졸업한 뒤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어느 연인과 다를 바 없이 행복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연애 초부터 김씨가 마음에 걸렸던 건 A씨의 거친 언어 습관과 '욱'하는 성질이었습니다. 
 
김씨="여자친구인 저한테도 '꺼져라''닥쳐라' 등의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었어요. 제가 업무 특성상 같이 일하는 남자 분들이 많은데 저랑 얘기할 때 그분들을 '그 새X'라고 불렀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구속도 심해졌습니다. 자기와 만나는 약속 외의 다른 약속이 생기거나, 업무상 회의가 있으면 누구를 만나는지 무조건 보고해야 했습니다. 연락이 조금만 늦어지면 욕을 하며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그럴 때마다 김씨는 '걔가(A씨) 날 너무 좋아해서 그런 거야' 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A씨는 김씨를 툭툭 치기 시작했습니다. 몸을 밀치거나 꼬집고, 주먹으로 때렸습니다.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고 난폭 운전을 하거나 물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김씨가 "아프다"고, "그만해"라고 소리칠 때마다 A씨는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네가 그러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렇게까지 화 안 냈어."
 
김씨="그런 얘기를 들으면 '내가 진짜 좀 잘못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사람이 화를 낼 것 같으면 일단 사과부터 해요. 그래야 잠잠해지니까."
 
그런데 올해 1월 데이트 중 사소한 일로 다투다 A씨는 거리 한복판에서 김씨의 얼굴을 머리로 강하게 들이받았습니다. 이 일로 김씨는 앞니가 파손·변색돼 임플란트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원래 이런 일이 많긴 했는데 평소와 달리 너무 아프더라고요. 치과에 갔더니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는 거예요. 치료비가 진짜 많이 나왔어요. 그래서 치료비를 요구했죠."
 
김씨는 자신이 겪은 게 '데이트폭력'이었다는 걸 그제서야 점점 깨닫게 됐습니다. 하지만 A씨의 연락은 조금씩 뜸해졌습니다. 두 사람은 결국 지난 2월 헤어졌습니다. '헤어져도 치료비는 주겠다' 했던 A씨의 태도는 점점 변해갔습니다. 오히려 김씨를 '경찰인 자기 신분을 협박해 돈 뜯어내려는 사람''헤어지자고 하니까 앙심 품고 복수하려는 여자'로 매도했습니다. 연락은 전보다 더 받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끝내 A씨를 상해죄로 고소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검찰은 A씨를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습니다. 약 6개월의 시간 동안 김씨는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편견들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A씨는 지금도 경찰청에서 근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처음 고소하러 찾아간 경찰청에서 민원 담당 직원은 '결혼까지 생각했을 텐데 그냥 사과 받고 가라' 했고, 검찰 수사관은 조사 과정에서 '그런데도 (이런 사람을) 왜 만났어요?'라며 오히려 저를 책망하듯 말했어요. 지인들은 '한때 사귄 사람인데 왜 이리 독하냐, 그냥 용서해줘라''얘 너 때문에 경찰 옷 벗으면 어떡하냐' 그러더라고요. 잘못은 걔가 했는데 제가 오히려 가해자가 된 기분이었어요…."
 
실제로 많은 수의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이 이 과정들을 버티지 못해 고소를 취하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씨는 "제가 포기하면 가해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신나게 사회 생활을 할 거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모르잖아요. 죄를 저지르면 벌을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걸 입증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는 건 조심스럽지만 김씨는 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역시 자신이 데이트폭력의 피해자가 될 거라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으니까요. 김씨는 혹시 어딘가에서 '연인의 행동이 폭력의 징후인지' 헷갈려 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이게 데이트폭력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 의문이 들 때는 한 번 더 의심하고 돌아보라'고 전했습니다. '그건 절대 사랑이 아니더라는 말과 함께요.
 
※또다른 김모씨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https://www.youtube.com/channel/UCWnyqTsk86NFkmzranBFkLw
 
'김모씨 이야기' 취재팀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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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