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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향한 박기영의 경고 “잘못했단 생각 1도 없는 쓰레기”

8년 만에 8집으로 돌아온 박기영은 ’소속사가 없었던 5집 이후 처음으로 외압이 없는 앨범“이라며 ’대표님이 전적으로 믿어주신 덕분에 하고 싶은 건 다 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8년 만에 8집으로 돌아온 박기영은 ’소속사가 없었던 5집 이후 처음으로 외압이 없는 앨범“이라며 ’대표님이 전적으로 믿어주신 덕분에 하고 싶은 건 다 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가수 박기영(41)이 8년 만에 8집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철마다 싱글을 발표하고, ‘복면가왕’ 등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비쳐왔어도 이번 음반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8년 동안의 시간만큼 나이테가 더해져 노래에 담고픈 이야기는 많아졌지만, 디지털 음원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은 쉽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그는 더는 미루면 안된다는 생각에 신곡 7곡 등 총 10곡을 담아 ‘리:플레이(Re:Play)’라 이름 붙였다. 그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다시금 울려 퍼지게 하기 위함이다.
 
16일 서울 서소문에서 만난 박기영은 “20대 때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좌충우돌했다면, 40대가 돼서야 하고 싶은 대로 하자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20년을 아이가 태어나 성인이 되는 과정에 비유하자면, 목도 못 가누는 상태에서 걸음마를 하고 숱한 넘어짐과 깨어짐 속에서 사춘기를 지나 이제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회로 나아갈 때가 됐다는 얘기다.  
 
박기영은 ’아름답지 않은 세상에 살면서 아름다운 노래만 하는 건 위선처럼 여겨졌다“며 ’우리 삶이 고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다면 그 본질에 대해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박기영은 ’아름답지 않은 세상에 살면서 아름다운 노래만 하는 건 위선처럼 여겨졌다“며 ’우리 삶이 고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다면 그 본질에 대해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하여 ‘시작’ ‘마지막 사랑’ 등 어쿠스틱한 사랑 노래를 부르던 그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득권을 향해 “아직도 잘못했단 생각은 1도 없는 쓰레기”(‘스톱ㆍStop’)라고 규정짓거나 “네가 가진 것 모두 사라지게 될 거야”(‘하이 히츠ㆍHigh hits’)라고 경고하는 등 매서운 메시지를 던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기업화된 대형교회 등 제 나름의 대상은 있죠. 하지만 정치적으로 좌냐 우냐를 따지자는 게 아니라 똑바로 서 있느냐고 묻는 거예요. 저는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더 가지려고 아등바등하며 남의 것을 탐하는 사람들 모두 정신병자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른이라면 아이보다 나은 점이 있어야 하는데 아이보다 못한 어른들이 너무 많잖아요.”
 
무엇이 이토록 과감한 발언을 가능하게 했을까. 그는 ‘팬들의 이야기’를 꼽았다. 2016년부터 팬들의 사연을 받아 노랫말로 만들고 계절에 한 곡씩 발표해 온 ‘사계 프로젝트’ 덕에 더욱 용감해질 수 있었단 것이다. “팬들이 보내온 글은 엄청 솔직해요. 잘 쓰거나 치장한 글은 아니지만, 아무에게도 내비치지 못한 아픈 부분을 보여주면서 말을 걸어오죠. 가진 게 없다는 걸 털어놓을 수 없다는 부모님 마음을 담은 ‘거짓말’도 그렇고,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로 열심인 취업준비생들의 이야기인 ‘취.준.생’도 그렇고. 아, 이게 삶이지 싶더라고요. 살아보니 어디 ‘아프니까 청춘’이던가요. 쭉 아프지. 아름답게 포장하는 대신 삶은 고통이지만 함께 짊어지고 살아가자는 얘길 하고 싶었어요.”
 
메시지를 꾹꾹 눌러 담은 반면 사운드는 최대한 덜어냈다. 대신 음악과 청자가 마주 보는 평면적 사운드가 아닌 음악 속에 청자가 들어가 있는 듯한 입체적 사운드를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싱어송라이터 입장에서 곡을 쓰는 게 감성적인 문학이라면, 녹음하고 구현하는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수학이에요. 특히 요즘은 대부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니까 음역이나 주파수가 서로 겹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써야 하거든요. 공간이 충분히 있어야 메시지도 정확하게 전달되고, 여러 번 오래 들어도 안 질린다고 해야 할까요.”
 
기타 반주 하나에 목소리를 얹힌 ‘고잉 홈(Going Home)’을 들어보면 이 같은 특성이 도드라진다. 위안부 피해자 입장에서 “언젠가는 끝이 날 거야 지옥 같은 날들도 끝나겠지”라고 1인칭으로 읊조리는 부분은 소리가 정면에서 나온다면, “일어나(get up)”라고 속삭이는 2인칭 가사는 측면에서 나온다. 후면에서 나와 전방위를 감싸며 “그 옛날 꽃 같았던 너를 누가 이렇게 했나”는 3인칭 시점에서 마무리되는 노래를 듣고 나면 마치 짧은 뮤지컬 한 편을 본 기분이다.
 
스스로 ‘워킹맘’ ‘경단녀’라 칭하는 박기영은 ’남편과 엄마, 대표님의 교차 육아 덕분에 나올 수 있었던 앨범“이라며 ’함께 도우며 나아가는 엄마 뮤지션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스스로 ‘워킹맘’ ‘경단녀’라 칭하는 박기영은 ’남편과 엄마, 대표님의 교차 육아 덕분에 나올 수 있었던 앨범“이라며 ’함께 도우며 나아가는 엄마 뮤지션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블루스 기반의 타이틀곡 ‘아이 게이브 유(I gave You)’부터 일렉트로니카 리듬을 활용한 ‘하이 히츠’까지 다양한 장르를 시도한 그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망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세계적 트렌드인 힙합이나 EDM을 제가 직접 할 순 없지만 컬래버레이션할 순 있지 않겠느냐”며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뮤지션으로 비와이와 펜타곤을 꼽았다. “제가 이래 봬도 트렌드에 엄청 민감해요. 가끔 너무 앞서가서 그렇지.” 2012년 우승한 ‘오페라스타’까지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활동 영역이다.  
 
오는 26~27일 서울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열리는 20주년 기념 콘서트 ‘리:플레이’에서는 이 같은 매력을 빠짐없이 만나볼 수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의 박기영을 만들어준 1등 공신은 엄마예요. 학교 가기 전부터 신촌블루스ㆍ들국화 공연을 따라 다녔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 딸이 좋아하는 노래도 한 곡씩 부르려고요. 게스트로는 존경하는 신효범 선배와 아끼는 후배 린, 지금 같은 소속사에서 함께 하고 있는 유발이까지 총출동하니 뭔가 주체적인 여성 뮤지션의 계보를 잇는 공연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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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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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