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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자 "돈 있으면 차려라"…이때 최순실 유치원도 설립

1981년 당시 영부인이던 이순자 여사가 유치원을 방문해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1981년 당시 영부인이던 이순자 여사가 유치원을 방문해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여사님, 무작정 숫자를 늘리면 질이 나빠져 감당할 수 없습니다. 재고해 주십시오.”

“질이 나빠져도 당장 아이들이 갈 데가 없잖아요. 일단 늘리고 봅시다.”

 
 유아교육학계의 대모인 이원영 중앙대 명예교수는 1981년 유아교육진흥종합계획 발표를 앞두고 당시 영부인이었던 이순자 여사와의 면담 장면을 이렇게 회상했다. 이 교수는 “유아교육학자들이 모두 반대했지만 이 여사의 의지가 매우 강했다”며 “이듬해 유아교육진흥법이 제정되고 사립 유치원들이 대거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1975년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로 부임해 한국유아교육학회장,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학계의 원로다.

 
 1980년 신군부가 권력을 장악한 뒤 가장 먼저 손을 댄 부분은 교육이었다. ‘7·30 교육개혁조치’란 이름으로 사교육을 잡겠다며 대입 본고사를 폐지하고 과외를 전면 금지했다. 이듬해 전두환 대통령이 취임한 뒤엔 이순자 여사가 어린이와 보육 문제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사립 유치원 확대다.

1981년 서울어린이집 개원식에 참석한 이순자 여사. [중앙일보]

1981년 서울어린이집 개원식에 참석한 이순자 여사. [중앙일보]

  취임 직후 아시아 각국을 순방하고 온 이 여사는 사립 유치원 확대의 명분으로 낮은 취원율을 근거로 내세웠다고 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당시 이 여사는 “동남아 국가들도 우리보다 유치원생 비율이 높다”며 “질이 나쁘더라도 일단 아이들이 갈 데가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을 설득했다. 이 교수는 “그 당시만 해도 만 5세 아동의 1%만 유치원을 다녔다”며 “유아교육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재원이었다. 당시 정부는 유아교육에 재정을 투입할 상황이 전혀 안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사립 유치원 카드다. 이 교수는 “‘돈 있으면 투자해라, 혜택을 주겠다’는 식으로 끌어들였고 결국 자격도 없고 준비도 안 된 사람들이 대거 유치원을 차렸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돈 있는 사람들은 부인을 시켜 유치원 하나씩 설립한 경우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당시 정부는 유치원의 시설 규정을 완화하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원장이나 교사도 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게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었다. 그 결과 1980년 861곳에 불과했던 사립 유치원은 1987년 3233곳으로 급증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이었던 최순실도 이런 흐름을 타고 유치원을 설립해 운영했다. 최씨가 1986년 압구정동에 개원한 ‘초이유치원’은 육영재단(이사장 박근혜)과의 협업을 과시하며 고급 유치원을 표방했다. 최씨는 1987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린이회관의 입장료를 300원씩 할인받고 유치원생 버스가 회관 안까지 들어가는 편의를 제공받는 정도”라고 말했다. 1990년대엔 강남권의 명품 유치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아들도 이곳을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는 “사립 유치원 논란의 근본 원인을 살펴보면 국가도 큰 책임이 있다”며 “처음부터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을 끌어들인 게 잘못”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논란이 된 유치원은 분명 잘못이지만 일부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해 사립 유치원 전체를 ‘적폐’로 몰아선 안 된다”며 “잘못은 바로 잡고 상생할 수 있는 협치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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