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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남편, 전세금 분할 합의해놓고 계속 미루는데…

기자
배인구 사진 배인구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61)
남들은 결혼할 돈이 없어 결혼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저는 남편과 둘의 보증금을 합쳐서 방이 하나 더 있는 집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 좋아 결혼을 했습니다. 고시원 생활도 지긋지긋했고,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지하 셋방도 싫었습니다.
 
이혼하면서 집 보증금을 반반씩 나누기로 했는데 임대차기간이 지나서도 차일피일 미루는 남편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중앙포토]

이혼하면서 집 보증금을 반반씩 나누기로 했는데 임대차기간이 지나서도 차일피일 미루는 남편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중앙포토]

 
간신히 남편이 살던 집 보증금과 제가 살던 집 보증금을 합하고 결혼하면서 조금씩 받은 돈을 보태 이층집에 살림을 시작할 때 정말 좋았습니다. 안방 앞의 작은 베란다에 놓은 화분에서 꽃이 피고 빨래에서 햇볕 냄새를 맡으며 행복하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아이가 없어도 저는 충분히 행복했는데, 남편은 아니었나 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과연 아이 문제 때문이었나 의문이 들지만 결국 의견이 맞지 않고 싸움이 잦아지면서 저희는 이혼을 선택했습니다. 아이가 없는 저희 부부의 이혼과정은 순조로웠습니다. 이혼하면 보증금을 반반씩 나누기로 했습니다. 집 임대차기간이 남아 있어 우선 이사한다고 임대인에게 말을 하고 당분간 남편이 살다가 보증금을 반환받으면 그때 받기로 했는데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이혼하고 저만 우선 친정 언니네 집으로 이사했는데, 남편은 집이 빠지지 않는다고만 했습니다. 남들은 얼마 되지 않는 돈일지 몰라도 제게는 다시 방을 구할 수 있는 소중한 돈입니다. 언제까지 형부 눈치를 보면서 살 수도 없습니다. 이미 임대차기간도 지났는데 차일피일 미루는 남편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사례자는 재판까지 가지 않고 협의로 이혼하고 재산분할도 원만하게 정했다니 다행입니다. 사례자의 경우에는 임대차보증금을 반씩 재산분할로 나누기로 했으니 임대차계약서를 다시 작성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즉 임차인을 남편 단독이 아니라 사례자와 남편 공동으로 하고 기간만료 등으로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는 경우에는 임차인에게 반씩 지급하는 내용을 특약으로 정하면 남편이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겠죠.
 
만약 이런 사례자가 법원에서 이혼조정을 하였다면 임대차보증금 절반을 재산분할로 지급하고, 그 이행을 위해 남편의 임대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절반을 사례자에게 채권양도하고 그 의사를 임대인에게 통지하는 내용으로 하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지금이라도 남편이 임대인에게 채권의 반을 양도하는 통지를 하면 됩니다. 어느 경우나 이렇게 하였다면 사례자의 경우 남편이 임대차보증금을 받아서 다시 반을 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기간이 만료된 경우 임대인으로부터 직접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남편이 임대인에게 채권의 반을 양도하는 통지를 하면 임대차보증금을 받아서 다시 반을 줄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기간이 만료된 경우 임대인으로부터 직접 받을 수 있다. [사진 pixabay]

남편이 임대인에게 채권의 반을 양도하는 통지를 하면 임대차보증금을 받아서 다시 반을 줄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기간이 만료된 경우 임대인으로부터 직접 받을 수 있다. [사진 pixabay]

 
남편이 임의로 이행하지 않으면 결국 남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압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공정증서로 작성되거나 법원의 판결서 또는 조정조서처럼 강제집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서류가 필요합니다. 이것을 법률적인 용어로 집행권원이라고 합니다. 흔히 협의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 공증을 한다고 하는데, 이것 역시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집행을 할 수 있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임대차보증금 압류의 경우 예외적인 규정이 있어 한 말씀 더 드립니다. 민사집행법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등에 따라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일정 금액의 보증금은 압류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6호). 임차인의 거주권을 보호하기 위해서죠.
 
문제는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위한 이 조항이 남편과 아내가 이혼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부부가 3700만원의 임대차보증금을 재산분할로 나누기로 했어도 위 법률 조항에 따라 압류를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채권자로부터 임차인의 거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률조항이라고 하더라도 이의 경우에는 압류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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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