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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싶은 이야기] 미국 혹독했던 유학생 시험, 소련에 인공위성 뒤진 게 이유

소련이 57년 10월 4일 세계 최초로 쏘아올린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의 모형. 미국 워싱턴의 국립항공우주박물관 전시물이다. 그 직후 미국은 소련에 추월당한 과학기술을 따라잡으려고 연구·교육 체계 혁신에 들어갔다. [중앙포토]

소련이 57년 10월 4일 세계 최초로 쏘아올린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의 모형. 미국 워싱턴의 국립항공우주박물관 전시물이다. 그 직후 미국은 소련에 추월당한 과학기술을 따라잡으려고 연구·교육 체계 혁신에 들어갔다. [중앙포토]

미국 미시간 주립대에서 치른 첫 시험은 내게 행운이나 기적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애절한 기도에 대한 신의 가장 명쾌한 대답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6문제 중 예상문제 50개에 포함된 4개의 답안을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써나갔다. 다른 한 문제도 비교적 흡족하게 답안을 써서 제출했다. 목표였던 C 학점은 문제없고 잘하면 B 학점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장을 나오면서 말을 나눴던 필리핀 출신 동료 학생은 “문제가 어렵지 않아 답안을 술술 적어냈다”며 유독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땐 그런 여유가 부러웠다.  

초조했던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성적 발표일이 됐다. 전 세계에서 온 유학생 40명은 한자리에 모여 지도교수의 입만 바라봤다. 수면 부족으로 건강이 염려된다며 수면제를 권하며 C 학점이라도 따라고 했던 그 교수는 나를 가장 먼저 호명했다.  
“미스터 정. C 학점은 확보했으니 이젠 안심해도 됩니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렇게 힘들여 공부하고 6문제 중 5문제를 제대로 풀었다고 믿었는데 겨우 낙제를 면한 C 학점이라니…. 세계의 벽은 이렇게도 높다는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자괴감과 실망감에 가슴이 미어졌다. 지도교수는 자신감이 넘쳤던 그 필리핀 학생을 지목해 “시험을 잘 치렀다”고 칭찬까지 했다. 이어 석사 과정을 시작하게 될 B학점 학생 명단을 발표했다. 거기에 그 필리핀 학생은 포함됐지만 나는 없었다. 속이 쓰려 왔다. 그런데 발표 맨 마지막에 지도교수가 나를 부르더니 “어떤 식으로 공부했느냐”고 물었다. 솔직하게 대답했다.  
“20권의 책에서 50개의 예상문제를 뽑아 공부했는데 그 가운데 4개가 똑같이 나오고 1개는 비슷하게 출제돼 비교적 쉽게 답안지를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겨우 C 학점이라고 해서 충격이 큽니다.”
그러자 지도교수가 내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어깨를 끌어안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미스터 정. 당신이 이번 시험 수석입니다. 학점은 A입니다. 미시간 주립대는 당신 같이 뛰어난 학생이 들어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꿈과 같은 순간이었다. 그동안의 긴장과 피로가 눈처럼 녹았다. 그 순간 ‘이건 나의 능력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손길이 나를 돕고 있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잠시 눈을 감고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그러면서 ‘절대로 교만해선 안 된다’는 다짐을 하고 또 했다. 
소련이 57년 11월 3일 세계 최초로 생명체와 함께 쏘아올린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2호에 탑승했던 라이카 품종의 개. [중앙포토]

소련이 57년 11월 3일 세계 최초로 생명체와 함께 쏘아올린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2호에 탑승했던 라이카 품종의 개. [중앙포토]

알고 봤더니 미시간 주립대가 유학생을 대상으로 혹독한 자격시험을 치른 데는 사실 이유가 있었다. 당시 미국은 ‘스푸트니크 충격’에서 헤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 궤도에 쏘아 올리자 ‘과학기술은 우리가 세계 최고’라는 미국의 자부심이 일순간에 무너졌다. 그래서 '과학기술 1위'를 회복하려고 우주항공국(NASA)을 창설하는 등 과학기술 투자를 대폭 늘렸고 수학·과학 교육을 강화했으며 전 세계에서 인재를 모았다. 인재는 철저하게 실력에 따라 대접했다. 그 지독했던 자격시험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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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