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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몇 가지 조건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언급이 있었다. 그 후 세간의 관심은 온통 언제, 어디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지, 이것이 연내 종전선언과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쏠려 있다. 그리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지난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서 국제사회가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이루려던 북한의 비핵화는 과연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 목표를 향해 진전을 보이고 있는 걸까. 어떻게 해야 ‘핵 없는 한반도’의 미래가 실현될 수 있을까.
 
폼페이오 장관의 최근 방북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6·12 북·미 공동성명 합의 이행에 있어 실질적인 진전을 보았다는 미국의 자평에도, 북한이 혼자서 폭파시키고 폐쇄했다고 선언한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뒤늦은 사찰을 얻어낸 것만으로는 미흡하다는 박한 평가가 나온다. 또 하나의 성과로 내세운 북·미 간 실무협상 체제 구축은 미국 측의 적극적인 제안에도 불구하고 아직 회담 날짜가 잡혔다는 소식이 없다. 북한과의 협상 줄다리기가 이제 시작된 것이며, 앞으로의 협상이 얼마나 지난하고 복잡하며 피 말리는 싸움이 될 것인지 보여주는 전조들이다.
 
이번에야말로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가 되도록 하려면 다음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북한이 폐기할 영변 핵시설 대상에는 북한이 1994년 제네바합의, 2005년 9·19공동성명을 통해 신고한 시설들, 즉 5MW 원자로,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 핵연료봉 공장 등 뿐 아니라 동 신고에 포함되지 않았던 2개의 핵폐기물 저장시설, 우라늄 농축시설, 현재 건설 중인 경수로 등을 모두 망라해야 한다. 만일 북한이 기존에 신고한 시설 정도로 국한하려 든다면 이번에도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해 볼 일이다.
 
이와 함께, 북한은 위에 언급한 시설들에서 이루어진 핵 활동을 모두 포함하는 신고서를 제출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에 의한 사찰도 허용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들이 계측장비를 반입해 필요한 데이터를 측정하고, 시료를 채취해 신고된 활동을 검증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 북한에 이것은 쉬운 결정이 아닐 것이다. 2007년 6자회담에서 검증 문제가 논의될 당시 북한은 시료 채취를 포함한 사찰에 극력 반대하면서 사찰관들의 시설 ‘방문’ 외에는 수용할 수 없다고 버텼다. 이는 결국 6자회담의 파국을 가져온 바 있다. 북한이 이번에도 이런 입장을 취하면서 진정한 검증 없는 ‘나 홀로’ 폐기를 하게 된다면,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 활동을 총체적으로 규명할 기회를 영원히 상실하고 말 것이다.
 
시론 10/18

시론 10/18

북한과의 길고 험난한 협상을 헤쳐나가기 위해 한국과 미국 정부가 명심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한·미 양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 비핵화’ 목표를 상실해서는 안 된다. 영변 핵시설 폐기가 비핵화의 끝이 아니며, 북한이 보유한 모든 핵물질, 핵무기, 핵시설, 핵프로그램이 폐기돼야 비로소 북한 비핵화가 달성되는 것이다. 비핵화 로드맵에는 신고·검증·시한(timeline)의 3대 비핵화 요소가 담겨야 한다. 시한이 없는 로드맵은 사실상 북한을 핵 무장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며, 북한 비핵화를 포기하는 일이다.
 
둘째, 한·미 양국의 확고한 공조체제 유지가 긴요하다. 동맹 간에도 어느 정도 이견은 불가피하지 않으냐는 견해도 있지만, 작은 이견도 잦아지면 언젠가는 큰 줄기의 차이로 발전하고, 결국 동맹의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한·미 양국은 남북관계 발전이 북한 비핵화 진전과 속도를 맞추어 나가며, 북한 비핵화 진전이 이뤄질 때까지 대북 제재를 확실히 이행해 나간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셋째,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이 이뤄지는 동안에도 북한에 대한 억제와 방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선의에 전적으로 기대는 안보는 있을 수 없으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한국 군의 독자적 방어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한·미 연합훈련 연기나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가 연합 방위력과 독자적 방어 능력의 약화를 가져오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분명히 커졌다고 하겠다. 어쩌면 이번이 외교적 노력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려면 북핵 문제가 북·미간 해결할 일이고, 한국은 중재자 역할에 그친다는 생각으로는 어림도 없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당사자라는 인식을 갖고 문제 해결에 국가적 총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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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