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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김동연의 생각이 궁금하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사실 이번 글을 쓰면서 무척 망설였다. 인연의 사슬 하나를 또 놓게 될까 봐서다. 2주일을 미뤘지만, 결국 직업의 숙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경제 부총리 김동연 얘기다.
 
내가 아는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법보다 나라 걱정이 앞서는 사람이었다. 국익과 법이 충돌하면 당연히 그는 나라 쪽에 설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 왔다. 그럴만한 이유도 있다. 그가 기획재정부 차관 시절 일이다. 대선을 앞둔 2012년 4월 총선에서 여야가 무차별 포퓰리즘 공세를 퍼부을 때다. 그가 앞장서 복지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여야의 퍼주기 공약을 검증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나라 곳간을 관리하는 부서의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행정부가 여야의 공약을 검증하는 것 자체가 선거 중립 위반”이라며 ‘범법’을 경고했다. 김동연은 “내가 책임지겠다”며 밀어붙였다. 기재부는 “4·11 총선의 복지 공약 이행에만 5년간 268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그해 예산(325조4000억원)의 80%가 넘는 돈이었다. 선관위가 법대로 ‘기관 경고’ 문책하자, 김동연은 약속대로 다음날 박재완 당시 기재부 장관과 김대기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사의를 밝혔다.
 
지난 얘기를 길게 한 건 이달 초 국회에서 청와대 업무추진비를 놓고 벌어졌던 김동연 대 심재철 논쟁 때문이다. 심재철의 범법성을 조목조목 따지던 그날의 김동연은 ‘법보다 나라 곳간 걱정’을 했던 6년 전 김동연과 사뭇 달랐다. 그는 심 의원과 보좌진의 ‘불법’에만 초점을 맞췄다. 업무 추진비 공개가 가져올 공익성에는 아예 입을 다물었다.
 
더 황당한 장면도 있었다. 청와대 업무 추진비에 대해 김동연은 “심 의원님이 (휴일에) 쓰신 업무 추진비와 같다”고 했다. ‘(청와대와 심 의원) 둘 다 부정 사용이 아니다’라는 의미였겠지만, 이 말을 들은 나는 무척 당혹스러웠다. 김동연은 왜 심재철 의원의 업무추진비까지 들여다봤을까. “당신이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경고가 아니면 뭔가. 그가 심재철의 업무 추진비를 들여다본 건 적법했나. 그는 “(심 의원뿐 아니라) 저도 청와대 업무 추진비를 들여다볼 권한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 것은 보면 안 되고 국회의원 것은 봐도 된단 말인가. 게다가 그는 왜 그렇게 단호하게 따졌을까. 마치 심재철과의 싸움에 자신과 나라의 운명이라도 걸린 것처럼 말이다.
 
억지로 유추해볼 수는 있다. 그는 정권에 지분이 없는 사람이다. 취임 직후부터 ‘왕따’ 논란에 시달렸다. 최저임금, 법인세·소득세율 인상 때 청와대·여당의 진영 논리와는 결이 다른 얘기를 해왔다. 반대 진영의 유력 차기주자설도 돌았다. 장하성 실장과 동시 경질설도 불거졌다. 이런저런 오해와 왕따를 일거에 날려버릴 호재로 심재철 건을 선택했을 수 있다.
 
사실 나는 오랫동안 김동연이 왜 사표를 내지 않는지 의아했다. 한 나라의 경제부총리라면 자신의 경륜과 철학을 펴지 못할 상황이면 당연히 직을 던져야 한다. 그러나 김동연은 달랐다. 자신의 말이 번번이 무시당하고, 철학은 개똥이 되고, 소신은 굴종이 됐는데도 그는 버텼다. 그의 관료 선배 김광림은 한창 김동연 왕따설이 불거지던 지난 6월 “절대 사표 내지 말라. 참고 설득하라. 대통령을 설득하고 주변을 설득하라. 그들도 눈과 귀가 있다. 그래야 바뀐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나는 김광림의 조언처럼 그가 이념화한 경제의 마지막 파수꾼 역할을 위해 버틴다고 생각했다. 그를 응원해 ‘탄광의 카나리아’란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심재철과의 논쟁을 지켜본 후 그런 생각을 접었다. 나는 그가 왜 사표를 내지 않는지 다시 궁금해졌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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