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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유류세 인하, 취약계층 역차별 없도록 설계를

송상석 녹색교통 처장

송상석 녹색교통 처장

정부가 유가 상승에 따른 서민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유류세 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다음 달 중 유류세를 10% 안팎으로 인하하여 서민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고 내수진작을 꾀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일률적인 유류세 인하가 서민 가계에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느냐?’에 궁금증이 쏠린다. 지난 2008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급등하자 정부는 10개월간 유류세 10%를 유종과 관계없이 등률로 인하했다. 그러나 그 혜택이 연료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고소득층에 집중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2012년 한국지방세연구원이 2008년 유류세 인하 직후 한 달간 소득수준에 따른 휘발유 소비량 변화를 살펴본 결과, 소득 하위 20%의 소비량은 13L에 그쳤지만 소득 상위 20%는 82L를 소비해 고소득층에 유류세 인하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류세 인하로 가격이 하락할 경우, 고소득층의 휘발유 소비 증가량은 저소득층의 2.81배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금 인하의 혜택이 대형차를 보유한 고소득층에 집중되고, 고소득층의 유류 소비를 늘려 소득 역진적인 방향으로 기여한다는 것이다.
 
유종별 소비자의 차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유류세를 10% 낮추면 휘발유는 L당 82원, 경유는 57원, LPG는 21원이 각각 인하될 것으로 파악된다. 세율 인하가 가격에 반영될 경우 휘발유 소비자는 4.9%, 경유는 3.9%, LPG는 2.2% 정도의 가격 하락 효과가 나타난다. 일률적인 세율 인하로 유종별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차등적으로 나타나는 것인데, LPG의 경우 서민층이 많이 사용함에도 세율 인하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게 되어 역차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LPG 사용은 장애인·국가유공자·경차소비자 등에 허용돼 있는데, 이들 취약계층이 유류세 인하 정책의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유류세 인하가 미세 먼지를 줄이기 위한 환경 정책에 역행하지는 않는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와 서울시 등은 자동차로 인한 미세먼지 오염을 줄이기 위해 도심 내 차량 운행 제한 정책 도입을 추진 중이며,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환경 피해 비용이 많이 드는 연료에 대한 상대가격 인상 등 환경친화적인 에너지 세제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 일괄적으로 유류세를 인하할 경우 차량 운행과 유류 소비를 늘려 정책 간 모순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2008년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할 경우 유류세 인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서민 부담 경감보다는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소득 역진적 결과를 낳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자동차로 인한 미세먼지 저감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일관성 있는 환경정책 추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신중한 접근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송상석 녹색교통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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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