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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얼굴 빚기 60년 … 마리아인듯, 관음상인듯

최종태, '앉아있는 사람(Sitting Figure)’(2018). 나무 위에 황토 채색을 한 작품이다. [사진 가나아트센터]

최종태, '앉아있는 사람(Sitting Figure)’(2018). 나무 위에 황토 채색을 한 작품이다. [사진 가나아트센터]

최종태 작가는 ’많은 것을 보고 다 소화한 연후에야 내 눈이 자유로워진다. 그래야 사물이 진짜 자기 모습을 보여준다“고 했다. ‘앉아있는 사람(Sitting Figure)’(2017) 등이 배치된 전시장 풍경. [사진 가나아트센터]

최종태 작가는 ’많은 것을 보고 다 소화한 연후에야 내 눈이 자유로워진다. 그래야 사물이 진짜 자기 모습을 보여준다“고 했다. ‘앉아있는 사람(Sitting Figure)’(2017) 등이 배치된 전시장 풍경. [사진 가나아트센터]

“온 세상을 돌고 돌았다. 팔십이 될 무렵에서야 머릿속이 조용해지는 것을 느꼈다. 파도가 잔잔해졌다는 것을 알았다. 기나긴 밤을 지새울 때 별들로부터 한량없는 은혜를 느꼈다.”
 
85세의 조각가는 2015년 대규모 회고전 이후 3년 만에 여는 개인전을 앞두고 이렇게 썼다. 그 ‘한량없는 은혜’를 갚기 위해서일까. 지난해 팔을 다쳐 잠시 병원에 있을 때도 그는 볼펜으로 혹은 연필로 하는 스케치를 쉬지 않았다. 그리곤 자신이 존경했던 스승 조각가 김종영(1915~1982)이 말했듯이 이렇게 썼다. “일하는 시간이야말로 진정으로 쉬는 시간”이라고.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 ‘영원의 갈망(The Longing of Eternity)’을 열고 있는 최종태(서울대 명예교수) 작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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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공간으로 나뉜 전시장에는 그가 빚은 수많은 얼굴로 가득 차 있다. 펜으로 그린 얼굴부터 무쇠로 빚은 얼굴, 나무로 깎은 얼굴, 황토로 칠한 얼굴, 브론즈 얼굴. 신기하게도 그 얼굴에서 천진한 아이, 자비 넘치는 성모 마리아와  관음상의 이미지가 겹친다. 친근하고, 맑고, 따뜻해 보인다. 마음을 경건하게 하는 분위기다. 가톨릭 신자로 명동성당을 비롯해 여러 성당과 수녀원 등을 위해 작품을 제작하고, 2000년 법정 스님의 부탁을 받고 “뛸 듯이 기뻐하며” 길상사 관음상을 제작한 작가의 독특한 이력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최종태 작가

최종태 작가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런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세상에 나 혼자 노력으로 되는 작품은 없어요. 나는 모든 것으로부터 도움을 받았어”라고. 그러면서 “그 도움은 별과 풀, 나무에서도 오고, 과거에서도 오고, 모든 인류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누구 얼굴인가요?
“누구 얼굴이란 거는 없어요. 그냥 한국 사람이지. 대학 때부터 저는 대상을 보고 그린 적이 없어요. 평소에 본 것, 여기(손으로 머리를 가리키며)에 들어 있는 것을 그렸지. 이번 전시 개막에 오신 화가 김병기(102) 선생께서 작품을 보시곤 ‘이게 모두 한국 사람 얼굴’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에 제 모든 이야기가 다 담겼어요.”
 
‘무제(Untitled)’(2018). [사진 가나아트센터]

‘무제(Untitled)’(2018). [사진 가나아트센터]

두 사람을 한 덩어리로 표현한 작품도 눈에 띕니다.
“이런 작업도 50년은 됐어요. 처음엔 둘이었는데 나중에 하나가 됐지. 그런데 세계 미술사를 뒤져보면 이것과 비슷한 게 있을지 몰라요. 작품은 나 혼자만 한다고 말할 수 없거든. 아주 오랜 과거나 먼 아프리카에 이런 게 있을 수 있어요. ”
 
작품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고요?
“우리는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역사가 내 안에 있고, 나는 세계와 연결돼 있다는 뜻이죠. 세계의 역사, 동양과 서양, 아프리카부터 멕시코, 그 모든 공간과 시간의 이야기가 내 안에 다 들어와 있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저보고 작품 설명하라고 하면 저는 괴로워요(웃음). 무엇을 딱 끄집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니깐.”
 
작가는 “특히 내 작품들은 반가사유상과 관계가 있다”고 했다. “반가사유상을 좋아한 지 벌써 50년”이라며 “내가 최고로 꼽는 작품은 반가사유상, 석굴암 안의 불상, 현재 일본에 있는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그리스·로마 조각의 아름다움이 형태미에 있다면, 반가사유상엔 높은 정신까지 녹아 있다. 그 두 가지를 모두 갖춘 것, 그게 최고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했다.
 
‘무제(Untitled)’(2017, 나무 위에 채색). [사진 가나아트센터]

‘무제(Untitled)’(2017, 나무 위에 채색). [사진 가나아트센터]

최종태, 'Woman'(나무 위에 채색). [사진 가나아트센터]

최종태, 'Woman'(나무 위에 채색). [사진 가나아트센터]

반가사유상의 얼굴엔 미소가 있습니다.
“바로 그거에요. 나도 거기에 가닿고 싶은 거야. 반가사유상, 그리고 요하네스 베르메르(1632~1675)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처럼 깨끗하고 순수한 경지에 가고 싶은 거지. 근데 그게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에요. 1986년 한 외국인이 ‘당신 작품은 모두 슬퍼 보인다’고 했는데, 그 얘기를 듣고 그날 카페에서 한참을 울고 들어왔던 기억이 있어요. 평생 그걸 떨쳐내고 싶었지.”
 
그는 “예술가는 세계 미술사를 공부해야 하지만, 결국엔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 거기서 벗어나야 비로소 내 작품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벗어나는 건 정말 어렵다. 얼마나 어려운가 하면 죽었다가 깨어나도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그는 이어 “나도 (그게) 됐는지 안됐는지 모른다”며 “이번 전시는 내가 어느 만큼 왔는지 가늠하는 자리”라고 덧붙였다.
 
1932년생인 작가는 1958년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후학을 이끌며 창작 활동을 해왔다. 주로 인물상을 제작했고, 2000년대 이후부터는 나무 조각에 채색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 그는 새로운 실험으로 나무 조각에 황토와 백토로 채색한 작품과 대형 파스텔화도 선보인다.
 
올해 작업한 파스텔화 '바다'(2018). [사진 가나아트센터]

올해 작업한 파스텔화 '바다'(2018). [사진 가나아트센터]

최종태 작가를 가리켜 ‘미의 구도자’라고 명명한 최태만 미술평론가는 “최종태 작가가 빚은 얼굴엔 이집트, 한국의 불상은 물론 장승과 같은 민간 예술을 탐구하며 찾아낸 그만의 조형언어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그의 작품은 단순과 고요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라며 “충만하되 한도를 넘지 않는 절제야말로 그가 추구한 미의 결정체”라고 덧붙였다.
 
최근 『하늘에 걸 조각 한 점:최종태 예술의 사회학』을 펴낸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은 “최종태 작가는 나이 쉰 살이 되었을 때 어느 날 눈을 뜨며 ‘아하! 조각이란 모르는 것이다’라는 큰 깨달음을 얻으며 기뻐했다”며 “그는 화실 안에서 늘 수도자 같았다. 작품을 통해 그가 전하는 것은 하나, 바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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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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